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

조홍섭 2021. 0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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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좋아하는 고산 중심 보호구역…반달곰, 사향노루 보호 못 받아 급감


pa1.jpg » 중국 자이언트판다 보호구역의 무인카메라에 찍힌 반달가슴곰. 반달곰은 판다가 선호하는 고산지대가 아니라 나무 열매가 많은 낮은 산의 활엽수림이다. 왕 팡, 미시간 주립대 제공

자이언트판다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 있고 넓은 영역에서 사는 동물을 우산종 또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만 보전하면 그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많은 동물도 보전되는 편리한 ‘대표 동물’이다.


캘리포니아 북부의 점박이올빼미를 보전해 그 숲에 사는 멸종위기 도롱뇽과 연체동물도 지킨 성공 사례도 나왔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동물을 내세우면 모금 등 재원 마련도 쉬워진다.


그러나 보전의 편의를 위한 이런 전략이 개별 동물의 독특한 생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왕 팡 중국 푸단대 생물학자 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산종인 자이언트판다가 과연 우산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광범한 판다 서식지에서 무인카메라 등을 이용해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생물학적 보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동물 집단을 보호하는 지름길로서 우산종을 활용하는 위험이 드러났다”며 “단일한 카리스마 종에 보전 재원이 집중되면서 다른 지역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류 지앙궈 미국 미시간 주립대 교수는 “판다에 좋다고 자동으로 다른 모든 종에게도 좋은 건 아니”라며 “다른 종은 저마다 특별한 선호와 요구가 있는 법”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pa2.jpg » 무인카메라에 찍힌 중국 남서부 보호구역의 자이언트판다. 개체수가 늘어 멸종위기 등급이 완화됐다. 왕 팡, 미시간 주립대 제공

국가적 자랑이기도 한 자이언트판다를 보전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2003년부터 67개 자연보호구역을 묶어 벌목 금지 등 다양한 보전 대책을 펴 왔다. 덕분에 국제자연보전연맹은 판다의 멸종위기 등급을 ‘멸종위기’에서 ‘위협’으로 낮추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보전조처 덕분에 함께 살던 다른 포유동물도 살기 좋아졌을까. 중국 중부 및 남서부인 이 지역은 세계적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판다 말고도 난쟁이사향노루, 반달가슴곰, 소과의 대형 발굽 동물인 타킨, 산양 비슷한 중형 발굽 동물인 시로 등 다수의 세계적 멸종위기종이 서식한다.


pa3.jpg » 무인카메라에 찍힌 난쟁이사향노루. 중국 남부와 베트남에 서식하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왕 팡, 미시간 주립대 제공

조사 결과 판다와 달리 반달가슴곰과 난쟁이사향노루의 개체수는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구역을 정비해 잘 관리했는데도 보호구역 안 반달곰과 사향노루 서식지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보호구역 밖에서보다 안에서 반달곰 서식지가 줄어든 면적이 2배나 넓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판다의 까다로운 성향과 관련된다. 판다는 주식인 대나무가 많고 경사가 완만하며 사람이 출몰하지 않는 곳을 선호한다. 이런 곳은 고지대의 오래된 침엽수와 활엽수의 혼합림이고 보호구역도 이런 지역을 중심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반달곰과 사향노루가 좋아하는 곳은 저지대의 활엽수림과 관목림이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은 보호구역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곳에선 가축과 먹이를 경쟁해야 하고 관광을 위한 도로건설도 벌어진다. 무엇보다 반달곰과 사향노루는 단골 밀렵 대상이다.


pa4.jpg » 보호구역을 정비한 이후 서식지 적합도의 변화. 녹색 점은 증가, 갈색은 감소를 가리킨다. 판다의 서식여건이 크게 향상된 반면 반달곰과 사향노루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왕 팡 외(2020) ‘생물학적 보전’ 제공.

왕 팡은 “중국은 판다 보호구역을 설치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제 한 사이즈의 옷이 모든 이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한 종을 구하는 데서 나아가 동물 집단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한 가지 대안으로 반달가슴곰을 또 하나의 우산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달곰은 넓은 영역에 걸쳐 사는 잡식동물로 쉽게 서식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사람의 간섭에 그렇게 민감하지도 않기 때문에 전체 생태계를 대표할 만하다”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논문: Biological Conservation, DOI: 10.1016/j.biocon.2020.1089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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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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