한밤중 박쥐의 공중전, 방해음파 쏘아 먹이사냥 교란
멕시코꼬리박쥐, 음파 방해로 상대 사냥성공률 86% 떨어뜨려
집단사냥 습성에서 비롯, 다른 박쥐와 돌고래에선 아직 발견 안돼
» 같은 먹이를 쫓는 두 마리의 박쥐가 서로 방해 음파를 발사하며 상대의 사냥을 방해하는 모습과 방해 음파. 사진=니콜라이 흐리쉬토프
박쥐가 캄캄한 밤 최고의 곤충 포식자로 군림하는 것은 ‘반향 위치 측정’ 기법 덕분이다. 초음파를 계속 쏘아 되돌아 오는 음파를 통해 상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박쥐 1200여종 가운데 70%가 곤충을 사냥하는 것은 이 기술이 얼마나 유용한지 잘 보여준다.
깔끔해 보이는 이 사냥기법도 음파 방해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일부 곤충은 이미 이런 기법을 터득해 박쥐를 회피하고 있다. 그런데 박쥐가 먹이를 사냥할 때 경쟁자끼리도 방해 음파를 쏘아 경쟁자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음파 방해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멕시코꼬리박쥐.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아론 코코런 미국 메릴랜드 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7일치에 실린 논문을 통해 멕시코꼬리박쥐가 방해 음파를 쏘아대며 먹이 경쟁을 벌인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제까지 박쥐가 내는 초음파는 반향 위치 측정과 무리 내 소통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3의 새로운 기능이 드러난 것이다.
이 박쥐는 무리 지어 사냥을 하는데 곤충 한 마리를 두 마리가 추적할 때 이런 상황이 빚어진다. 각자 초음파를 쏘면서 먹이의 위치를 추적해 접근하다가 상대가 먹이를 공격하려는 마지막 순간에 방해 음파를 발사해 공격을 무산시킨다는 것이다.
» 박쥐 두마리가 같은 먹이를 향해 접근하면서 방해 음파를 발사하는 모습을 기록한 그래프. 동그라미는 위치 확인을 위한 소리, 별표는 방해 음파 발사, 막대는 먹이를 공격할 때 내는 소리를 가리킨다. 그림=아론 코코런 외 <사이언스>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박쥐들은 먹이를 놓고 상대가 포기할 때까지 서로 방해 음파를 쏘아대며 공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실험 결과 방해 음파를 발사하면 상대의 사냥 성공률이 77~86%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동굴에서 무리지어 먹이를 사냥하러 나오는 박쥐 무리. 집단 사냥이 음파 방해 행동을 낳았다. 사진=미 야생동물 및 어류국
이런 행동은 멕시코꼬리박쥐 이외의 다른 박쥐나 돌고래에게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멕시코꼬리박쥐가 이런 행동을 진화시킨 데는 100만 마리가 넘는 대규모 집단이 한 동굴에 살면서 일제히 사냥에 나가는 등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 박쥐의 최대 서식지는 미국 텍사스 브래큰 동굴로 2000만 마리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15가지 소리로 소통하는 복잡한 사회 시스템이 있기도 하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J. Corcoran and W.E. Conner, "Bats jamming bats: Food competition through sonar interference," Science 7 November 2014, Vol 346 Issue 6210,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12595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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