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번식지 가다 김포 들른 '진객' 흰기러기
큰기러기 무리 섞인 대형 개체, 무리 이끌며 '대장' 노릇
» 드물게 덩치가 큰 흰기러기가 김포 평야를 찾았다.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만날 수 있는 나그네새이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기러기는 대개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다. 큰기러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는 항상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로서 우리와 매우 친숙한 새이다.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기러기의.부리는 검은색이며 끝에는 주황색 띠가 있다.
» 쇠기러기는 부리가 분홍색이고 이마는 선명한 흰색이다. 배에 불규칙한 가로 줄무늬가 있다.
흰기러기는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쇠기러기 무리에 섞여 아주 드물게 관찰된다. 흰기러기는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서식하는 새다.
북아메리카의 알래스카, 캐나다 동북부, 그린란드의 북극권과 북동 시베리아의 콜리마천 하류, 추코트 반도 북부에서 번식하고, 미국 남서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멕시코까지 북미의 따뜻한 지역에서 겨울을 보낸다.
흰기러기는 영어로 ‘눈기러기’(Snow Goose)라고 한다. 이처럼 전혀 다른 지역과 환경에서 사는 새이지만 무언가의 이유로 흰기러기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큰기러기나 쇠기러기 무리와 섞여 우리나라에 나타난 것이다.
» 회색빛 어린 흰기러기가 쇠기러기 무리에 섞여 있다. 내년이면 흰색으로 깃털갈이를 한다.
» 성숙한 흰기러기도 일반적으로 쇠기러기 무리에 섞여 드물게 관찰된다. 흰기러기는 쇠기러기보다 다소 작다.
3월 2일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유수지에서 대형 흰기러기가 큰기러기 무리와 함께 있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들은 아주 친숙한 사이로 보였고 편안히 활동했다.
오히려 흰기러기가 대장 노릇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흰색이 특이해서인지 그의 앞길을 막는 큰기러기가 없다. 여유만만한 행동이다.
흰기러기는 몸 길이가 67㎝여서, 72㎝인 쇠기러기보다 약간 작다. 그러나 몸 길이 85㎝의 큰기러기만큼 커다란 대형 흰기러기를 만나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 큰기러기보다 뒤에 서 있는데도 큰기러기보다 커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기러기는 크기에 따라 크면 큰기러기, 작으면 순우리말 ‘쇠’ 자를 붙여 쇠기러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흰기러기는 크기와 상관없이 흰기러기로 부른다.
흰기러기의 습성과 크기에 따라 흰기러기와 큰흰기러기의 구분할지, 또는 큰기러기나 쇠기러기가 백색증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때 어떻게 부를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대형흰기러기 목을 구부려 물을 먹는 자세는 기러기류보다 고니류에 가까와 보인다.
흰기러기는 겨울에 남쪽 텍사스와 멕시코까지 날아가고, 봄이 되면 북극 툰드라에 돌아와 둥지를 튼다. 몸 길이 67㎝, 날개 길이 135㎝, 몸무게는 2.05~2.7㎏ 정도이며, 큰 흰기러기는 몸 길이는 82㎝, 날개 길이 165㎝, 몸무게는 3.2~4.5㎏까지 나갈 수 있다.
» 휴식하는 큰기러기 뒤에서 열심히 먹이를 먹는 대형 흰기러기.
흰기러기 암컷은 2년이면 성체로 자라며 3년쯤 되어야 번식을 한다. 귀소본능이 강해 태어난 곳에 돌아와 번식장소를 정한다.
흰기러기는 종종 집단을 이뤄 둥지를 튼다. 둥지 만들기는 보통 눈 상태에 따라 5월 말이나 6월 초순에 시작된다. 암컷이 둥지 터를 고르고, 높은 지대의 땅에 식물, 초목, 작은 나뭇가지를 재료삼아 둥지를 튼다. 그 둥지는 매년 재사용될 수도 있다.
» 앉은 자리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흰기러기.
» 풀뿌리를 찾고 있는 큰기러기와 흰기러기.
흰기러기 암컷은 3~5개의 알을 낳아 22~25일 동안 품는다. 어린 새끼는 부화한 후 몇 시간 이내에 둥지를 떠난다.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지만 부모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42~50일이 지나면 날 수 있으며 2~3세까지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 날아 오르는 흰기러기.
» 마치 대장처럼 큰기러기 무리를 이끈다.
흰기러기는 5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 새끼를 기르지만, 보금자리를 떠나 겨울을 나기 위해 이주하는 데에 반년 이상을 보낸다. 봄철 이동(역이동) 때는 대형 흰기러기 떼가 매우 높게 날면서 전통적인 월동지역에서 툰트라까지 4800㎞가 넘는 이동경로를 따라 대거 이동한다고 알려졌다.
대형 흰기러기의 개체수는 20세기 초에 감소하였지만, 지금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회복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르면 3월 초순부터 3월 중순께 월동을 마친 큰기러기와 쇠기러기가 번식지를 향해 2500㎞ 대이동을 시작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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