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

조홍섭 2018.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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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서식지 사할린 북동부에 대형 정치망 400틀 설치
전체 200마리 “위험 매우 커”…19%가 한번 이상 그물 걸려 

gr1.jpg » 얕은 바다에서 먹이를 찾는 귀신고래는 머리를 내밀고 주위를 살피는 행동을 한다. 따개비로 덮여 울퉁불퉁한 모습에 이런 행동이 겹쳐 ‘귀신고래’란 이름을 얻었다. 고래연구소 제공.

귀신고래는 이름만큼이나 이야기가 많이 얽혀있는 고래다. 무엇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8년 “사진으로 찍으면 500만원, 그물에 걸리거나 좌초한 개체를 신고하면 1000만원을 주겠다”고 현상금을 건 드문 야생동물이다.(아직 상금을 타 간 사람은 없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토대가 된 인물인 미국의 탐험가이자 박물학자인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1884∼1960)가 울산 장생포에서 잡혀 온 귀신고래를 조사해, 1914년 국제학계에 캘리포니아 귀신고래와 다른 집단인 ‘한국계 귀신고래’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gr2.jpg » 국립수산과학원의 귀신고래 ‘수배 전단’.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귀신고래는 태평양 양쪽 바다에서 서로 다른 운명을 맞았다. 북아메리카의 알래스카와 멕시코의 바하칼리포니아르까지 분포하는 귀신고래는 적극적인 보호 아래 1만8000마리 이상 불어났다. 반면 서태평양 귀신고래는 동해를 중심으로 사할린과 캄차카에 이르는 바다에 살았는데 1890년대부터 포경선의 표적이 돼 2000마리가량이 잡혔고, 1948∼1966년 67마리 이후에는 포경 기록도 없어 멸종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래 연구자 1세대’로 꼽히는 전찬일(1915∼2010) 전 부경대 명예교수는 1968년 5월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암컷 귀신고래가 새끼를 데리고 있다는 한국인 포경 선원의 목격담을 들었다. 이후 일본 등에서 이뤄진 관찰 기록을 토대로 전 교수 등은 1977년 미국 포유류학회가 발행하는 ‘포유류학 저널’에 “한국계 귀신고래가 적은 수나마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극동 러시아 근해에 130마리가량의 한국계 귀신고래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계 귀신고래는 이름과 달리 한국 근해에서는 사라졌고 주로 사할린과 캄차카 등에서 번식하고 태평양 쪽 일본 해안을 오간다. 이들은 북미 집단과는 유전적으로 구별되지만 일부는 겨울철 베링해를 건너 캘리포니아 집단 서식지로 이동하기도 한다(▶관련 기사: 한국계 귀신고래 베링 해 건너 캘리포니아 오간다).

gr3.jpg » 사할린의 한국계 귀신고래. 고래연구소 제공.

현재 극동 러시아의 한국계 귀신고래는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모두 합해 200여마리에 그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정도가 가장 심각한 ‘위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이 연어 그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이드 로우리 미국 고래연구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멸종위기종 연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어획이 한국계 귀신고래에 끼치는 위험을 평가했다. 이 고래 집단의 보전 방안을 연구해 온 국제자연보전연맹과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그물에 걸리거나 붙잡히는 것이 (이 고래의) 알려진 최대 위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구자들은 최근 이 지역에서 활발한 “대형 정치망을 이용한 연어잡이로 인한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결론 내렸다. 귀신고래는 해안 근처 얕은 바다 밑바닥에서 먹이를 찾는다. 사할린섬 북동부에는 필툰 석호를 중심으로 방대한 대륙붕이 펼쳐져 있는데, 이곳의 얕은 바다가 귀신고래가 여름 동안 먹이를 찾고 암컷이 새끼를 키우는 곳이다. “문제는 연어잡이 정치망이 설치되는 곳이 귀신고래 서식지와 겹친다는 사실”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gr4.jpg » 한국계 귀신고래의 서식지와 이동 경로. 사할린 동북부의 해안에 주요 먹이터가 있다. 빗금 부분은 기록에 남은 귀신고래의 여름철 서식지이다. 로우리 외 (2018) ‘멸종위기종 연구’ 제공.

gr5.jpg » 연어잡이 정치망의 위치(붉은 부분). 연어 서식지와 상당부분 겹친다. 빗금 부분은 일반 연어 어장이다. 로우리 외 (2018) ‘멸종위기종 연구’ 제공.

연어잡이 정치망은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길이 3㎞, 높이 10m로 설치하는 복잡한 형태의 그물인데, 그물을 바닥에 고정하기 위해 수많은 로프와 줄이 달려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정치망이 2011∼2015년 동안 사할린에서는 400틀 이상, 캄차카까지 포함하면 약 800틀이 설치됐다고 밝혔다. 극동 러시아에서 연어 어획량은 연간 40만t이 넘는다.

gr6.jpg » 연어잡이 대형 정치망 얼개도. 길이는 3㎞에 이르며 다량의 로프와 줄로 고정한다. 로우리 외 (2018) ‘멸종위기종 연구’ 제공.

이런 어망에 걸리거나 걸려서 죽는 귀신고래의 수는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는 그런 사고가 빈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0년 사할린 남동해안에서 발견된 귀신고래 사체에는 로프가 매달려 있었다. 2013년에는 연어 그물에 걸린 귀신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2016년에도 필툰 석호 근처에서, 연어 어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긴 로프와 부이가 매달린 채 헤엄치는 귀신고래가 목격됐다. 2017년 7월에는 연어 그물의 밧줄에 걸린 귀신고래를 어민이 칼로 잘라 풀어주는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다.

대형 연어 정치망에 걸린 귀신고래가 빠져나가려 애를 쓰다 어민이 로프를 끊는 등 도움을 주자 풀려나가는 모습.


극동 러시아에 한정된 일도 아니다. 일본 해안에는 수천개의 정치망이 러시아보다 훨씬 빽빽하게 설치돼 있어 회유하는 귀신고래를 위험에 빠뜨린다. 2005∼2007년 사이 귀신고래 4마리가 정치망에 갇혀 죽었다. 2011년에는 대만의 정치망에 한 마리가 걸리기도 했다.

사할린 북동부의 귀신고래 먹이터에서 1995년부터 10년 동안 귀신고래를 조사한 어만더 브래드퍼드 미국 워싱턴대 고래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모두 150마리의 귀신고래 가운데 20%에서 인위적인 상처를 입은 것을 사진으로 확인했는데, 18.7%는 그물에 한 번 이상 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2008년 과학저널 ‘해양 포유류학’에 보고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loyd F. Lowry et al, Entanglement risk to western gray whales from commercial fisheries in the Russian Far East, Endang Species Res, Vol. 37: 133–148, 2018, https://doi.org/10.3354/esr0091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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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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