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구 철책선 제거, 평화 ‘염불’보다 ‘개발’ 잿밥 눈독

윤순영 2012.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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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공원, 생태공원, 자전거 길…한강 하구 대규모 개발 봇물 터질라

개발계획 앞서 보전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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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대교와 신곡수중보

 

국방부와 김포시, 고양시가 한강하구를 가로지르는 일산대교(김포시 걸포동~양시 이산포 연결) 건설 이후 김포 쪽에는 올림픽대로 종점인 김포시 고촌면 전호리에서 걸포동까지 10.6㎞, 일산 쪽에는 행주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12.9㎞ 등 총 23.5㎞ 길이의 철책선을 제거한다는데 합의했다.

 

한강의 철책선이 42년 만에 철거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 9.7㎞ 길이를 제거할 예정이다. 반세기를 넘는 분단과 적대의 흔적을 지우고 남북한의 평화 정착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데서 국방부와 김포시, 고양시가 뜻을 함께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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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의 철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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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수중보

 

하지만 한강하구 철책선이 제거되기도 전에 나오고 있는 김포시와 고양시의 한강하구 개발계획은 정말 걱정이 된다. 김포시는 김포 신도시 개발과 함께 한강하구를 체육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또한 고양시는 장항습지 일대의 철책선이 제거되면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자전거도로를 설치 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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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선 안 신곡수중보 인근 돌방구지.  재두루미 , 큰기러기를 비롯해 수많은 조류들이 먹이를 먹고 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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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구에서 한가롭게 먹이를 먹는 재두루미 무리.



한강하구의 생태적 가치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개발이 진행된다면 생태계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철색천 때문에 그나마 보호되던 한강하구의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1970년대 한강하구 간척사업과  1980년대 파주에서 서울을 잇는 자유로가 건설되면서 한강하구의 생태계가 얼마나 급격히 파괴됐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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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큰기러기, 재갈매기 무리가 한강 하구 갯벌에서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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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비오리



또한 배후 농경지의 매립은 자연생태의 단절을 가져오고 있다. 현재 한강의 깃대종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120여 마리의 재두루미는 한강하구 생태계의 상징이다.

 

보전 대책 없이 철책선마저 제거된다면 이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를지 모른다.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조류와 어류가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 한강하구는 각종 개발계획에 밀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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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뒤로 고양 신도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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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면 북상 중인 재갈매기 10만 마리가  한강하구  김포대교와 후평리 사구에 날아들어 20일 이상 머물고  간다.


김포시와 고양시의 개발계획대로라면 장항습지에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고양 한류월드, 김포 한강 시네폴리스를 연계해 친환경 하천 둔치가 개발된다. 장항습지에는 관찰시설 4곳, 중앙 전망대, 방문자 센터, 습지연구센터, 탐방로 등이 들어선다.

 

또 군 이동로를 자전거 길로 만들어 인천 강화~경기~강원 고성 등 한반도를 동서로 잇는 평화누리 자전거길 565.6㎞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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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 배후에 농경지를 매립하는 곳에서 재두루미가 위태롭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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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된 농경지는 영농창고라는 명분으로 물류 보관소, 공장으로 불법 이용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또 2016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서울~행주산성~일산 호수공원~파주 통일전망대를 연결하는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기도 북부청은 경인 아라뱃길과 연계해 신곡수중보에 배가 드나드는 통문을 설치하는 등 뱃길을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보전계획도 없이 철색선부터 제거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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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의 시암리 습지.

 

분단시대의 상징인 철책선이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경제권과 생활권을 제한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철책선 덕분에 세계에 내놓아도 훌륭한 강하구 생태계가 조성됐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랑제비꽃을 피우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는 시구처럼, 한강하구는 인간과 함께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동식물들에게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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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

 

또한 사람의 간섭이 배제된 한강하구는 도시화 속에서 잃어버린 ‘자연의 선물’을 간직한 도심 속 허파라 할 수 있다. 한반도를 찾아오는 모든 이동철새들에게 한강하구는 생명 연장선이다. 이처럼 한강하구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는 생명적 가치가 있기에 환경부가 2006년 4월 한강하구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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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의 산남습지.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에는 시암리습지, 장항습지, 산남습지, 등 대규모 습지가 들어있고, 저어새 서식지인 김포시 유도도 포함되었다. 또한 일부 지역은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하는 등 장기적으로 비무장지대와 연계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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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의 청둥오리 떼.

 

그러나 한강하구 지역 고촌면 신곡수중보에서 하성면 전류리까지는 재두루미의 먹이터이자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지역인데도 환경부가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지정 때 제외됐고 심각한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철책선이 제거되면 급격한 개발압력이 예상되고, 이로 인해 김포시 고촌면에서 전류리에 이르는 한강하구 생태계 훼손은 물론 재두루미의 잠자리인 장항습지와 김포시 홍도평 먹이터의 생태계 교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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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걸포동 한강의 작은 섬 독도 앞 갯벌에서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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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구에 앉아 있는 오리떼 위로 날아오르는 재갈매기 무리.

 

한강하구 습지는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생태계가 유린된 한강시민공원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오히려 일본의 쿠시로 및 이즈미, 홍콩의 마이포 습지와 견줄만한 자연 자산이다.

 

이러한 자연자산에 대한 보호계획 없이 우선 철책선부터 제거하자는 인간 편의적 계획이 수립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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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 갯벌의 진귀한 멸종위기종  저어새.


특히 환경부는 습지지역 지정 이후 마치 장항습지만이 습지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처럼 행정을 펴고 있다. 한강하구 습지 지역을 다양성 있게 관리하여 정밀 생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암리 습지와 산남 습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 한강하구 보전을 위한 지역 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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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가 끝나는 곳에 자리한  머므르 섬(유도).


이제 인간의 필요만을 중심에 둔 개발이 시대착오라는 것은 누구나 알게 됐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인간만이 편리하도록 콘크리트 옹벽을 두른 인공하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잘못임을 뻔히 알면서 복원과 훼손을 되풀이하며 돈과 노력을 낭비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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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임진강, 염하강이 만나는 경기도 하성면 시암리 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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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포구. 한강 어로 한계선인 이곳부터 강화도 철산리까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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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하강, 예성강, 한강이 만나는  한강하구의 모습. 작게 보이는 섬이 유도이다.

 

고양시 장항습지와 김포시 홍도평을 자유롭게 오가는 조류들에게, 한강 물속을 헤엄치는 다양한 물고기들에게 인간이 나눈 보호지역과 미 보호 지역은 의미가 없다. 어느 한쪽이라도 보존계획 없이 훼손된다면 그 여파가 다른 쪽에서도 곧바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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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성면 전류리에서 바라본 시암리 습지 일부 전경.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데 의식주 중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되듯이 조류가 살아가는 데에도 잠자리와 휴식터, 먹이터가 함께 필요하다.

 

거듭 밝히지만  분단의 상징인 한강하구 철책선을 제거하는데 뜻을 같이 한다. 하지만 철책선 제거가 가시화되고, 자치단체들이 한강하구를 인간 중심적으로 개발하기 전에 생태계를 보전할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포시와 고양시는 해당 자치단체, 생태전문가 등이 참가하는 ‘한강하구 보전을 위한 민 관 협의체’를 하루 속히 구성을 제안한다.

 

한강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이제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글·사진 윤순영/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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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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