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에 바람을 느끼고 싶었던 독수리 ‘62번’

김봉균 2015. 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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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려 탈진한 독수리 2마리, '신검' 통과한 뒤 표지 달고 다시 자연에

가축 야외 폐기 금지돼 먹이 부족 시달려, 로드킬 고라니 줄 땐 납탄 조심
 

do3.jpg » 날갯짓 몇 번만에 하늘로 치솟은 독수리. 날개에 스치는 바람이 그리웠던가 보다.

  
1월16일 구조센터에서 1년여 동안 머물던 독수리 2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둘 다 먹이를 먹지 못해 기아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한 때가 독수리가 북상하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회복이 끝났다 하더라도 방생을 하기엔 무리라고 판단해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1년 넘게 보호하게 되었습니다.
 
방생을 며칠 앞두고 신체검사를 했습니다. 신체검사를 통과한 독수리에는 날개 표지(윙택)를 부착했습니다. 윙택은 동물을 식별하는 도구인데, 방생 후 모니터링이나 동물의 이동 경로 등을 연구하는데 필수적입니다.
 
미국 덴버동물원과 몽골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독수리에게 윙택을 달아 왔고, 위치추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수의 독수리에게 구조센터나 정부 연구자들이 윙택을 달고 있습니다.
 

do1.JPG » 멀리서도 개체를 식별할 수 있도록 각각 62, 63번이라는 표식이 그려진 파란 윙택을 단 독수리의 모습.
    
우리나라에서 독수리의 주요 위협 요인을 꼽는다면 중독사고(밀렵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중독이나 너무 부패한 먹이를 먹고 발생하는 식중독), 굶주림, 총상, 전선 충돌 등으로 인한 골절사고와 질병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의 야외 폐기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독수리들이 먹이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간헐적으로 민간단체와 관공서에서 독수리의 먹이를 공급하고 있죠.
 
하지만 먹이가 일반적으로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포함돼 있거나, 가축농장에서 나온 폐사체 등도 활용되고 있어 잠재적 질병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정육을 제공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최근에는 사고로 폐사한 야생동물, 특히 고라니를 먹이로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폐사한 야생동물이 다른 야생동물의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은 자연의 순환고리를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로 제공되는 고라니의 주검에는 수렵 과정에서 사용된 납탄이 몸에 박혀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독수리가 먹게 된다면 심각한 납중독에 걸릴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라니 등 야생동물을 먹이로 제공하기 전에 엑스선 촬영을 해 몸에 납탄이 있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또한 먹이를 주면 독수리를 한 장소로 모이게 하여 전염병이 돌아 떼죽음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집니다.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당사자들 간의 지속적인 협의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독수리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면? 관련 기사: 독수리 수수께끼…콘도르보다 큰가, 수리와 독수리의 차이

 

do2.jpg » 독수리의 방생을 앞두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은 구조센터에서 겪을 수 있는 일 중 가장 보람되는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마음이 사진 속 많은 분의 표정을 통해 느껴집니다.  
 
마침내 우리의 문이 열리자 독수리들은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뛰어나갔습니다. 날갯짓 몇 번만으로 몸을 하늘에 띄우더니 저 멀리에 내려앉았습니다.
 
다른 한 마리도 먼저 방생한 친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려앉았습니다. 독수리들은 바닥에 내려앉아서도 날개를 쫙 펴고 바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런 독수리들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돌아왔습니다.
 
do4.jpg » 얼마나 그리웠을까요. 저 바람이, 저 하늘이….  
 
이제 이 독수리들은 조금 더 우리나라에 머물다가 그들의 번식지인 몽골 등으로 북상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아무쪼록 잘 먹고, 잘 쉬다가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욕심이긴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 물론 구조센터가 아닌 야생에서 말입니다.
 
여러분도 독수리들의 안녕을 빌어주세요.
 
do5.jpg » 안녕~. 잘 가! 그동안 고생 많았어~.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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