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이자 살인자, 이웃집 베짜기개미

조홍섭 2014.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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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충거미, 치명적 천적 가죽거미가 기피하는 베짜기개미 근처에 둥지

열대숲 개미와 말벌은 인기 '경호 동물'…서식지 선택의 복잡성 보여줘

 

Mke Keeling_flickr.jpg » 독이 든 점액을 상대에게 뿜어 꼼짝 못하게 만든 뒤 잡아먹는 가죽거미(침 뱉는 거미). 이 무서운 천적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깡충거미는 '무서운 보호자' 베짜기거미 곁으로 들어갔다. 사진=마이크 킬링, 플리커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녹색혁명’의 산실인 필리핀 로스바뇨스에 있는 국제벼연구소(IRRI) 주변 열대림에는 다양한 거미와 개미가 서식한다. 뉴질랜드 곤충학자들은 여기 사는 깡충거미와 그 천적인 가죽거미, 그리고 베짜기개미 사이의 독특한 관계에 주목했다.
 

깡충거미는 왁스질의 반들반들한 잎사귀 위에 집을 짓는데, 열이면 아홉이 주변에 베짜기개미가 있었다. 깡충거미는 이 개미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데, 실은 이 개미는 종종 깡충거미를 잡아먹는다.
 

베짜기개미는 워낙 자기 영역을 중시해 남이 들어오면 사정없이 공격한다. 망고 플랜테이션에서 해충을 쫓는 용도로 이 개미를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깡충거미는 왜 이 위험한 이웃을 선호하는 걸까.
 

시메나 넬슨 등 캔터베리대 곤충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베짜기개미가 깡충거미에게 일종의 보호자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행동생태학 및 사회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ti1.jpg » 가죽거미에게 붙잡인 깡충거미. 사진=로버트 잭슨

 

깡충거미의 치명적 천적은 가죽거미이다. 이 거미는 송곳니에서 점액을 먹이에 침처럼 뱉어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한다. 이 점액에는 독이 들어있다. 꼼짝 못하고 점액에 갇혀 중독된 먹이에 접근해 거미줄로 감아 잡아먹는다. 이 때문에 영어로는 ‘침 뱉는 거미’로 불린다.
 

실험 결과 이 거미는 후각이 잘 발달했는데 베짜기개미를 아주 싫어해 그 냄새만 맡아도 일체 접근을 피한다. 가죽거미가 끔찍하게 싫은 깡충거미가 이 사실을 놓칠 리 없다.
 

깡충거미는 시각과 후각 단서를 통해 베짜기개미를 찾아내는데, 개미 둥지 바로 옆에 집을 짓는다. 하지만 이 경호원이 아주 위험하다는 걸 잘 아는지라 건축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거미줄로 둥지의 재질을 아주 단단하고 촘촘하게 만들어 개미가 뚫고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또 집의 양쪽 출입문에는 거미줄로 여닫이 덧문을 달아, 마치 방문에 달린 고양이 출입문처럼 드나들 때만 열리도록 해 놓았다. 또 방안에 들어간 뒤엔 문틈을 막아놓는다. 물론 흔치는 않지만 깡충거미도 자신을 지켜주던 베짜기개미에게 붙잡여 죽기도 한다.
 

ti2.jpg » 자신을 지켜주던 베짜기개미의 먹이가 된 깡충거미. 평소의 안전을 보장받던 대가이다. 사진=로버트 잭슨

 

가죽거미도 굶어죽을 수는 없는 일, 깡충거미의 집을 발견하면 앞발로 툭툭 건드려 안에 거미가 들어있나 확인한다. 깜짝 놀라 기척을 보이면, 밤을 이용해 깡충거미의 집 위에 자신의 둥지를 짓는다. 깡충거미가 먹이를 잡기 위해 집문을 드나들 때를 노려 침을 뱉을 속셈이다.
 

여러 생물 종이 어울려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연히 서식지가 같을 수도 있지만 서로서로 의지하기 위한 예가 많다.
 

청각이나 시각 등 특정한 감각이 발달한 다른 종이 한곳에 있으면 포식자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알아내는 데 유리하다. 또 새들은 개미가 사는 나무에 둥지를 쳐 해충의 접근을 차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개미와 진딧물 사이 말고도 곤충 사회에서 개미가 유용한 보호자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보여줬다. 열대림에서는 개미나 말벌을 보호자로 삼는 곤충이 많다.
 

연구 책임자인 넬슨은 “개미 영역 안에 들어가 개미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으면서 함께 사는 절지동물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을지 모른다. 개미와 다른 절지동물 사이의 관계를 더 자세히 조사한다면 이번에 우리가 밝힌 것 같은 유사한 사례를 많이 발견해, 미소 서식지 선택과 그 생태적 영향이 얼마나 복잡한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elson, X.J. & Jackson, R.R. (2014). Timid spider uses odor and visual cues to actively select protected nesting sites near ants, 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 DOI 10.1007/s00265-014-1690-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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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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