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원숭이 뗏목 타고 남미로 갔다

조홍섭 2015. 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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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서 3600만년 전 화석 발견, 아프리카 원숭이와 비슷해

홍수로 떠내려온 땅덩어리 타고 8~15일만에 대서양 횡단

 

JORGE GONZÁLEZ.jpg » 화석을 토대로 복원한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랜 원숭이 모습 상상도. 그림=호르헤 곤살레스

 
원숭이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사는 구세계 원숭이와 중앙·남아메리카에만 서식하는 신세계 원숭이로 구분된다. 타마린, 거미원숭이, 코주부원숭이 등 신세계 원숭이는 코가 납작하고 콧구멍이 옆으로 난 특징을 지닌다. 또 큰 종들은 나무를 쥘 수 있어 ‘제5의 다리’로 불리는 긴 꼬리가 있다.
 
신세계 원숭이의 기원은 생물학계의 오랜 수수께끼였다. 화석기록을 조사하면 가장 오랜 조상은 약 2600만년 전에서 딱 그쳐 버리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신세계원숭이의 조상은 어디서 왔을까.

 

Kevin O'Connel_Cacajao_calvus_ucayalii.jpg » 신세계 원숭이는 코가 납작하고 콧구멍이 옆으로 난 특징이 있다. 사진은 붉은대머리와카리. 사진=Kevin O'Connel, 위키미디어 코먼스
 
한때 과학자들은 대륙이동설에서 해답을 찾았다. 5억1000만~1억8000만년 전 지구의 모든 대륙은 하나로 뭉쳐 초대륙 판게아를 형성했다. 이 가운데 남쪽의 대륙을 곤드와나라고 하는데, 현재 남반구에 있던 모든 대륙과 인도로 이뤄졌다.
 
남아메리카는 남쪽 끝으로 남극 대륙과, 동쪽으로는 아프리카와 붙어있었다. 지도에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해안선이 떼어낸 것처럼 일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The continents Laurasia-Gondwana 200 million years ago.png » 약 2억년 전 초대륙 판게아의 모습. 남쪽이 곤드와나이다. 그림=위키미디어 코먼스
 
대륙이동설로 설명한다면,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원숭이의 조상이 남아메리카가 떨어져 나가면서 자연히 두 대륙으로 나뉘어 따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설의 치명적 약점은 대륙이 분리된 시점과 포유류에서 원숭이가 진화한 시점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남아메리카는 65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최초의 원숭이 화석은 5500만년 전의 것이다. 무려 1000만년이나 차이가 난다. 신세계 원숭이는 두 대륙이 나뉜 다음에 생겨난 것이다.
 
남아메리카는 아프리카와 나뉜 뒤에도 오랫동안 남극과 붙어있다가 3000만년 전쯤 떨어져 나가 섬처럼 외딴 대륙이 됐다. 파나마 해협이 사라져 북아메리카와 붙은 것은 약 300만년 전의 일이다.
 
여기서 나온 가설이 ‘뗏목 이동’ 가설이다. 무언가의 수단으로 아프리카 원숭이가 대서양을 건너 신세계로 건너갔을 것이란 주장이다.
(■ 관련 기사: 마다가스카르 동물들의 표류기)


2600㎞ 이상 떨어진 망망대해를 연약한 원숭이가 건너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분자생물학과 화석 연구 결과는 이 가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폭풍이나 홍수로 떨어져 나간 땅덩어리를 뗏목처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생물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식물은 물론이고 뱀이나 거북, 포유류 등의 이동 사실이 밝혀졌다.

 

ndres Rinderknecht and Ernesto Blanco.jpg » 신세계 원숭이의 가장 먼 조상으로 밝혀진 페루피테쿠스의 어금니 화석. 이 원숭이는 다람쥐 크기였다. 사진=마리아노 본드 외, <네이처>
 
최근 이 가설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면서 이주 역사를 대폭 앞당기는 발견이 이뤄졌다. 2010년 아마존강 상류인 페루 동부지역에서 3종의 원숭이 어금니 화석이 발견됐다. ‘페루피테쿠스’라고 이름지어진 이 원숭이는 형태가 현존하거나 멸종한 어떤 신세계 원숭이와도 닮지 않았고 당시의 아프리카 원숭이와 매우 비슷했다.
 
게다가 그 시기도 이제까지 가장 오랜 신세계 원숭이의 2600만년 전보다 1000만년 더 거슬러 오른 3600만년 전으로 밝혀졌다.
 
신생대 에오세 후기인 3500만년 전에는 해수면이 급격히 하강해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거리가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고 중간에 커다란 섬들도 드러나 있어 원숭이의 뗏목 표류가 지금보다 용이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해 왔다. 고 해류와 풍향 등에 비추어 '뗏목'은 8~15일 만에 대서양을 횡단했을 것으로 본다.

 

pri1.jpg » 2000만~5000만년 전 사이 대서양의 폭 변화. 흰 선이 현재의 해안선이다. 해수위가 낮아지면서 바다의 폭이 줄고 섬들이 드러난다. 그림=<남아메리카 영장류> 2009
 
마리아노 본드 아르헨티나 자연사박물관 고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이 이 발견을 토대로 작성한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5일치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이번에 새로 밝혀진 아프리카 원숭이의 남아메리카 도달시기는 기니피그 형 설치류의 도달시기와 비슷해 포유류가 어떻게 대서양을 건너 확산했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니피그형 설치류는 머리와 몸집이 크고 꼬리가 짧은 남아메리카에만 서식하는 쥐 종류이다. 길이가 1m에 이르는 카피바라를 비롯해 아구티, 우리나라에 외래종으로 유입된 뉴트리아 등이 여기 포함된다. 이들도 원숭이처럼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에 확산된 것으로 추정돼 왔다.

 

Adrian Pingstone_1280px-Bristol_zoo_capybara_arp.jpg » 지상 최대의 쥐인 남아메리카 카피바라. 사진=Adrian Pingstone, 위키미디어 코먼스
 
진화생물학자 앨런 드 퀘이로스는 지난해 발간한 책 <원숭이의 항해-생명 역사를 다시 쓰게 한 믿을 수 없는 여행>에서 “이 과정은 폴리네시아인이 남태평양 섬들을 차례로 점령해 나간 것과 비슷할 것이다. 물론 원숭이의 항해는 훨씬 산발적이고 힘들었을 것이다(배가 없었으니). 또 아마도 수천년이 아니라 수백만년의 기간 동안 이뤄졌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뗏목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 이주한 신세계 원숭이는 현재 130종으로 분화해 생태계에서 다양한 구실을 하는 매우 중요한 동물로 자리 잡았다. 원숭이는 성공한 이민자였다.

 

Henry Ogg Forbes_Handbook_to_the_Primates_Plate_21.jpg » 거미원숭이의 일종. 꼬리는 제5의 다리 구실을 한다. 신세계 원숭이는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림=Henry Ogg Forbes, 위키미디어 코먼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riano Bond et. al., Eocene primates of South America and the African origins of New World monkeys, Nature, doi:10.1038/nature1412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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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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