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위에서 팔딱이는 물고기가 진화 역사 새로 쓴다
킬리피시 등 잘 조절된 '꼬리 튕기기' 동작 구사 드러나
다리 진화 이전에도 물고기 육상 진출 가능했다
▲육상에서 모스키토 피시가 '꼬리 튕기기'를 하는 동작의 연속 사진. 사진=노던 아리조나 대
물고기 가운데는 짱뚱어나 말뚝망둥어처럼 물과 뭍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들이 있다. 갯벌처럼 특별한 환경에 적응해 진화한 종들이다.
그런데 완전히 물속에서 사는 물고기 가운데에도 물 밖을 이동하는 종류가 있다. 일시적으로 생기는 웅덩이에 주로 사는 킬리피시란 송사리 종류의 물고기가 그런 예이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에 사는 이 물고기의 알은 건조한 상태에서 잘 견뎌 우편으로 보낼 수 있을 정도다. 물이 마르거나 포식자가 접근하면 이 물고기는 땅위로 몸을 날려 팔딱거리며 다른 웅덩이로 도망친다(동영상 1 참조).
▲동아프리카 킬리피시의 한 종류.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동영상 1) 킬리피시의 육상 이동 모습
앨리스 깁 등 미국 노던 애리조나 대 생물학과 연구진은 이처럼 주로 물속에 살지만 조건이 나빠지거나 천적의 공격을 피해 육지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고속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은 육상 이동을 위한 특별한 기관이 없는데도 육상 이동을 위한 잘 조절된 동작을 해 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진이 '꼬리 튕기기'로 이름붙인 이들 물고기의 동작은 땅 위에서 머리를 꼬리 쪽으로 최대한 굽혀 탄력을 얻은 뒤 용수철처럼 공중으로 튀어 올라 몸을 반대 편으로 굽혀 활공하는 2단계로 이뤄진다(동영상 2 참조).
(동영상 2) 모스키토 피시의 '꼬리 튕기기' 육상 이동 모습(자료=노던 애리조나 대)
이들의 육상 동작은 낚시로 잡혀 육지로 끌려온 송어처럼 무작정 펄쩍 펄쩍 뛰는 것과는 다른 잘 조절된 행동이었다.
연구진은 이런 동작이 물고기가 물속에서 놀라 급출발할 때의 동작과 같은지를 분석했더니, 얼핏 비슷해 보여도 여러 종의 물고기에서 일관되게 다르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시 말해, 육상 이동을 위해 별다른 해부학적 변화 없이 새로운 행동을 진화시킨 것이다.
진화생물학자인 깁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물고기들이 지느러미가 다리로 바뀌거나 뒷지느러미가 빳빳하게 바뀌지 않아도 육지를 돌아다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진화론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깁 박사는 "척추동물의 육상 진출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주 일어났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송사리류인 모스키토피시와 잉어과인 제브라피시가 모두 같은 '꼬리 튕기기'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깁 박사는 "두 종은 약 1억 5000만년 전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음에 비춰 이들의 행동은 적어도 그만큼 오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실험 동물학 A: 생태 유전학 및 생리학> 최근호에 실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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