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사자, 표범, 재규어의 고향은 히말라야

조홍섭 2013. 11. 19
조회수 46819 추천수 0

티베트서 가장 오랜 화석 발견, 대형 고양이과 동물 '아시아 기원설' 확인

넓은 이마는 추운 기후 적응, 히말라야 산맥 솟으면서 세계로 확산

 

새로 발견된 고양이과 맹수 조상_s_Mauricio-Anton.jpg » 새로 발견된 고양이과 맹수 조상의 화석을 바탕으로 복원한 모습. 현생 눈표범과 비슷하다. 그림=모리시오 안톤, <왕립학회보 비>

 

호랑이, 사자, 표범 등 대형 고양이과 동물은 서식지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또 이들의 상당수는 아주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언제 출현해 어떻게 분화했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미국과 중국 연구자들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약 200만년 더 오랜 대형 고양이과 동물의 두개골 화석을 발견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발견으로 이들 대형 맹수는 아시아에서 처음 출현했으며 히말라야 산맥이 솟아오르면서 세계 곳곳으로 확산해 분화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USAID Afghanistan_640px-Big_cat_in_Afghanistan.jpg » 아프가니스탄에서 촬영된 눈표범의 모습. 추위에 적응해 눈 사이가 넓고 꼬리가 뭉툭하다. 사진=아프가니스탄 USAID,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양이과 동물 가운데 덩치가 큰 표범아과에는 호랑이, 사자, 재규어, 표범, 눈표범, 구름표범 등이 속해 있다. 여태껏 이들의 기원과 분화를 설명하는 길은 현생 맹수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추론하는 것뿐이었다.

 

2006년 미국 과학자들은 분자생물학 연구를 통해 대형 고양이과 동물이 1000만~1100만년 전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해 퍼져나갔다고 밝혔지만, 기존의 화석연구와 어긋나는 부분이 많아 논란이 거듭됐다.
 

이제껏 알려진 가장 오래된 대형 맹수의 화석은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것으로 380만년 전 두개골 조각 등이 전부였다. 그런데 2010년 미국 남 캘리포니아 대학 돈사이프 캠퍼스의 박사과정생이던 잭 쳉은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인 티베트의 오지를 조사하다 강변에서 동물 화석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cranium.jpg » 이번에 발견된 대형 고양과 동물의 두개골 화석(오른쪽)과 3차원 복원 모습. 사진=모리시오 안톤, <왕립학회보 비>

 

절벽에 묻혀있다 침식돼 떨어져 나온 120개의 화석은 지금은 멸종한 영양, 말, 코뿔소의 것이었는데, 그 속에 대형 고양이과 동물 3마리의 거의 온전한 두개골 하나를 포함해 이빨과 턱뼈 등이 들어있었다.
 

이 맹수는 체중이 20㎏ 정도로 호랑이와 사자는 물론이고 눈표범보다도 약간 작았던 것으로 추정됐는데, 추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찬 공기를 데우는 구실을 하는 부비동이 커 이마가 넓었다.

 

Panthera-blytheae-Mauricio-Anton.jpg » 이번에 발견된 대형 고양이과 동물 화석 두개골과 이를 복원한 모습. 그림=모리시오 안톤, <왕립학회보 비>
 

이번 연구로 대형 고양이과 동물의 기원은 400만~590만년 전으로 끌어 올려졌고,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했다는 기존 연구가 확인됐다. 새롭게 그린 고양이과 맹수의 진화 과정은 이렇다. 약 1640만년 전 티베트에 이들의 첫 조상이 출현했고, 600만년 전에는 이번 화석의 주인공을 비롯해 눈표범의 조상, 호랑이의 조상 등 3종이 아시아 고원지대를 누볐다. 사자와 재규어는 훨씬 나중에 가지 쳐 진화한다.

big cat map_s.jpg » 대형 고양이과 동물의 확산 과정. 그림=모리시오 안톤, <왕립학회보 비>

 

티베트 고원의 남서부에는 다양한 말, 영양, 여우 등의 화석이 출토된다. 당시의 기후는 건조했고 너른 평원과 히말라야의 가파른 절벽이 있는 경관이 펼쳐졌다. 히말라야 산맥이 차츰 솟아오르면서 동물들의 서식지는 나뉘었고 맹수들도 그들을 따라 흩어져 다양한 환경에 적응했다.
 

그런 점에서 티베트 고원지대는 대형 고양이과 포식동물이 기원해 분화한 곳일 뿐 아니라 그들의 먹이였던 다양한 초식동물이 다가올 빙하기에 적응할 ‘훈련장’이자 빙하기 때 피난처 구실도 했을 것이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왕립학회보 비>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Z. Jack Tseng et. al., Himalayan fossils of the oldest known pantherine establish ancient origin of big cats, Proc. R. Soc. B 2014 281, 20132686, published 13 November 201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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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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