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판의 경계경보, 황오리를 아시나요?
황오리 해마다 월동 개체 수 감소
겨울 탐조여행에 처음 나선 사람이라면 비슷비슷하게 생긴 수많은 오리류를 보고 종을 가려내는 탐조 선배가 놀라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초보자의 눈에도 선명하게 구분되는 오리가 있다. 오렌지 색에 가까운 노랑색에 기러기 비슷하게 생긴 오리,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황오리'란 말이 절로 나온다.
겨울철 흔치 않게 볼 수 있는 황오리는 몸 길이 약 60~65㎝의 제법 큰 오리이며, 전체적으로 황갈색을 띠어 암수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수컷의 목에는 검은색의 띠가 있어 구분할 수 있다.
▲황오리의 얼굴 암컷 머리부분이 더 밝다.
▲황오리 수컷의 목에는 검은 테가 있다.
▲들판을 여우롭게 산책하는 황오리 암컷.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날개 깃이 검은색이고 날개 덮깃은 흰 색이어서 날 때에는 검은 색과 흰색이 뚜렷한 대조를 이루어 다른 종류의 오리와 구분이 쉽다.
▲목에 테가 있는 황오리 수컷(왼쪽).
▲달을 향해 날아가는(?) 황오리.
▲다른 황오리보다 옅은 빛깔의 황오리.
황오리는 몸매가 기러기처럼 보이고 날 때에도 기러기처럼 요란스러운 소리를 낸다. 몸살 앓는 고양이 소리와 비슷하게 연속적인 소리가 독특하다. 몸 색깔은 황색이며, 얼굴은 몸보다 밝은 황색을 띤다.
▲날아오르는 황오리. 날개의 검고 흰 빛깔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 다른 오리와 구별하기가 쉽다.
충청북도 이남에서만 볼 수 있고 해안 가까운 농경지에서 5∼6마리의 작은 무리에서 300∼400마리에 이르는 큰 무리가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함경도를 제외한 동해안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도심을 비행하는 황오리 무리.
한강 하구나 임진강 등지의 갯벌, 농경지, 서해안 부근에서 황오리를 볼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소금기가 있는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침 8시에 주로 농경지에 날아 들어 먹이를 먹는다. 다른 오리류에 비해 매우 민감하여 사람에게 곁을 잘 주지 않는다.
기러기와 다른 오리 떼와는 따로 떨어져 무리를 이룬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 우리나라에 머무는 겨울철새이다. 러시아, 중국의 동북부 및 남부, 아프리카 북부 그리고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70~80년대 우리나라에 수천마리 월동했지만 이젠 찾아오는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한강하구 갯벌과 김포시 일대의 농경지와 인천송도, 시화호, 강화에서만 매우 적은 숫자가 관찰된다. 한강하구에는 1000개체 이내가 찾아온다.
▲재두루미가 볏짚을 들추고 있다.
황오리는 요즘 홍도평야에서 주로 먹이를 먹는데, 재두루미와 협동하는 모습이 특이하다. 부리가 짧은 황오리는 볏짚을 들추어 먹이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재두루미가 헤쳐 놓은 볏짚을 따라 다니며 낱알을 먹는다.
▲황오리와 재두루미가 나란히 논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황오리는 재두루미와 같이 정해진 곳에서 먹이를 먹는 경향이 있으며, 재두루미도 위협 요인을 미리 파악하겠지만 황오리가 먼저 날아 올라 경계심을 자극해 주는 구실을 한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아 오는 황오리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어 황오리의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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