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애 강한 큰고니, 다양한 언어로 소통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팔당 큰고니
집합, 경고, 위협, 비상, 사랑의 소리…평화로운 동물이지만 가끔 영역싸움서로 날개와 목 추어올리며 힘자랑몸무게는 8~12㎏으로 꽤 무거워수면 박차고수십m 달려야 겨우 이륙
» 팔당 여울 주위를 여유롭게 날고 있는 큰고니 한 쌍.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새 가운데 큰고니는 가장 크고 기품 있다. 게다가 대도시 근처인 경기도 팔당에서도 화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큰고니는 평소 넓은 호수나 강가 얕은 물에서 긴 목을 이용해 자맥질하여 물속 식물을 뜯어 먹는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져 호수나 강이 얼면 여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팔당이 그런 곳이다.




지난달 말께 매서운 한파가 몰려오자 여울 때문에 물이 얼지 않는 팔당으로 큰고니 400여마리가 속속 몰려들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큰고니를 관찰할 좋은 기회다. 팔당을 찾는 큰고니는 주로 경안천과 양수리 두물머리 주변에서 생활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자리를 바꾸지만 주 서식지이자 잠자리는 팔당이다.



큰고니는 가족 사이에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 단위로 무리를 이룬다. 이렇게 해야 위협 요인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큰고니는 특히 집합, 경고, 위협, 위험, 비상, 사랑을 표현하는 다양한 소리언어와 몸짓언어를 구사한다. 그 덕분에 질서정연한 행동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큰고니는 평화로운 동물이지만 가끔 영역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때 양쪽은 서로 마주 보고 날개를 들어 올린 채 목을 추어올리며 힘을 과시한다.
이렇게 해서 결판이 나지 않으면 커다란 몸집으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상대에게 무섭게 돌진한다. 당장에라도 죽일 듯이 달려들지만 대부분은 한쪽이 기세에 눌려 맥없이 끝난다.


새끼가 있는 큰고니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와 떨어져 있다. 회색빛의 어린 큰고니는 어미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졸졸 따라다닌다. 덩치는 어미만큼 크지만 경험이 부족한 어린 새끼는 처음 접하는 낯선 환경과 겨울나기가 힘겹다.



특히 어미는 새끼 고니가 날아오르느라 불필요한 힘을 소비하지 않도록 안전한 자리를 차지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다.




큰고니의 몸무게는 8~12㎏으로 꽤 무겁다. 이런 몸을 띄우려면 수면을 박차고 수십m를 힘겹게 달려야 한다. 육중한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 다급한 위협 요인이 없는 한 잘 날아오르려 하지 않는다. 사람으로부터 먼 곳에 자리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큰고니가 날지 않아도 되도록 거리를 유지하며 교란을 줄이는 것도 탐조의 예의다.


글·사진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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