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시대 미생물 깨우자 왕성한 식욕, 수만 배 증식

조홍섭 2020. 0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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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저 암반서 1억년 잠자던 미생물 되살려…화석 아닌 생명체로 지질학적 시간 버텨


mi1.jpg » 1억150만년 전 해저 퇴적층에 갇힌 채 생존하다 되살아난 미생물의 모습.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 제공.


700년 전 고려 시대 유적지에서 발굴한 연 씨앗에서 꽃핀 경남 함안군 ‘아라홍련’은 고등생물도 휴면 상태에서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생물의 휴면기간은 더 길다. 공룡이 활보하던 1억년 전 지층에 묻힌 미생물이 발굴된 뒤 깨어나 번식한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등 국제 연구진은 남극 해류∼호주∼남미∼적도로 둘러싸여 해류가 빙빙 도는 ‘남태평양 환류’(South Pacific Gyre) 해역에서 해저 심층 굴착 조사 결과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29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퇴적층 침투한 산소가 비결


연구자들은 수심 6000m 가까운 바다 밑 지층을 100m 깊이로 시추해 430만∼1억150만년 전 사이 해저 퇴적층 시료를 확보했다. 실험실에서 영양물질을 공급하면서 배양했더니 평균 77%, 특히 가장 오랜 1억150만년 전 암석에 들어있던 미생물의 99.1%가 되살아났다.


mi2.jpg » 이번 연구에 동원된 국제심해과학굴착계획(IODP)의 조사선 조이데스 레졸루션 호. 바다 표면에서 8300m까지 해저 시추할 수 있다. IODP 제공.

1억년 전은 중생대 백악기로 당시 살았던 다양한 공룡은 화석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그때 해저 퇴적층에 갇혔던 세균 등 미생물은 배양한 지 68일 만에 대부분 왕성한 식욕을 되찾아 닷새에 한 번꼴로 분열해 개체수가 수만 배로 증식했다.


연구 책임자인 모로노 해양연구개발기구 선임연구원은 “처음엔 미생물이 살아날까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1억년 전 퇴적층에 들어있던 미생물 대부분이 아직 살아있었고 먹이를 잘 받아먹었다”고 이 기구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공룡시대 미생물이 ‘부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연구자들은 산소를 꼽았다. 기반암인 현무암 위에 쌓인 모든 시기의 시추 코어에서 산소가 검출됐다. 실험에서도 산소를 공급하지 않은 미생물은 증식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대양 해저에 퇴적물이 100만년에 1∼2m의 극도로 느린 속도로 쌓인다면 산소는 모든 지층에 침투할 것”이라며 “이런 조건에서 살아가는 데 산소가 필요한 호기성 미생물이 수백만 년의 지질학적인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mi3.jpg » 선사시대 퇴적층 속에서 많이 발견된 델타프로테오박테리아. 현생 세균의 사진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시추에서 발견된 옛 미생물은 방선균, 의간균, 후벽균 등이 많았고 1350만년 전 퇴적층 시추 코어에서는 뜨거운 온천에 사는 고세균도 발견됐다. 또 세균은 흔히 아포를 형성해 역경을 이기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그런 미생물은 거의 없었다.


방대한 ‘지하 생태계’


대양 해저에는 플랑크톤의 배설물과 사체 등이 눈처럼 떨어지는 바다눈과 먼지 등이 쌓인다. 퇴적물 입자는 미생물 크기로 작아 퇴적층 속 미생물은 돌아다니지 못하고 갇힌다. 극도로 영양분이 없는 상태에서도 산소가 공급되기만 한다면 이들 퇴적층에 갇힌 미생물은 지질학적인 시간 동안 휴면하면서 부활을 기다린다.


이 조사는 이제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규모가 방대한 ‘지하 생태계’의 생명체를 탐구하기 위한 국제협력사업의 일환이다. 지하 깊숙한 암반은 캄캄하고 뜨거운 데다 압력이 높고 먹을 것이 거의 없어 생물이 살기엔 부적절하지만 다양하고 특별한 미생물이 다수 발견됐다.


지하 미생물은 양도 많아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전 세계 해양 바닥의 퇴적층 속 미생물을 합치면 지구 전체 미생물량의 12∼45%에 이르고 75억 인류를 합친 무게의 40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mi4.jpg » 이번 연구가 이뤄진 심해저 시추 지점(붉은색). 남태평양 환류 안이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 제공.

이번에 조사가 이뤄진 남태평양 소용돌이 해역은 지구 어떤 대륙에서도 가장 먼데다 바닷물이 빙빙 돌고 외부에서 유기물이 유입되지 않아 ‘바다 사막’으로 불리는 곳이다. 육지로부터 바람과 해류 등을 통해 공급되는 유기물이 거의 없어 퇴적층은 영양 부족 상태다. 따라서 이곳의 해저 지층을 조사하면 생명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스티븐 돈트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낸 가장 놀라운 사실은 지구 대양의 오랜 퇴적층에 생물이 못 살 한계는 없다는 것”이라며 “시추한 가장 오랜 퇴적층에서도 먹이는 최소였지만 아직도 생물이 살았고 우리가 깨우자 자라고 증식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번에 깨운 미생물이 과연 지상의 생물과 다른 시간 척도로 진화하는지가 후속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mi5.jpg » 노르웨이, 중국, 일본 등의 연구자들이 심해저에서 채취한 시추 코어를 살펴보고 있다. IODP, JRDSO 제공.

인용 저널: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0-1733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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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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