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예방서 운하된 경인운하 꼴 될라

신창현 2008.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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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죽이기’ 안되려면 포장 벗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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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계획은 인천시 부평구와 계양구, 경기도 부천·김포시와 서울시 강서구를 잇는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 예방사업에서 시작됐다. 1987년 여름에 발생한 홍수피해를 계기로 국토해양부는 굴포천 물을 서해바다로 흘려보내는 방수로 사업을 1992년에 착공했다. 이것이 1995년에 경인운하 사업으로 바뀌면서 국토해양부와 현대건설 등 7개 회사가 민간투자 협약을 체결하여 1999년에 경인운하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경제성 없다’는 KDI·감사원 평가에도  끝까지 고집
 
그러나 2000년부터 경제성과 환경성 논란이 제기되자 국토해양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타당성 재검토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결과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없으므로 방수로 공사부터 우선 추진하라는 결론이 나왔다. 2003년에는 감사원이 방수로 공사를 먼저 추진하고 경인운하 사업은 재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신설했던 경인운하과를 폐지하고 경인운하주식회사도 해산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네덜란드 회사에 다시 타당성 검토를 의뢰하는 한편, 환경부와 환경단체, 주민대표와 전문가 등이 찬반 동수로 참여하는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다시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수십 차례의 회의에서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2007년 2월에 협의회는 결렬됐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과 감사원이 두 차례나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음에도 외국기업에 다시 재검토를 의뢰하고,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을 설득하기 위해 국토해양부가 기울인 끈질긴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1년 동안의 재검토 후 협의회 운영규칙에 따라 표결로 운하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합의를 국토해양부가 먼저 파기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오점을 남겼다. 여러 차례 반려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환경단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시화호의 개발과 환경에 관한 시화지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성공했는데,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 내용, 절차 모든 측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실패요인은 국토해양부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경인운하를 끝까지 고집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국토해양부는 사업자를 한국수자원공사로 바꿔 경인운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운하사업에 필요한 2조 원은 공채로 조달하여 내년 초에 착공하겠다는 것이다.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공채까지 발행하면서 운하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토건회사 수익성 보장 위한 기반시설 조성 의혹
 
국토해양부는 또 14조 원을 투입하여 2012년까지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1년 전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2008년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한 뒤 2009년 2월에 대운하를 착공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대운하는 반대하는 여론이 많아 보류하고 4대 강 살리기로 사업내용을 변경했다. 늦게나마 대운하도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업을 보류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대운하에 대한 반대여론 때문에 4대 강 살리기로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의혹의 불씨는 아직도 남아있다. 토건회사들에게 대운하 사업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14조 원의 세금으로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특혜’라는 의구심도 있다.
 
환경단체들이 환영해야 할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대운하와 연계하여 의혹을 제기하도록 만든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대운하와 마찬가지로 4대 강 살리기 사업도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내용이 좋아도 절차가 나쁘면 내용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강을 살린다면서 콘크리트 제방을 높이 쌓는 것이나, 천변저류지 예정지역이 대운하 계획의 터미널 부지와 겹치는 것도 의혹을 가중시킨다. 명칭은 4대 강 살리기 사업인데 내용은 4대 강을 죽이는 사업들이다. 이 때문에 홍수피해 방지사업으로 시작한 굴포천이 경인운하로 바뀌었듯이 4대 강 살리기도 대운하로 바뀔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이러한 우려를 먼저 해소하지 않고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 국민의 불신은 더욱 증폭되어 소모적인 사회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다. 대운하의 목적이 골재채취와 물류수송에서 관광, 문화, 환경 등으로 바뀌면서 사업의 기대효과도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로 바뀌었다. 포장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 국민여론이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환경과 경제, 사회를 동시에 살리는 범국민 프로젝트가 되기 위해서 거추장스러운 대운하의 포장부터 벗겨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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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홍수, 경인운하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환경분쟁연구소장. 갈등과 분쟁이 있어야 먹고 사는 분쟁 전문가. 복잡한 환경분쟁을 명쾌한 논리와 합리적인 대안 제시로 풀어나간다.
이메일 : green@bunjaeng.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bunj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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