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버림받은 맹수를 모르시나요

남종영 2012. 11. 25
조회수 28571 추천수 0

전기료·먹잇값도 없는 치악산 드림랜드의 ‘호랑이 크레인’, 민영동물원의 실태 단적으로 보여줘

"부도 직전 동물원, 관람객은 거의 없다, 불곰은 무언가를 토했다, 독수리는 땅에 떨어졌다"

 

IMG_0076.JPG » H5s12일 강원 원주시 치악산 드림랜드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 크레인의 모습. 2001년 서울대공원에서 근친교배로 엄마 ‘선아’에게 태어난 크레인은 태어날 때부터 녹내장과 안면기형을 갖고 있었다.


지난 12일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치악산 드림랜드. 새벽녘 뿌린 비에 단풍잎이 떨어져 동물원을 빨갛게 물들였다. 멀리서 맹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 호랑이 크레인이 혼자 앉아 있었다. 비 때문에 호랑이 우리에는 작은 물골이 생겼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황윤 감독과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그리고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가 우리로 다가갔다. 어금니가 입 밖으로 길게 자란 기형적인 얼굴. 크레인이 맞았다. 황윤 감독이 정적을 깨뜨렸다.

“크레인!” “푸우~” “크레인!”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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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크레인은 가르랑대며 얼굴을 철창에 비벼댔다. 고양이과 동물이 애정을 표시하는 행동이다. 이상하게도 황윤 감독이 ‘크레인’ 하고 부를 때마다 크레인은 목을 접고 몸을 비볐다. 크레인이 그를 기억한 걸까?
 

황윤 감독은 2000년 말부터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맹수사에서 갓 태어난 크레인과 넉 달을 함께 지냈다. 동물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작별>을 찍으면서다. 근친교배로 태어난 크레인은 선천적으로 백내장과 안면기형을 갖고 있었다. 엄마 ‘선아’는 크레인을 돌보지 않았다. 황 감독이 말했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관행인지 몰라요. 대부분 동물원에서 맹수 새끼는 사육사에게 길러지니까요.”
 

호랑이 크레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목줄을 찼다. 영락없는 고양이 같았다. 동물원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나중에 커서도 편안해진다. 새끼 때부터 사람 손에 익숙해져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말했다. 인공포육의 또다른 이유는 호랑이·사자 새끼는 동물원을 홍보하는 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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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crane.jpg » 2001년 서울대공원에서 갓 태어난 크레인의 모습. 사진=황윤 감독

 

2001년만 해도 크레인은 텔레비전 동물 프로그램의 ‘아이돌’이었다. 병약하고 겁 많았지만 브라운관에서는 용감한 새끼호랑이로 탈바꿈되어 나타났다. 크레인의 몸집이 불어나자 방송사 카메라는 지체 없이 동물원을 떠났다. 엄마 선아는 그해 병들어 죽었다. 황 감독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크레인은 그 잠깐을 위해 태어났지요… 그 이후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는데, 여기서도 구경하는 사람이 없네.”
 

크레인이 서울대공원에서 치악산 드림랜드로 온 것은 2004년이었다. 치악산 드림랜드는 1996년 치악산 아래 27만㎡의 강원도 땅을 빌려 동물원과 놀이기구를 갖춘 테마파크로 문을 열었다. 1990년대만 해도 관람객으로 북적였지만, 2000년대 들어선 시설이 낙후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크레인이 오자마자 드림랜드는 경영난을 겪었다. 2007년에는 전기료조차 내지 못해 단전 조처가 내려졌다. 동물들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마실 물도 공급받지 못했다.
 

모기업인 주식회사 드림랜드는 동물원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30여종 200여마리를 관리하는 사육사는 단 한 명.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먹이를 공급받는 처지에 놓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먹이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드림랜드 사무실의 한 관계자는 “맹수들에게 주는 한 달 닭값만 50만원, 사슴류에게 주는 건초값만 100만원인데 이마저도 감당하기 힘들다. 직원들도 서너 달 월급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눈썰매장과 수영장을 닫는 봄, 가을에는 입장료 수입이 300만원밖에 안 된다. 그가 말했다.
 

“체납 세금만 수십억원이어서 인수할 만한 기업도 없어요. 2015년까지는 이 상태 그대로 갈 거예요. 동물보호단체 지원을 받아 먹이 주면서 끌고 가는 거죠.”

IMG_0036.JPG » 치악산 드림랜드 동물원의 유럽불곰. 비정상적으로 몸이 말랐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동물원의 관람객은 일행을 제외하곤 없었다. 인기척을 느낀 동물들은 사람을 보자 가까이 다가왔다. 당나귀는 입을 내밀고 꼼지락거리고, 일본원숭이는 분홍빛 손을 내밀었다. 유럽불곰 암수 한 쌍은 몹시 말라 있었다. 암컷은 무언가를 토해내고 다시 먹는 행동을 반복했다. 독수리는 날갯짓을 하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조희경 대표는 “올 때마다 저런 행동을 한다. 영양상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드림랜드 땅 임차기간은 2015년까지다. 이 땅을 다시 빌려줄 건지, 동물들은 어떻게 처리할 건지 정부는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자기 부서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답만 내놓았다.

 

공유재산을 담당하는 강원도 토지자원과 관계자는 “위락시설이므로 재산관리 부서가 관광정책과”라고 했고,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민간업체이기 때문에 개입할 만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을 관장하는 원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지난봄 점검 때 동물학대는 없었다. 동물원에서 요청하면 소독약을 줄 수 있다”고 했고, 관광개발팀 관계자는 “앞으로 시설을 어떻게 할지 결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부서에 떠넘기기를 해도 될 정도로 동물원 관련 법·제도는 없거나 흩어져 있다. 야생동물은 환경부, 농장·반려동물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주무부처지만, ‘동물원 동물’을 자기 일로 생각하는 부처는 없다. 환경을 배우는 산 교육장이라고 불리는 곳이 정작 환경보호의 가장 큰 사각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원은 최소한의 관리를 받지만, 민영 동물원은 드림랜드처럼 최소한의 관리 수준에서마저 이탈하곤 한다.

 

그래서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는 민간업체의 동물원 설립과 운영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국내의 민영 동물원은 테마동물원 쥬쥬(경기도 고양), 에버랜드(경기도 용인), 드림랜드(강원도 원주)와 최근 부산시와 협약을 맺고 건설을 추진중인 더 파크 등 네 곳이다. 동물 생태체험장, 이동동물원을 합치면 수십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IMG_0119.JPG » 크레인이 사는 민영동물원을 촬영하는 황윤 감독.

 

드림랜드의 동물들은 잉여적 존재들이다. 근친교배로 태어나 유전자 다양성이 결여된 크레인은 종 보전 가치조차 없다. 동물원에서 그런 생명들이 무수히 만들어진다. 조 대표는 “드림랜드가 2015년 사업을 접으면 그 뒤 동물들은 어떻게 하나?”며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크레인은 이날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와서 머물러줬기 때문이었을까. 어금니를 드러내고 크레인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황윤 감독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두커니 바라봤다. 

 

원주/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동물원은 박물관이다?
 
Jak Byul 03 (1).jpg » 크레인의 엄마 ‘선아’가 사육사 안에 누워 있다. 사진=황윤 감독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 252마리를 포함해 약 1200마리의 동물들이 사는 경기 고양의 체험동물원 쥬쥬는 ‘동물원’일까?
 

적어도 법적으론 동물원이 아니다. 국내에서 동물원 설립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과 자연공원법, 개인 또는 민간기업의 경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설립 근거가 있다. 즉 개인이 설립한 쥬쥬동물원은 법적으로 ‘박물관’이다.
 

그러나 동물원에 있는 이들은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야생동물이다. 생명체로서 건강과 질병, 최소한의 복지조건을 충족시킬 제도와 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동물원 동물에 관해서는 법률이 없고, 중앙·지방정부 모두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으며, 관리 의무 역시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하나씩 따져보자. 환경부가 관리감독 기관인 야생동식물보호법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법이다. 그러나 이 법에는 자연에 사는 동물들(wild animals)에 관한 조항이 주로 언급돼 있고, 동물원 동물(captive animals)의 경우 수출입 조건과 곰 사육 등 특정 동물에 관한 조항만 있지 관리나 보호에 관한 기준이 없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관장하는 동물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이 실제 규정하는 동물은 반려동물·실험동물·농장동물이며,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조항은 전무하다. 쥬쥬동물원과 서울시 신당역 동물체험관의 동물 복지와 환경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강원 원주시 치악산 드림랜드에 남은 동물들도 그 어떤 후속 조처도 없이 방치돼 있다. 동물원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책임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가 자체인증제도에 따라 전문가로 구성된 12명의 인증위원회를 구성해 동물원을 방문한 뒤 동물 관리와 건강 관리 프로그램 등을 검사해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의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에 등록된 동물원은 19개이다. 지자체 동물원의 경우 이 협회에서 만든 서울특별시 동물원 관리규칙을 모태로 동물원 자체 실정에 맞게 관리 기준을 조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동물원 동물의 복지에 관련한 규정이 미비한 형편이다.

 

물론 미국과 호주의 동물원수족관협회의 자체인증제도는 매우 권위 있는 제도로 알려졌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 또한 없지 않다. 따라서 동물원 관련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동물원 동물을 동물복지법 안에서 보호동물로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동물원면허법(Zoo Licensing Act)이 1981년 별도로 제정됐다. 이 면허법에 따라 야생동물을 전시 목적으로 12개월 내 7일 이상을 대중에게 보여주려면 동물원 면허를 따야 한다. 관리 기준이 동물복지에 부적합하거나 동물을 부적절하게 취급할 경우 면허는 발급되지 않는다.
 

부산에서도 민영 동물원인 ‘더 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10월 부산시가 제출한 ‘동물원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 동의안’을 심의 의결했다. 협약은 사업자가 준공시점에서 3년 이내 동물원 매수를 시에 요청하면 500억원 범위 내에서 시가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정이 악화되어 운영이 어려우면 시가 매입해준다는 내용이니 애초부터 특혜논란이 있었다.

 

심의 과정에서도 시공사의 규모를 들어 동물원의 적자 운영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사업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경매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윤을 목적으로 동물원을 운영하면 동물복지의 길은 요원하다. 체험관과 동물쇼 등 상업적 상품이 유행하게 되고, 반대로 부도가 나서 방치된다면 ‘제2의 드림랜드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동물복지를 지향하는 동물원 가이드라인과 법률 등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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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isoundmy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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