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적에게 내주는 ‘이기적 물고기’ 발견

조홍섭 2013. 0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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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담수어 실험 결과, 동료에 상처 입혀 추격하는 포식자 유인

하나 희생으로 무리 전체 이득, 적극적 이기적 행동 진화

 

 Paul Bentzen _달하우지대.jpg » 중남미의 개울에서 무리지어 헤엄치는 두 점 아스티아낙스. 추격하는 포식자 앞에서 동료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이기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폴 벤첸, 캐나다 달아우지대

 

포식자를 늘 피해야 하는 동물이 무리를 이루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홀로 포식자를 감시하는 것보다 함께 경계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많은 눈 효과’가 나타난다.
 

포식자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이득도 있다. 포식자에게 쫓기더라도 무리 속에 숨어버리면 포식자는 누굴 추적했는지 헷갈릴 터이다.
 

그렇지만 무리 생활은 대가를 요구한다. 먹이를 함께 나눠 먹어야 하니 자원 경쟁이 치열해진다. 또 병원체에 감염될 위험도 커진다.
 

당연히 집단의 혜택은 누리면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무임승차 행동을 집단 안에서 응징하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무리가 유지될 수 없다. 뒤집어 얘기한다면, 안정적인 무리에서 이기적 행동은 결국 손해이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이기적 행동을 한 결과 무리 전체가 이득을 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브라질에서 소떼를 몰고 다니는 목동은 ‘식인 물고기’ 피라니아가 들끓는 강을 건널 때 무리 가운데 가장 값어치가 떨어지는 소를 먼저 물속으로 몰아넣는다. 피라니아가 이 소로 잔치를 벌인 뒤 다른 소를 안전하게 건네는 것이다. 자연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동이 관찰됐다.
 

univ louisiana.jpg » ‘두 점 아스티아낙스’. 열대어 테트라와 친척뻘이다. 사진=루이지애나 대학

 

브라질의 동물행동학자 등은 실험실에서 ‘두 점 아스티아낙스’란 담수어로 이런 적극적인 이기적 행동을 조사했다.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개울에 흔히 사는 이 물고기는 무리를 이뤄 동물플랑크톤과 식물 등을 먹는 온순한 물고기이다. 수족관에서 기르기도 하는데, “가끔 동료의 비늘을 먹는 행동을 하니까 조심하라”는 도움말을 주기도 한다.
 

연구진은 어항에 이 물고기 무리를 넣고 적극적으로 추격하는 포식자, 잠복하는 포식자, 물 밖에서 공격하는 조류 등 다양한 포식자가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exp3.jpg » 실험장치. 인기척 없이 인공으로 만든 포식 물고기 모형으로 실험 물고기 무리를 추적하도록 고안돼 있다. 사진=굴라르트 외, <동물 행동>

 

exp1.jpg » 실험에 쓴 잠복 포식자 모형. 사진=사진=굴라르트 외, <동물 행동>  

 

포식자가 끈질기게 쫓아다니자 물고기 무리에 불안이 고조됐다. 어떤 한계를 넘자 무리 가운데 한 마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물고기는 피부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었다.
 

잠복하는 포식자나 물새가 있을 때에는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또 포식자와 무관한 낯선 물체로 물고기를 추적하는 대조 실험에서도 불안은 증폭됐지만 무리의 일원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행동이 무리 생활에서 나타나는 적극적인 이기적 행동의 새로운 사례라고 주장했다. 물고기 대부분은 피부에 화학적 경보 신호를 발산하는 특정한 세포를 갖고 있다. 물고기가 포식자에게 공격받아 피부가 손상되면 이 경보는 주변에 퍼져 무리의 다른 물고기들이 대피하도록 한다.
 

exp2.jpg » 피부가 손상됐을 때 경보 신호를 보내는 화학물질을 간직한 세포(화살표). 사진=사진=굴라르트 외, <동물 행동>

 

그러나 이런 신호는 포식자에게 강력한 유인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 실험에서 쫓기던 물고기들은 자신의 동료 가운데 하나에게 상처를 입혀, 그 화학신호를 맡은 포식자의 공격이 그리고 쏠리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 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적극적인 이기적 행동은 학습이 아니라 자신의 포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응한 진화의 결과로서 무리 생활이 지닌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대가”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oulart, V. D. L. R., Young, R. J., Selfish behaviour as an antipredator response in schooling fish?, Animal Behaviour (2013), http://dx.doi.org/10.1016/j.anbehav.2013.05.04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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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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