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때문에 일본에 화난 사람들

물바람숲 2015.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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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황새 산황이(K0008)가 지난 10월26일 전북 군산시 회현면 만경강변을 거닐고 있다. 이 황새는 지난달 일본 오키노에라부 공항에서 숨진 뒤 소각 처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국황새생태연구원 제공
한국황새생태원서 키운 산황이
일본서 사고사 뒤 무단 소각돼
연구원, 일본쪽에 진상규명 요구
복원 힘써온 예산주민들도 성토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황새가 사고로 숨진 뒤 일본의 한 공항이 사체를 소각 처리한 사실이 알려지자 황새를 길러 방사한 한국교원대 한국황새생태연구원이 주한 일본대사관에 항의 공문을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황새 복원과 방사에 힘써온 충남 예산군과 주민 등도 일본 쪽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황새생태연구원은 ‘천연기념물 황새(K0008)의 사망으로 인한 사체 소각 처리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황새의 사망 경위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는 공문을 주한 일본대사관과 문화재청에 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원은 공문에서 “황새가 일본 오키노에라부 공항에서 항공기와 충돌해 숨진 뒤 공항이 소각 처리했다는 소식을 <요미우리신문>(12월17일치)을 통해 확인했다. 황새 사체를 관련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소각 처리한 행위가 귀국의 ‘특별천연물법’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하고, 처리 결과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연구원은 “황새로 인한 항공기 충돌 사고 예방대책을 세워야 하며 두 나라의 황새가 더 안전하게 보호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항공기 충돌로 인한 기체의 흔적 사진자료 △황새 등에 부착한 지피에스(위치추적) 발신기와 다리에 끼운 인식표 △기체 충돌 당시 목격자 진술서 등의 자료도 요구했다. 또 오키노에라부 공항을 관할하는 가고시마현에도 지피에스, 인식표 등의 반환을 요구했다.

이 황새는 지난 4월 연구원에서 태어난 수컷 산황이로, 9월3일 다른 8마리와 함께 충남 예산군 황새공원에서 방사됐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전남 신안군에서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됐고, 이틀 뒤인 26일 아침 7시 이후 위치 발신이 중단됐다. 특히 위치정보 확인 결과 신안에서 출발해 중국, 일본 등지에 이르기까지 34시간 동안 1077㎞를 쉬지 않고 날아간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예산 황새마을 주민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일본 쪽을 성토하고 있다. 김택영 예산군 황새권역위원장은 “지피에스, 인식표까지 있는 황새를 소각 처리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화가 치밀었다. 일본이 철저하게 조사한 뒤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대사관 등을 찾아 항의집회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쪽은 황새가 다른 경위로 숨졌을 가능성과 함께 일본 쪽의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박시룡 연구원 교수는 “몹시 지친 황새가 날다가 비행기에 부딪혀 숨졌기보다 인위적인 사고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9일 일본에서 열린 황새포럼에 일본 쪽 황새 관리 당국에서 여럿이 참석했지만 누구도 황새의 죽음과 소각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조직적인 은폐 의혹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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