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 해달 목숨 건 육아

조홍섭 2014. 06. 13
조회수 33586 추천수 1

저체온 피하려면 끊임없이 먹어야, 새끼 낳으면 에너지 소비 곱절로

젊은 엄마 사망률 급증, 먹이 여건 나쁘면 기르던 새끼 포기해

 

Mike Baird.jpg » 지방층이 없는 작은 몸으로 찬 바다속에서 살아야 하는 해달의 삶은 보는 것 만큼 여유롭지 않다. 사진=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위키미디어 코먼스

 

해달은 수달의 사촌뻘로 바다에 사는 족제비과 동물이다. 물위에 둥둥 떠서 조개를 돌로 깨뜨려 먹는 모습이 귀여워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자세히 알아보면 찬 바닷물에서 살아가는 해달의 삶은 녹록지 않다. 특히 새끼를 기르는 엄마 해달은 죽음과 삶의 경계선상에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만 수족관은 어미를 잃은 해달 새끼를 구조해 기른 뒤 자연에 돌려보내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니콜 토메츠 캘리포니아대 샌터 크루즈 캠퍼스 생물학자 등은 이들 해달을 대상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해 과학저널 <실험 생물학> 최근호에 발표했다.
 

Mike Baird2.jpg » 물위에 떠 쉬고 있는 해달. 자기 만의 돌을 가지고 조개나 성게를 배위에서 깨뜨려 먹기도 한다. 사진=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위키미디어 코먼스

 

자연 다큐에서 보면 해달은 늘 조개나 성게 등 무언가를 먹고 있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한류가 흐르는 해안에서 물속에 잠겨 살아야 하는 해달은 체온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점에서 해달은 애초부터 불리하다. 해양 포유류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은 해달은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체온 손실이 많다. 게다가 두툼한 모피는 갖췄지만 단열층 구실을 하는 피하 지방층이 없다.

 

결국 저체온증에 걸려 죽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먹어 잃는 열을 보충할 수밖에 없다. 해달은 매일 자기 체중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는다.
 

이처럼 평소에도 몸을 데우느라 급급 하는데 출산을 한 어미는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추가 부담을 안는다. 연구진이 산소 소비량으로 측정한 엄마 해달의 에너지 소비량은 새끼를 낳은 지 몇 주일이 안 돼 17%나 늘어났다.
 

새끼가 커져 먹이를 많이 먹을수록 그 부담은 점점 커져 6개월 뒤 새끼를 젖을 떼고 독립하기 직전엔 96%까지 높아졌다. 어미는 거의 두 몫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Mike Baird3.jpg » 엄마 등에서 편히 쉬는 새끼 해달. 종종 이들은 삶은 한계로 내몰린다. 사진=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위키미디어 코먼스

 

해달이 많이 서식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새끼를 기르고 난 어미가 사소한 부상이나 감염으로도 사망하는 ‘수유 뒤 증후군’이 나타난다.
 

연구 책임자인 토메츠는 “해달의 서식 밀도가 가장 높고 따라서 먹이 자원이 한정돼 있는 서식지에서 한창 때의 젊은 암컷 사망률이 높은 까닭은 이처럼 에너지 요구량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이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비극적이지만, 해달 어미는 먹이를 조달할 주변 여건을 보아 새끼를 끝까지 기를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육아를 포기한다. 기르던 새끼는 잃겠지만 그보다는 자기 목숨을 부지해 내년의 번식을 기약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미처 젖을 떼기도 전에 버려지는 새끼도 적지 않다. 당연히 이들의 생존율은 매우 낮다.
 

장난기 많고 명랑해 보이는 해달의 삶은 보이는 것과 달리 엄혹하다. 무엇보다 새끼를 기르는 어미는 삶의 한계까지 내몰리고, 자식의 죽음과 삶을 결단해야 한다. 이만큼 아이 기르기 힘든 동물이 또 있을까.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hometz, N. M., Tinker, M. T., Staedler, M. M., Mayer, K. A. and Williams, T. M. (2014). Energetic demands of immature sea otters from birth to weaning: implications for maternal costs, reproductive behavior and population-level trends. J. Exp. Biol. 217, 2053-2061, doi:10.1242/jeb.10877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

    조홍섭 | 2019. 10. 10

    포식자 고객에 청소 직전과 중간에 ‘앞다리 춤’으로 신호열대 태평양 산호초에는 큰 물고기의 아가미와 입속을 청소하는 작은 새우가 산다. 송곳니가 삐죽한 곰치 입속을 예쁜줄무늬꼬마새우가 드나들며 기생충을 잡아먹고 죽은 피부조직을 떼어먹는...

  • 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

    조홍섭 | 2019. 10. 08

    전 세계 유전자 분석 결과…지중해 기원, 통일신라 때 작물과 함께 와배추흰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고 수도 많은 나비의 하나다. 생물 종으로 성공한 나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해충이기도 하다.시민 과학...

  • 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

    조홍섭 | 2019. 10. 07

    먹이 부수는 부위를 발성 기관으로 ‘재활용’, 상대에 경고 신호 전달집이나 먹이를 빼앗으려는 상대에게 유령게는 집게발을 휘두르며 낮고 거친 소리를 낸다. 마치 개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경고음을 내는 곳은 놀랍게도 먹이를 잘게 부수는 위 앞...

  • 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

    윤순영 | 2019. 10. 02

    육상 구간 논 습지 훼손 불보듯, 저감방안 대책 선행되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한강을 건너는 구간은 애초 계획된 교량 설치 대신 지하터널 형태로 건설될 예정이다. 교량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우려한 문화재청이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 쥐도 사람과 숨바꼭질 놀이 즐긴다쥐도 사람과 숨바꼭질 놀이 즐긴다

    조홍섭 | 2019. 10. 01

    초음파 소리 지르며 즐거워해…1∼2주 안에 배우고, 전략 수립도 숨바꼭질은 재미있지만 간단치 않은 놀이이다.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면서 전략적으로 숨고,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침팬지나 까마귀 같은 ‘똑똑한’ 동물 반열에 끼지 못하는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