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물범은 러시아 물범과 만난다

조홍섭 2013.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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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구진 유전자 분석 결과 중국과 러시아 물범 유전자 교류 밝혀져

중국 물범 급감에도 러시아 '새 피'로 다양성 유지, 한반도 서식지 보전해야 고립 피해

 

mul5_bering sea_noaa.jpg » 유빙 위에서 태어난 어린 물범. 요즘이 한창 번식기이다. 사진은 알래스카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점박이물범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멸종위기 해양포유류이다. 그동안 이 물범을 둘러싸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두 개 있었다.

 

백령도 하늬바다 물범바위에서는 봄부터 가을 동안 수십마리의 점박이물범이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물범이 유명해지자 서산 가로림만, 경남 통영, 강릉 경포호 등 서해뿐 아니라 남해와 동해에서도 물범을 보았다거나 그물에 걸려 죽은 물범을 신고하는 일이 잦아졌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들은 백령도 물범이 이동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데서 온 것일까.

03156515_P_0.jpg » 백령도 하늬바다 물범바위에 올라있는 점박이물범들. 사진=조홍섭 기자

 
백령도 물범은 11월이면 중국 랴오둥 만으로 이동해 유빙 위에서 번식하고 이듬해 3월부터 우리나라로 남하해 온다. 그런데 랴오둥 만의 서식지 상황은 수질오염과 개발, 밀렵 등으로 갈수록 악화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서식환경 악화와 밀집한 그물에 의한 혼획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물범 집단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데도 유전적 다양성은 유지하고 있다. 무언가 ’새 피’를 공급받고 있다는 얘긴데, 그게 무엇일까. 이것이 두 번째 의문이다.

 

mul3.jpg » 그림=녹색연합 <점박이물범 한반도 전해안 서식 실태보고서>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팀은 국립생물자원관의 의뢰를 받아 우리나라와 인근 국가의 물범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런 의문을 풀어줄 결과를 얻었다.
 

이 교수팀은 우리나라 전 해안에서 확보한 물범의 주검 시료와 중국 랴오둥 만, 러시아 표트르대제 만, 오호츠크해 지역의 물범 시료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구한 15개체 중 5개체는 유전적으로 러시아 개체군에 속하고, 나머지 10개체는 러시아와 중국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는 중간 형질을 보였다.
 

점박이물범의 남방개체군은 랴오둥 만과 러시아 표트르대제 만에서 번식한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두 번식지 사이에 유전자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mul2.jpg » 국내에서 수집된 물범의 분포 및 유전형. 빨강색은 러시아로 할당된 개체, 노란색은 두 지역 모두에 속한 개체. 그림=국립생물자원관

 

이 교수는 “동해의 물범은 러시아 개체군, 서해와 남해의 물범은 중국과 러시아 개체군 모두에 속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동해에 중국 개체군 물범이 전혀 오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전적으로 분화됐다고 말하려면 유전자가 0.5% 정도 달라야 하는데 중국 개체군과 러시아 개체군의 차이는 이보다 작은 0.4% 정도에 그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중국 쪽 물범과 러시아 쪽 물범은 부분적으로 짝짓기를 통해 유전자를 교류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두 번째 수수께끼를 풀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이 서식지 사이의 유전자 흐름을 통해 이주율을 추정해 보았더니 중국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것보다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쪽이 많았다. 즉 러시아 쪽에서 온 물범들이 백령도와 랴오둥 만 물범에게 새로운 형질의 유전자를 공급해 주고 있는 것이다.
 

mul4_noaa.png » 세계의 물범 서식지. 짙은 부분이 번식지이다. 그림에서 A가 랴오둥 만, B가 표트르대제 만을 가리킨다. 그림=미국립해양대기국(NOAA)

 

랴오둥 만 물범 서식지에서는 1950년대 한 해 1000마리 이상을 포획하는 등 1970년대까지 밀렵이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산업화 이후에는 비료, 펄프, 피혁 등에서 나오는 유독성 공장폐수와 하수가 랴오둥 만을 세계 3대 수질오염지역으로 바꾸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유빙의 양이 줄어들어 물범이 새끼를 낳을 장소 자체가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랴오둥 만 물범의 수는 급격히 줄었다. 백령도에 찾아오는 물범의 수는 1940년대까지 8000여 마리였으나 현재 300마리 정도만 관찰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서해의 물범 개체수가 모두 해야 500~600마리에 그칠 것으로 추산한다.
 

랴오둥 만과 함께 남방개체군을 형성하는 러시아 표트르대제 만의 개체수를 모두 합치면 약 3300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물범의 최대 서식지인 베링해와 오호츠크해에 각각 10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에 견줘 매우 작은 규모이다.
 

다행히 랴오둥 만보다 개체수가 많은 표트르대제 만의 물범들이 중국 쪽으로 일부 이동함으로써 랴오둥 만 개체수가 급격히 주는데도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gang.jpg » 서산 가로림 만의 물범. 조력발전 예정지여서 서식지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강재훈 기자

 

결국, 우리나라는 물범 남방개체군의 주요 집단인 랴오둥 만과 표트르대제 만 집단을 연결해 주는 다리 구실을 하는 셈이다.
 

이 교수는 “만일 한반도의 서식여건이 나빠져 가뜩이나 상황이 나쁜 중국 물범이 러시아 물범과 단절돼 완전히 고립된다면 그곳 집단이 멸종에 이를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의 물범 보호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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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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