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에게 육아 맡긴 ‘얌체 종결자’ 뻐꾸기 탁란 현장

윤순영 2011.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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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미에 그 새끼, 뱁새알 밀어내고 둥지 독차지

남의 애인줄도 모르고 뱁새는 지극정성으로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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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머리오목눈이 집을 차지하여 자라난 뻐꾸기 새끼

 

지난 20일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둥지에 뻐꾸기 새끼가 자라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 소재의 카페를 찾아갔다.

7월5일 5개의 알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뻐꾸기 알이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 뻐꾸기가 알을 낳고 간 것이다. 3일 뒤 한 마리만 둥지에서 부화했고 나머지 알 4개는 사라졌다. 뻐꾸기 새끼가 알을 다 밀어내고 혼자서 둥지를 차지한 것이다. 철쭉 나뭇가지 사이에 둥지보다 큰 뻐꾸기 새끼가 붉은 입 천장을 보이며 경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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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가 알을 맡긴 튼 카페의 철쭉 숲


일찍 제보를 받았다면 뻐꾸기의 탁란(남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행위) 과정과 뻐꾸기 새끼가 오목눈이 알을 밀어내는 과정을 기록할 수 있었을 덴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뻐꾸기는 직접 둥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새(개개비, 산솔새,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하나 낳아 그 새끼만을 기르게 하는 대표적인 탁란을 하는 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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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머리오목눈이 양부모가 온 것을 알고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뻐꾸기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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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먹이는 붉은머리오목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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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입 깊숙이 넣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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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머리오목눈이보다 큰 뻐꾸기 새끼의 입속으로 오목눈이의 머리가 통째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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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먹인 뒤 훌쩍 큰 '새끼'를 대견스럽게 쳐다보는 오목눈이.

 

뻐꾸기의 몸 길이는 36cm이지만  붉은머리오목눈이는 13cm의 아주 작은 새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기의 새끼로 착각하여 자기보다 큰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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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보다 뻐꾸기 새끼가 더 크다.


탁란이란


새, 물고기, 곤충이 같은 종 또는 다른 종 개체에게 자기 알의 부화와 새끼 양육을 맡기는 기생 행동을 가리킨다. 둥지를 짓고 새끼를 기르는 부담을 피할 수 있지만 당하는 쪽은 노력을 기울이고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지 못하는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탁란을 하는 새의 새끼는 재빨리 부화해 얼른 자라나 둥지를 독차지한다. 숙주의 알이나 새끼를 제거하는 뻐꾸기 형과 달리 숙주의 새끼와 함께 자라는 북미갈색머리흑조 형도 있다.


물고기 가운데도 이 두 가지 유형의 탁란이 모두 나타난다.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에 사는 메기의 일종은 알을 입속에 넣어 부화시키는 키클리드에 탁란한다.


또 우리나라의 돌고기는 꺽저기의 산란장에 침입해 자신의 알을 낳고 도망치며, 감돌고기는 꺽지의 산란장에 탁란하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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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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