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밟아도 끄떡없는 ‘무쇠 척추’ 뒤쥐 발견
허리뼈 맞물려 강화된 구조, 다른 척추보다 4배 힘 견뎌
아프리카 콩고 습지서, 야자 잎자루 속 애벌레 잡느라 강화 추정
» 신종 '영웅 뒤쥐'의 모습. 강력한 허리뼈를 지녔다. 사진=윌리엄 스탠리
1900년대 초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콩고 탐사대장이던 허버트 랑은 아프리카 적도에 위치한 콩고민주공화국 망베투 족이 부적으로 몸에 지니는 ‘영웅 뒤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지역의 습지 야자 숲에 사는 뒤쥐를 약으로 먹거나 몸의 일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 그야말로 무적의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박물관 학예사였던 조엘 앨런이 1917년 학술지에 발표한 글에 소개된 그의 관찰 내용을 보자.
망베투 족 사람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뭔가 구경거리가 없나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무게 70g인 ‘영웅 뒤쥐’가 얼마나 큰 무게와 압력을 견디는지 보여주는 것을 큰 낙으로 삼는다. 먼저, 늘 하는 대로 여러 가지 주문을 왁자지껄하게 외운 다음, 체중이 72㎏쯤 되는 어른이 맨발로 뒤쥐를 밟고 올라선다. 조심조심 발 하나로 뒤쥐를 딛은 채 몇 분 동안 떠들어 대면서 균형을 잡는다. 이 가련한 짐승은 틀림없이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를 고문하던 사람이 발을 떼자마자 뒤쥐는 몸을 몇 번 털더니 도망가려고 움직였다. 이런 미친 짓에도 끄떡없이, 그리고 군중의 뜨거운 갈채와 부추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원 논문)
» 1910년 우간다에서 처음 채집된 '영웅 뒤쥐'의 표본과 골격 복제물. 스위스 취리히 대 동물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피터 쉬펠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뒤쥐는 1910년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특별한 척추를 지녔음을 알아낸 것은 앨런이 처음이었다. 이 뒤쥐의 허리뼈(요추)는 11개의 뼈로 이뤄졌는데, 뼈와 뼈가 맞물려 강화된 매우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허리뼈는 척추 뼈 가운데 가장 큰 뼈로, 체중의 대부분을 지탱하며 몸통을 움직이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다. 사람은 5개로 이뤄져 있다.
망베투 족이 밟아도 끄떡없던 뒤쥐와 같은 속의 신종 뒤쥐가 콩고민주공화국 추아파 강변 저지대 숲에서 발견됐다. 미국 시카고 필드 박물관 과학자 등은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새 뒤쥐가 1세기 전 발견된 뒤쥐보다 무게가 좀 가볍고 털도 짧지만 8개의 뼈로 이뤄진 복합구조의 허리뼈는 마찬가지로 강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뒤쥐는 다른 척추동물에 비해 체중당 4배 강한 힘에 버티며, 척추를 중심으로 비틀었다가 회복하는 힘도 5배 강하다고 이 논문은 밝혔다.
» 보통 뒤쥐(맨 위)와 1910년 발견된 '영웅 뒤쥐'(가운데), 이번에 발견된 '영웅 뒤쥐' 신종의 허리뼈 모습(왼쪽)과 갈비뼈가 붙어있는 전체 모습(오른쪽). 사진=윌리엄 스탠리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영웅 뒤쥐’가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강한 척추를 갖게 된 이유가 뭔지는 수수께끼이다. 이제까지 진화생물학자들이 내놓은 가설은 강한 척추와 그를 이용한 자세로 늪지 서식지에서 몸이 젖지 않도록 한다거나, 또는 전혀 다른 적응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겨난 형질로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망베투 족은 습지 숲에서 야자나무의 둥치와 잎자루 사이를 비집고 그 속에 숨어있는 딱정벌레 애벌레를 잡는다. 연구진은 뒤쥐도 원주민처럼 딱정벌레 애벌레를 사냥하느라 강력한 척추와 거기 달린 강한 근육을 활용하게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딱정벌레 애벌레는 이처럼 힘을 쓰지 않으면 잡기 힘든 영양가 높은 먹이여서, 이를 사냥할 수 있는 것은 큰 진화적 이점이 된다. 연구진은 또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영웅 뒤쥐’에 처음 발견된 뒤쥐와 보통 뒤쥐의 중간 형질이 있어 진화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성과로 꼽았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tanley W. T. et al. 2013 A new hero emerges: another exceptional mammalian spine and its potential adaptive significance. Biol Lett 9: 20130486.
http://dx.doi.org/10.1098/rsbl.2013.048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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