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리면 보인다, 애벌레 킬러 딱따구리의 비법

김성호 201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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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교수의 발로 쓴 조류 도감 ③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배에 줄무늬 있으면 '큰오색', 없으면 '오색'

  

오색딱따구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섯 가지의 색으로 치장한 딱따구리입니다. 다섯 가지의 예쁜 색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흰색, 검은색, 갈색, 붉은색, 주황색입니다.

 

아래꼬리덮깃에 나타나는 주황색은 어찌 보면 붉은색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냥 주황색이라고 우기겠습니다. 그래야 오색이 되니까요. 그렇더라도 암컷은 머리에 붉은색이 없으니 엄밀히 말하면 사색딱따구리인 셈입니다. 크기는 23 센티미터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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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딱따구리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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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딱따구리 암컷

 

큰오색딱따구리는 오색딱따구리보다 약간 큽니다. 오색딱따구리보다 2 센티미터가 커서 25 센티미터 정도이니 자연에서 이들을 만나 육안으로 크기를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크기에 따라 우리나라의 딱따구리를 나열해 보면 까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의 순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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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색딱따구리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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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색딱따구리 암컷

 

슬쩍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오색딱따구리와 큰오색딱따구리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수컷의 경우 큰오색딱따구리는 머리 윗부분 전체가 붉고, 오색딱따구리는 머리 뒷부분만 붉습니다. 암컷은 오색딱따구리와 큰오색딱따구리 모두 머리에 붉은 색이 없으므로 머리만 보아서는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 배 부분이 서로 다릅니다. 큰오색딱따구리의 배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고, 오색딱따구리는 검은색 줄무늬가 없이 온통 하얗습니다. 암수 공통의 차이점이니 큰오색딱따구리와 오색딱따구리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의 흰색 무늬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큰오색딱따구리는 흰색 줄무늬가 가로로 가늘게 여러 겹 있는 반면, 오색딱따구리는 여덟팔자(八)를 뒤집은 모양으로 흰 무늬가 크게 들어가 있습니다.

 

까막딱따구리와 청딱따구리의 어린 새들은 어미 새들의 모습을 똑 닮았습니다. 어린 수컷은 아빠를 닮고, 어린 암컷은 엄마와 같습니다. 그런데 오색딱따구리와 큰오색딱따구리는 어린 새들의 모습이 어미들과 조금 다른 것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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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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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암컷

 

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새는 암수 모두 머리에 붉은색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면 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새를 모두 수컷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엄마 새의 머리에는 없는 붉은색 깃털이 어린 새들에게는 모두 돋아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붉은색의 분포는 암수가 서로 다릅니다. 어린 수컷은 붉은색의 분포가 아빠처럼 넓고 암컷은 조금 좁습니다. 어린 암컷의 머리에 돋은 붉은색이 성장하며 검은색으로 변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어린 암컷의 붉은 깃털은 성장하며 빠지는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 수컷의 경우도 빠지고 다시 나는 것인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오색딱따구리의 경우입니다. 머리 모습으로는 오색딱따구리 어린 새와 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새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러니 오색딱따구리가 어린 새를 키울 때는 마치 큰오색딱따구리의 어린 새들을 대신 키우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아빠는 머리 뒷부분만 붉은데 어린 새들은 큰오색딱따구리처럼 머리 윗부분 전체가 붉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색딱따구리 어린 새들의 머리에 돋은 털이 어떻게 바뀌어갈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머리 윗부분 전체가 붉은 어린 새가 아빠처럼 뒷부분만 붉어지려면 어릴 때의 털이 완전히 다 빠지고 뒷부분에서 새롭게 붉은 털이 나는 방법뿐입니다. 이러한 점에 기초할 때 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수컷도 같은 방법을 택할 가능성은 무척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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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수컷에게 먹이를 주는 오색딱따구리 암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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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암컷에게 먹이를 주는 오색딱따구리 수컷

 

까막딱따구리와 청딱따구리도 나무 속에 숨어있는 딱정벌레 애벌레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주요 먹이활동은 점성이 높은 물질이 분비되는 긴 혀를 이용하여 개미를 혀에 붙여서 먹을 때가 많습니다. 개미핥기의 먹이활동과 비슷합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지만 그 큰 덩치의 개미핥기도 개미를 주식으로 삼아 늠름히 생활하는 것을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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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작은 구멍만 뚫고도 나무 속에 숨은 딱정벌레 애벌레를 잡는 모습.

 

그런데 까막딱따구리와 청딱따구리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큰오색딱따구리와 오색딱따구리의 주식은 딱정벌레 애벌레입니다. 이들이 딱정벌레 애벌레를 잡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나무 깊숙이 숨어있는 애벌레를 나무를 통째로 뜯어내고 잡아야 한다면 먹이를 취해 얻는 에너지보다 먹이를 잡는데 사용하는 에너지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나무껍질을 두드리는 것으로도 어디에 딱정벌레 애벌레가 숨어있는지를 정확히 알아냅니다. 위치 파악이 되면 아주 작은 구멍만 뚫습니다. 그 다음 긴 혀를 구멍에 집어넣어 쑥 끄집어냅니다. 다 살게 되어 있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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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큰오색딱따구리 육아일기><동고비와 함께한 80일><까막딱따구리의 숲>의 저자로서 새가 둥지를 틀고 어린 새들을 키워내는 번식일정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로 세세히 기록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만난 생명들의 20년 이야기를 담은 생태에세이 <나의 생명수업>을 펴냈다.
이메일 : genexp@cho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phil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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