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500m, 10만 년 숨겨야 할 금단의 지하

조홍섭 2011.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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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환경영화제 출품 다큐영화 <영원한 봉인>

핀란드 온칼로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집요한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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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칼로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시험시설의 동굴 모습. 포시바 제공. 

 

이집트 피라미드는 인류가 지은 가장 오랜 인공구조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앞으로도 가장 오래 동안 남을 인류 문명의 유적이 핀란드에 건설 중이다.

 
피라미드의 나이는 4000년이 안 되지만 이 인공구조물은 적어도 10만 년 동안  유지될 것이다. 이 시설은 사용후 핵연료의 심지층 처분장이다.


핀란드 서해안의 유라조키에는 2004년부터 거대한 지하도시가 건설중이다. 화강암 암반을 뚫고 폭 5m, 높이 6.5m의 대형 터널 속에서 발파와 굴착, 암반의 특성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실 건설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 시설이 핀란드 말로 ‘은둔자’를 뜻하는 온칼로이다. 원전에서 태우고 난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해 적어도 10만년 동안 환경과 완벽하게 격리시킨 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한 시설이다.

 

시험이 끝나면 2015년부터 처분장 공사가 시작되면 온칼로는 영구처분장의 들머리로 그대로 쓰이게 된다. 처분장은 지그재그 형태로 암반 속 500m 깊이까지 파고 드는 5㎞ 길이의 터널 끝에 위치한다. 핵폐기물은 터널에서 다시 가지를 뻗은 작은 굴 속에 점토와 함께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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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원한 봉인>의 한 장면. 환경재단 제공. 처분장 터는 현재 침엽수림이지만 빙하시대가 오면 두터운 얼음에 덮이게 된다.

 

 

핀란드의 처분장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영구 처분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엔 기술을 넘어선 논란거리가 숨어있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믿을 수 있을까? 미래 세대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영원히 망각하는 것, 또는 영원히 기억을 전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영원한 봉인>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고준위 핵폐기물을 영구 처분하면서 불거지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을 영상으로 던지고 있는 영화이다.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서울환경영화제(5월19~25일 CGV 상암)에 출품된 이 영화는 덴마크의 미카엘 마센이 2010년 내놓은 작품으로, 온칼로 내부에서 원자력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하는 내용으로 짜여졌다.
 

어두운 지하공간과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핵폐기물 운반시설이 초현실적인 배경을 이루는 가운데, 영화는 핵산업의 아킬레스 건인 핵폐기물의 불확실성을 집요하게 추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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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칼로 사이트의 지하 배치를 보여주는 그림. 포시바 제공.

 

먼저, 핵폐기물을 격리하는 기간인 10만년의 의미를 짚는다. 원전에서 꺼낸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능이 세고 뜨거워 수조에서 약 30년 동안 보관한 뒤에야 처분장으로 옮겨진다.
 

그래도 방사능은 아직 강력해 핵연료로부터 1m 떨어진 곳에서 1시간 동안 있으면 5만 m㏜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사람이 즉사할 강력한 방사선이다. 일반인의 연간 피폭 허용량은 1 m㏜이다. 방사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히 줄어들지만 100년이 지나도 시간당 70 m㏜로 연간 허용기준보다 60만배나 높다. 10만년이 지나야 환경방사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10만년 격리를 목표로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짓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10만년 뒤 핵폐기물이 묻힌 곳은 어떻게 변할까. 이 저장고에는 핀란드에서 가동되는 5기의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 5500t과 매립작업을 하면서 방사능에 오염된 시설을 해체한 폐기물까지 2120년에 모두 묻은 뒤 터널과 들머리까지 모두 메꿔버린다.

 

사업자인 포시바는 기후변화가 지구의 리듬을 헝크러뜨리지 않으면 앞으로 6만년 뒤 빙하기가 올 것으로 예측한다. 저장고 지역은 툰드라로 바뀌고 거대한 빙상에 뒤덮일 가능성도 높다. 과거 빙하기에 비춰 2~3㎞ 두께의 얼음이 뒤덮이면 저장고는 해저 4500m의 수압에 해당하는 엄청난 무게를 추가로 받게 된다. 실험 결과 이런 힘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두께 5㎝의 구리통과 촘촘하게 채운 점토(벤토나이트)는 지진과 지하수 침투로 인한 방사능 유출을 막아준다고 사업자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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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칼로 지하공간의 연구시설 건설 현장. 포시바 제공.

 

핀란드의 핵폐기물 법은 미래 세대에게 현재의 안전 수준보다 높은 부담을 주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술적 안전성만으로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영화는 “과연 후대 인간이 이 시설에 침범할까?”라고 묻는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낙관한다. 이렇게 깊은 곳까지 판다면 현재와 같은 문명일 테고, 당연히 방사성 물질이 묻혀있음을 알 것이란 것이다.

 

하지만 쇠퇴하지 않고 영원히 번성하는 문명이 있던가? 이 저장고가 염두에 두는 기간을 과거로 거슬러 오르면, 인류의 조상은 아직 아프리카 땅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그리고 16세기에 스웨덴 인들은 광물을 찾아 수백m 땅속을 파고 들어간 기록이 있다.
 

아마도 핵 저장고를 보는 미래 세대의 시선은 피라미드를 발견한 현대인의 시선과 비슷할 것이다. 종교적인 시설이나 무덤 또는 보물로 핵폐기장을 볼 가능성이 높다. 후대 사람들은 땅을 파들어가다가 거대한 구리통을 발견하고 그 속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 보고 싶을 것이다. 위험을 느낄 수도 있지만 뭔가 귀중한 것이 숨겨져 있다고 믿을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핵연료봉에 들어있는 우라늄, 플루토늄 등은 실제로 가치가 있는 물질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저장고 주변에 위험한 물질이 들어있으니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을 만들면 어떨까. 세계의 모든 언어로 자세한 정보를 돌에 새겨놓는 것이다. 또는 어떤 문명이 살아남을지 모르니 아예 사람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그림을 그려놓을 수도 있다. 뭉크의 그림 ‘절규’와 같은 분위기라면 뜻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표지는 오히려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들어가지 마시요”나 “만지지 마시요”란 경고문처럼.
 

사실 핀란드 정부의 방침은 이중적이다. 법에는 처분장은 모니터링이나 사후관리가 전혀 필요없도록 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원히’ 잊어버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침은 후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지 않아야 한다는 또 다른 원칙과 충돌한다. 어디에 어떤 물질이 묻혀있는지 알아야 그것이 가능하다. 핵폐기물 법은 처분이 끝난 뒤 관리 책임이 국가에 있으며 관련 정보를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핵폐기물 관련 기록을 수천 세대에 걸쳐 후손에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도 핀란드 어로? 수만년 전 살았던 네안데르탈 인이나 매머드 사냥꾼과 우리 문명은 거의 공통점이 없다. 비슷한 기간 뒤에 우리 후손이 핵폐기물에 대한 설명을 알아들을 것이란 보장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감각, 외모, 욕구, 지식 모든 게 다를 것이다.

 

영화에서 핵폐기물 전문가는 “미래 세대를 믿을 수 있나?”는 질문에 머뭇머뭇 답변을 못 한다. 이 영화는 결국 핵폐기물 매립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길은 전설밖에 없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결론 내린다. 그것도 ‘온칼로 전설’만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 25만t의 사용후 핵연료를 이곳 저곳에 묻은 수많은 비밀의 방에 관한 전설 말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영구 처분장은 매우 과학적인 논리로 건설되는 것 같지만 따져 보면 ‘불확실성 속의 결정’이라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다. 이런 종류의 사업을 할 때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것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원자력 르네상스를 너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시대를 맡은 우리가 원자력을 성찰할 때 필요한 시각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핵폐기물 영구 처분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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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사고 현장의 상상도. <환경재단> 제공.

 

 

 핀란드는 핵폐기물 처분에 관한 한 원자력계의 모범국이다. 1970년대 말 첫 원전을 가동한 이래 핵폐기물 영구처분 비용을 꼬박꼬박 적립해 그 액수가 14억 유로에 이른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를 짓는데 드는 비용은 총 30억 유로(약 4조 6000억원에 해당)로 예상되고 있다.

 

처분장 터는 이미 올킬루오토 원전이 가동중인 곳이다. 주민들의 원전에 대한 신뢰는 저장고 건설의 조건으로 새 원전의 건설을 들었을 정도로 높다. 지난 30년 동안 안전과 지역 주민 고용 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2003년 저장고 터를 주민투표에서 확정했다.

 

핀란드 저장고의 설계는 스웨덴 회사가 맡았다. 스웨덴도 핀란드와 비슷한 최종처분장을 지을 예정이다. 핀란드는 터 선정에 16년, 완공까지 40년을 잡고 있고 스웨덴도 터 선정에서 건설까지 약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자력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현재 원전이 가동되는 어느 나라에서든 핵폐기물을 처분해야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처분 방법은 3가지가 있다.

독일과 캐나다는 북구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용후 핵연료를 그대로 깊은 땅속에 폐기물로 묻는 방안을 채택했다. 미국도 유카 마운틴에 최종처분장을 짓기로 하고 시험시설을 건설 중이나 지역의 반대와 과학적 불확실성 때문에 최종 확정을 미루고 있다.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여전히 고준위 폐기물이 나와 최종 처분장을 찾아야 한다.

 

다른 많은 나라들은 선진국의 동향을 지켜보면서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2016년이면 수조에 임시보관중인 사용후 핵연료가 포화된다. 현재까지 원자력계가 내놓은 관리 방안은 저장을 더 촘촘하게 하고 다른 원전의 빈 공간을 활용하며 중간 저장시설을 확보한다는 것이 고작이다. 핵연료를 재처리할지 그대로 영구처분할지 정책결정은 2040년으로 미뤄놓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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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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