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

조홍섭 2021.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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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감 살코기의 45%는 남아돌아…데려온 애완용 새끼 늑대 먹였을 것


d1.jpg » 늑대(왼쪽)는 치와와(오른쪽)를 비롯한 수많은 품종의 개로 진화하면서 지구에서 수적으로 가장 성공한 포식자가 됐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가축화가 이뤄졌는지는 아직 논쟁거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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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일찍 가축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가 가축이 됐는지는 오랜 논란거리다.


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4200년 전의 것이다. 유전자 분석 연구에서는 개의 가축화 시기를 2만7000∼4만년 전으로 추정한다.


적어도 1만5000년, 많게는 약 4만년 전에 개는 늑대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셈이다. 개 유적지가 발굴된 위치까지 고려하면 개는 마지막 빙하기가 한창 절정이던 시기 유라시아 대륙 북부에서 가축이 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d2.jpg » 개의 가장 오랜 품종 가운데 하나인 그린란드 개. 개의 가축화는 빙하기 유라시아 북부에서 시작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왜 늑대는 개가 됐을까. 두 가지 가설이 유력하다. 사냥 동반자 가설은 사람이 늑대의 사냥 능력을 이용하고 늑대는 사람을 우두머리로 모시며 번성하게 됐다고 설명한다(▶늑대는 왜 개가 되기로 했나). 그러나 이 가설은 길 들지 않은 늑대가 어떻게 고도의 소통이 필요한 사냥을 사람과 함께하게 됐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청소부 가설은 개가 사람이 버린 음식 찌꺼기를 먹으며 차츰 사람과 가까워졌다고 본다. 사람이 늑대를 개로 만든 게 아니라 늑대가 스스로 선택해 개가 됐다는 주장이다. 늑대에 없던 녹말 분해효소를 개가 보유하게 된 것도 이런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마리아 라티넨 핀란드 식품 청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8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논문에서 새로운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청소부 가설을 변형해 빙하기 수렵 채집인이 남긴 고기를 늑대 새끼에 던져 주던 데서 개의 가축화가 시작됐다는 주장을 폈다.


d3.jpg »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이었을 때 식생대와 개 유적지(붉은 점). 대부분 겨울 날씨가 혹독한 스텝(초원)-툰드라 지역이다. 마리아 라티넨 외 (2020) 제공.

연구자들은 개 유골이 나온 유라시아 북부 지역이 지난 빙하기 최성기에 매우 혹독한 기후의 초원-툰드라 지대였던 데 주목했다. 짧은 여름 확보한 식물성 음식은 긴 겨울 금세 떨어지고 오로지 사냥한 발굽 동물로 살아가야 했다.


문제는 이곳의 수렵 채집인과 늑대는 무리를 이뤄 대형 초식동물인 말, 순록, 사슴 등을 집요한 추적을 통해 사냥한 비슷한 사냥꾼이었다는 사실이다. 둘은 사냥 대상이 같고 서로 죽고 죽일 수 있는 경쟁자인데 어떻게 가축화가 가능했을까.


연구자들은 “사람과 늑대의 진화적 차이가 경쟁을 이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초식동물에서 출발한 포식자인 사람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 한계가 있어 고기만 먹고는 살 수 없고 지방과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해야 한다. 반면 일찌감치 포식자로 진화한 늑대는 몇 달이고 살코기만 먹고도 살 수 있다.


d4.jpg »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가 들소를 사냥하고 있다. 늑대와 수렵채취인은 사냥감과 사냥 방식이 비슷하다. 둑 스미스, 옐로스톤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고기밖에 먹을 것이 없는 빙하기 겨울 수렵 채집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연구자들은 “사람은 칼로리의 20% 정도만 단백질로 충당할 수 있어 과량의 살코기만 섭취할 경우 심하면 치명적인 단백질 중독에 걸릴 수 있다”며 “사냥감인 유제류에서 다리뼈와 두개골에 축적한 지방을 먹는 방식으로 도축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백질 중독은 지방이나 탄수화물 없이 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혈액 속 암모니아, 요소, 아미노산이 지나치게 많아져 치명적일 수 있다. 총 섭취 칼로리의 35% 이상을 단백질로 충당할 때 나타난다.


그런데 이 기후대에 사는 사냥감의 칼로리를 분석한 결과 단백질 칼로리의 45%는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남는 살코기를 늑대에게 주었고 이것이 가축화의 시작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수렵 채집인은 남는 살코기를 먹이면서 고아가 된 늑대 새끼를 애완동물로 데려와 기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d5.jpg » 늑대는 사람이 농경을 위해 정착하기 전 수렵채취 시절 가축화한 유일한 동물이다. 그 출발은 애완동물로 데려와 남는 고기를 먹여 기른 어미 잃은 늑대 새끼일지 모른다. 짐 피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가축화는 여러 번에 걸쳐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진다. 개는 수시로 야생 늑대와 교잡을 이루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먹이 경쟁을 할 필요가 없던 개와 수렵 채집인에게는 사냥에 도움을 받거나 맹수로부터 방어 등 작은 이득도 양쪽에 도움이 된다”며 “고기 나누기를 통해 빙하기 유라시아 여러 곳에서 독립적으로 늑대의 가축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0-7821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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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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