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멍게·개불의 계절 “우리도 해산물 주류”

황선도 2015.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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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들이 안주감 무시 말아야, 몸에 좋고 맛과 풍미 일품

해삼과 멍게는 대량생산 체제 돌입, 당당히 수산물 '주류'로

 

10-1.jpg » 무척추동물인 해삼, 멍게, 개불 등도 바다 수산물 가운데 주당의 안주로, 건강식으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살아있는 멍게의 모습. 사진=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김광복 전문위원
 
해삼 
 
소주 한잔하러 횟집에 가면 회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오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일명 ‘츠케다시’라고 한다. ‘붙이다’라는 뜻의 일본어 ‘츠케루’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우리말로 ‘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주 요리인 메인 메뉴가 아니고 사이드 디시에 해당한다. 이렇게 주류에 끼지 못하고 나처럼 항상 비주류인 해산물이 있는데, 해삼·멍게 그리고 개불이 그것이다.
 

1-2.jpg » 해삼, 멍게, 미더덕이 본 술안주가 나오기 전 곁들이 안주로 나와 있다. 사진=황선도

 
산에는 산삼, 밭에는 인삼, 바다에는 해삼이라 부를 정도로 ‘삼(蔘)’은 신선(神仙)과 맞닿아 있는 영험함을 느끼게 한다. <전어지>에 ‘해삼은 성이 온하고 몸을 보하는 바, 그 효력이 인삼에 맞먹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생겼다.’라고 이름이 붙여진 까닭이 기록되어 있다.
 
인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으로 ‘Panax‘는 만병통치약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인삼에 사포닌 성분이 많아 심장에 좋다고 하고, 해삼에도 역시 사포닌 성분의 홀로수린이 있어 피의 응고를 막아준다고 하니, 옛 선인들은 약리학적 선견을 가진 게 분명하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해삼은 전복, 홍합과 함께 삼화(三貨)라 한다.’라고 그 값어치를 높이 샀다. 중국에 남삼여포(男蔘女鮑)란 사자성어가 있는데, 남자에게는 해삼, 여자에게는 전복이 좋다는 뜻이다.
 
중국 전통 음식문화에서는 인체의 특정 부위와 닮은 음식을 먹으면 해당 인체 부위가 좋아진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해삼이 보혈하면서 몸의 열을 떨어뜨리고, 배설기관을 관장하는 신장을 이롭게 하여 정력을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2-1.jpg »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는 돌기해삼.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에 정약전은 해삼을 관찰하고 기록하였으니, <자산어보>에 해삼은 이렇게 기록돼 있다.
 
‘해삼은 큰놈은 두자 정도로 몸이 오이와 같고, 온몸에 잔 젖꼭지가 널려있다. 한 쪽 머리에 입이 있고, 다른 한쪽 머리에 항문이 있다. 뱃속에는 물체가 있는데 그 모양이 밤송이 같다. 창자는 닭의 것과 같고 껍질은 매우 연하여 잡아들어 올리면 끊어진다. 배 밑에는 발이 백 개나 붙어있어 걸을 수 있으나 헤엄칠 수 없고 그 행동이 매우 둔하다.’
 
겉모양뿐 아니라 해부학적으로도 묘사하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해삼은 길쭉하고 울퉁불퉁하게 생긴 독특한 모양 때문에 오이를 닮았다 하여 영어로 바다 오이란 뜻의 시큐컴버(Sea cucumber)라고 부른다.
 

1280px-Actinopyga_echinites1.jpg » 미크로네시아에 서식하는 해삼의 일종. 입과 다리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사진=François Michonneau, 위키미디어 코먼스


해삼은 해안선 바로 밑에서부터 깊은 심해까지 해삼이 살지 않는 해저라고는 없다. 다른 동물이 영양부족으로 극히 낮은 밀도로밖에 살지 못하는 세계에서 안개처럼 떠돌아다니는 수중 유기 부유물이나 해저 표층에 엷게 쌓인 퇴적물을 섭취하여 살아간다.
 
이런 변변찮은 먹이로 견뎌낸다는 것은 바로 신선에나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다니는 쥐로 표현해, 바다의 쥐(海鼠)라고 해서 나마코(なまこ)라고 부른다.
 
우리 고전 <물명고>에는 해삼을 우리말로 뮈라고 하고, 다른 이름으로 흑충(黑蟲), 해남자(海男子) 등도 씌여 있다. 오래전부터 한방에서는 해삼이 원기 증진이나 정자 생성 등 정력 보강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해삼의 별칭을 ‘바다의 남자’라는 뜻으로 해남자(海男子)라고 붙이지 않았을까?
 
해삼은 어류가 아니고, 불가사리나 성게와 같은 극피동물이다. 두꺼운 근육 속에 석회질의 작은 골편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것이 극피이다.
 
겉보기에 아주 다른 모습으로 앞뒤가 길쭉하지만, 해삼을 단면으로 잘라 보면 역시 오각 방사대칭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몸의 앞 끝에는 입이 있고 그 둘레에 다수의 촉수가 있으며, 뒤끝에는 항문이 있다. 배 쪽에 관족이라는 것이 많이 있어 이것으로 바닥을 기어다닌다.
 
해삼은 한 종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보통 15㎝ 크기로 갈색이나 녹색을 띠는 몸통에 돌기들이 솟아나 있는 돌기해삼(Stichopus japonicus)이 주로 분포하고, 식용으로 쓰인다. 
 

800_19071.jpg » 돌기해삼. 일본의 한 수족관에서 기르는 모습이다. 사진=Opencage

 

그래서 배양장에서 생산되는 종묘도 이 종이다. 돌기해삼은 퇴적물 섭식성으로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어 내장기관을 통과하면서 영양분은 흡수하고 나머지는 찌꺼기로 배출하여 해저 바닥에 쌓인 유기물을 제거하는 정화효과가 크다.
 
조하대 암반 또는 자갈 바닥에서 간혹 발견되는 몸통 길이 30㎝ 정도의 대형 해삼인 개해삼(Holothuria manacaria)은 몸통이 딱딱하고 지저분한 황갈색을 띠어 마치 ‘딱딱한 나무토막’처럼 생겼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질겨서 날것으로는 식용이 어렵다.
 
동해와 남해에 몸통 길이 3㎝ 전후의 소형 오각광삼(Cucumaria chronhjelmi)은 선홍색이나 분홍색의 몸통에 갈색의 촉수를 가지며, 부유물을 걸러 먹는다. 일반적인 해삼과 달리 많은 잔가지가 잘 발달한 촉수를 가진 타원광삼(Cucumaria japonica)과 진흙에 살면서 표면에 돌기가 없이 매끈한 가시닻해삼(Protankyra bidentata) 등이 있다.

 

3-1.jpg » 청해삼. 사진=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김광복 전문위원
  
소위 물질하는 사람들 세계에서 홍해삼(紅海蔘)이라고 부르는 해삼이 있다. 일반적으로 해삼이라고 부르는 청해삼(靑海蔘)과 구분하여 특별 취급하는데, 사실 이 둘은 단일 종으로 돌기해삼이다.
 
서식지 환경과 먹는 먹이에 따라 색깔과 생김새가 좀 다른데, 연안에서 흔히 잡히는 청해삼은 인공종묘 생산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최근 종묘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암청록색인 청해삼과 달리 홍해삼은 수심 20m 내외의 외해 청정해역에서 잡히는데, 깊은 수심까지 도달하는 장파인 붉은색을 받아들여 적색 또는 황갈색을 띈다.

 

4-1.jpg » 홍해삼. 사진=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김광복 전문위원

 
홍해삼은 청해삼에 비하여 클 뿐만 아니라 가격도 30% 더 높다. 같은 종인데도 서식환경이 다른 홍해삼은 인공종묘 생산기술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더 귀하다.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부니가 있는 내만의 얕은 뻘에는 흑해삼이 주로 서식하는데, 체색이 검은 편이라 구별이 쉬우나 역시 동일 종이다. 흑해삼은 홍해삼에 비해 맛도 떨어지고 가격도 저렴하나 청해삼보다는 비싸다. 중국 사람들은 흑해삼을 귀중하게 여기며 좋아한다고 한다.

5-1.jpg » 흑해삼. 사진=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김광복 전문위원

  
해삼에는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는데, 하면과 재생력이 그것이다. 수온이 8~10℃에서 식욕이 가장 왕성하고 성장이 빠르나 17℃ 이상이 되면 먹는 것을 중지하며, 25℃ 이상에서는 활동을 중지하고 여름잠을 잔다.
 
전해 내려오는 말로 동면이나 하면을 해서 일정기간 잠을 자는 동물들은 정력에 좋다고 한다. 그래서 해삼의 실질적인 성장기인 12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 제일 실하여 약효가 좋고, 동지 전후가 제일 맛있는 시기이다.
 
적의 피습을 받거나 강한 자극을 주면 창자를 버리거나 몸을 스스로 끊어 버리기도 하는데, 재생력이 아주 강해서 수개월 정도 지나면 손상된 부분이 다시 생겨난다.
 
해삼이 스스로 버리는 내장을 일본말로 ‘고노와다(このわた, 海鼠腸)’라 하며, 향이 강하고 맛이 뛰어나 고가의 식품으로 미식가들이 즐겨먹는 별미이다. 다이버들은 바닷속에서 해삼을 잡아 올려 내장만 빼먹고 육질은 선심을 쓴다.
 
나도 모를 때는 몸통을 통째로 준다고 고마워했다. 지금은 화낸다.

Bare Dreamer _Dried_sea_cucumber.jpg » 중국 음식재료상점에 가득 쌓인 말린 해삼. 사진=Bare Dreamer, 위키미디어 코먼스

 
해삼 특유의 그 오돌토돌한 식감은 딱딱하지만 부드럽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해삼의 독특한 향과 식감은 소주 한잔을 부르기 충분한 유혹이다.
 
소주의 씁쓸하고 강한 뒷맛에 해삼이 더해지면 향긋함이 남고, 오돌토돌한 씸힘은 입속을 무료하지 않게 해준다. 사실 해삼은 숙취해소 및 간 기능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니 술과 궁합이 잘 맞는 안주이다. 잘 생각해 보면 술 한잔 없이 해삼만 먹어본 기억은 찾기 힘들다.
 
중국은 해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다. 전 세계 해삼 생산량의 70%가 중국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생산되는 곳에 따라 해삼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일본 북해도 해삼이 최고이고,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 동해안 해삼이 높은 몸값에 중국으로 수출된다.
 
칠레나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저가 해삼과는 가격 차이가 수십~수백에 이르기도 한다. 더운 해역에서 자란 해삼은 탄력이 떨어져 하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해삼 등급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탄력뿐 아니라 울퉁불퉁하게 난 돌기이다. 돌기는 수직으로 곧고 길어야 하며 그 수가 많을수록 좋다.
 

8-2.jpg » 해삼의 종묘 배양장 모습. 사진=해삼수산 박송범 대표


현재 중국의 해삼 시장은 전통 약재 외에도 여러 종류의 상품으로 개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식품이나 즉석식품 등의 먹는 소비 방식은 물론이며, 화장품과 기능성 물질 등 신산업에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해삼 산업의 규모는 무려 10조원이 넘는다고 하니 실로 대단하다. 중국의 해삼 소비가 늘어난 것은 경제발전 덕분이다. 그동안은 비싸서 상류층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 보상심리로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면을 둘러싼 차고 깨끗한 우리 바다는 좋은 해삼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연안에서 양식을 할 수 있어 수확하기도 쉽다. 해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해삼을 양식하는 것은 분명 블루오션이다. 정부에서는 해삼 양식 조성지를 만드는 양식 해삼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9-1.jpg » 종묘배양장에서 생산한 해삼종묘. 사진=해삼수산 박송범 대표
 
멍게
 
우리가 흔히 먹는 멍게 또는 우렁쉥이(Halocynthia roretzi)는 몸이 껍질로 덮여 바닷속 수심 5~20m의 조하대 암반에 붙어살고 있으므로 패류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분류학상 척삭동물문에 속한다.
 
동물분류체계에서 척삭동물문에는 척추동물, 미삭동물, 두삭동물 등의 3개의 아문(亞門, 문과 강의 중간)이 있는데, 우렁쉥이는 미삭류이다. 여기서 척삭(脊索)이란 몸길이 방향으로 있는 몸을 지지하는 심지(또는 끈)를 말한다.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은 척삭이 발전하면서 척추뼈로 이루어진 척추가 되지만, 우렁쉥이 같은 미삭동물은 유생기에 가지고 있던 척삭이 척추로 발전하지 못한 채 성체가 되는 경우이다. 미삭동물인 우렁쉥이의 배아가 척추동물인 인간의 배아와 같은 척삭을 가진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생명공학자들은 우렁쉥이를 연구하여 인간의 초기진화관계를 규명하고자 하고 있다.
 
결국, 생김새도 다르고 하등동물인 줄 알았던 우렁쉥이가 분류체계에서 보면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등한 동물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우습게 보지마시라’고 경고한다. 실제 우렁쉥이는 유생시기에는 올챙이와 유사하게 생겨 꼬리부분을 따라서 길게 원시적인 척추가 나타나지만, 곧 고형물에 부착하고 파인애플 모양의 성체로 변태하면서 척추는 사라진다. 

 

ProjectManhattan1280px-SeaSquirt.jpg » 멍게. 사진=ProjectManhattan, 위키미디어 코먼스

 
일반적으로 바위 등에 붙어사는데, 부착 부위의 반대쪽인 위쪽에 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과 물을 내뿜는 출수공이 있다. 여기에서 입구가 ‘+’ 모양인 것이 입수공이며 ‘-’ 모양인 것이 출수공이다. 출수공은 입수공보다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출수공에서 나온 배설물이 입수공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렁쉥이는 입수공으로 들어온 바닷물이 몸통을 거쳐 출수공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플랑크톤과 산소 등을 걸러서 섭취한다. 출수공은 걸러진 바닷물을 배출할 뿐 아니라 번식을 위해 정자와 난자를 뿜어내는 역할도 한다.
 
출수공을 통해 나온 정자와 난자는 물속에서 수정이 이루어지는데 수정된 유생은 물속을 떠다니다가 바위 등에 달라붙어 성체로 변태를 시작한다. 우렁쉥이는 한 개체가 정소와 난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자웅동체로 한 개체가 자손을 낳는 무성생식과 정자와 난자를 수정하여 자손을 낳는 유성생식, 두 가지 번식방법을 사용한다.
 
무성생식의 경우, 어미의 몸에서 새로운 개체가 솟아나오는 출아법으로 번식하는데 새로 출아된 새끼는 어미 몸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고 남아 여러 개체가 무리를 만든다. 유성생식을 할 때는 평소 물을 배출하는데 쓰는 출수공을 통해 난자와 정자를 내뿜어 수중에서 수정한다.
 
알을 낳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수온이 10℃ 정도 되는 10월 중순부터 낳는다. 알의 크기는 지름 0.3㎜이며 2주에 걸쳐 하루에 1만 2000여 개를 낳는다.
 
수정 후 이틀이 지나면 올챙이 모양의 작은 유생이 깨어나 물속을 떠다니다가 3일째가 되면 머리 부분으로 다른 물체에 달라붙어 변태하여 성체가 된다. 1년 후에 약 10㎜가 되고, 2년째에 10㎝ 정도로 자라며, 알을 낳기 시작한다. 3년째에는  18㎝가 되고, 수명은 5∼6년으로 알려졌다. 

 

04192595_R_0.jpg » 경남 거제 바다에서 양식한 멍게를 항구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멍게 껍질은 등황색으로 그 표면에는 울퉁불퉁한 젖꼭지 모양의 돌기가 많이 붙어있고, 형태가 파인애플을 닮아 ‘바다의 파인애플’이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짧고 몽땅한 도깨비 방망이를 닮아 보인다.
 
일본에서는 우렁쉥이가 램프의 유리통, 즉 등피 호야(ほや, 火屋)와 닮았다 하여 호야(ほや, 海鞘)라는 이름이 붙었다. 멍게는 딱딱하고 두꺼운 껍질에 싸여 있는 모양새가 칼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칼집 초(硝)’자를 써 해초류(海硝類)로 분류된다.
 
육질은 식물성 셀룰로오스와 비슷한 튜니신(Tunicin)이라는 물질로 이루어진 피낭에 싸여있고, 피낭의 상단에는 물이 들어오는 입수공과 출수공이 있다. 따라서 영어로는 피낭이란 뜻의 튜니케이트(Tunicate) 또는 바다의 물총이라는 뜻의 시 스쿼트(Sea squirt) 또는 어시디언(Ascidian)란 이름이 붙었다.
 
우리말에 ‘우멍거지’라는 말이 있다. 우멍거지는 끝에 가죽이 덮인 어른의 자지를 말하는 것으로 포경의 순수한 우리말인 셈이다. 멍게의 생김새가 이와 비슷한데, 차마 그대로 쓸 수가 없어서 가운데 두 글자를 떼어내 ‘멍거’를 멍게로 불렀다는 전설이 있다.
  
멍게가 우렁쉥이와 함께 표준어가 된 사연을 아는지? 우리말 표준어 사정 원칙에는 다음과 같은 표준어 규정 제 23항이 있다.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 이 경우, 원래의 표준어는 그대로 표준어로 남겨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렁쉥이가 표준어이고, 멍게는 방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표준어인 우렁쉥이보다 방언인 멍게가 더 널리 쓰이자 표준어로 추인하고, 애초의 표준어도 학술 용어 등에 쓰이는 점을 감안하여 남겨 두었다는 사실. 

 

11.jpg » 수산시장에서 파는 멍게. 사진=황선도

  
멍게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나 특히 동해와 남해안에 많다. 해안지방에서는 예전부터 식용으로 사용하여 왔으나 전국적으로 이용하게 된 것은 6.25 이후이다.
 
예전에는 양식법이 개발되지 않아 해녀나 잠수부에만 의존하던 귀한 해산물이었지만, 1950년대 이후 양식업이 성행하면서 쉽게 멍게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경남 통영지방을 중심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연간 2만여t씩 생산됐으나, 매년 물렁병 등으로 폐사율이 높아져 2003년에는 생산량이 5000t에도 못 미치게 되었다.
 
소비는 늘어나는데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자 결국 일본으로부터 대량 수입하게 되었다. 일본산 멍게의 수입이 늘어나자 가뜩이나 어려운 멍게 양식업자들이 양식을 포기하는 사례가 줄을 잇게 되었다.
 
그런데 2011년 일본 지진 여파로 일본산 멍게의 수입이 전면 중단되자 국산 멍게가 다시 각광받게 되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일본 센다이 지역이 멍게의 주산지이다 보니 일본산 멍게가 국내시장에 다시 유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흔히, 날로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는다. 멍게의 향미는 향긋하고, 먹고 난 후에 입안에 뒷맛이 감도는 독특한 경험이다. 멍게 특유의 맛과 향은 불포화알코올인 신티올(cynthiol) 때문이며, 함량이 많은 글리코겐은 인체가 포도당을 급히 필요로 할 때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다당류라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멍게가 여름철에 특히 맛이 좋은 이유는 수온이 높아지면 글리코겐의 함량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01697820_R_0.JPG » 멍게 요리. 사진=예종석  
 
바닷가 횟집에 가면 ‘돌멍게’라고 불리는 놈이 있다. 겉모양이 돌멩이와 비슷하여 돌멍게라 부른다. 물론 표준어는 아니다.
 
비전공자인 내가 관련 도감을 살펴보았을 때는 거북등안장멍게(Chelyosoma dofleini)와 개멍게(Halocynthia hispida)가 가장 유사하였다. 그래서 분류 전문가에게 의뢰하였더니 리테르개멍게(Halocynthia hilgendorfi ritteri)와 이가보야개멍게(Halocynthia hilgendorfi igaboja)라는 두 개의 아종을 돌멍게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표본이 확보되어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회신을 주었다.
 

 

13-1.jpg » 바닷속의 살아있는 돌멍게 모습. 사진=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김광복 전문위원


앞으로 학계의 전문성과 일반 대중이 만나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겼다. 겉면은 가죽질로 2㎜ 정도로 두껍다. 그러나 속살은 부드럽고 시원한 맛을 내어 인기가 좋다. 

거제에서 돌멍게를 먹고 나서 멍게를 먹었는데, 멍게 맛을 느끼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만큼 돌멍게의 향과 맛이 강하다는 이야기이다.
 
속살을 빼낸 껍데기에 술을 따라 먹다가 취해 버렸다. 껍질이 가죽처럼 두껍고 단단하며 속이 깊어 술도 많이 들어간다. 가을철에 특히 맛이 좋다.  

 

14.jpg » 돌멍게 한 접시. 사진=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김광복 전문위원
 
끈멍게는 수심 20m 정도 바닷속 바위에 붙어산다. 여러 종류의 동물이나 해조류에 의해서 덮여 있어 발견이 쉽지 않다. 몸은 긴 타원형으로 배의 뒷부분이나 왼쪽 부분이 다른 물체에 고착한다.
 
입수공은 몸의 앞쪽 끝에 있으며, 출수공은 몸의 중앙보다 조금 앞쪽에 있다. 표면에는 불규칙한 홈과 주름이 있고, 13~20개의 크고 작은 촉수를 가지고 있다. 외피는 짙은 황갈색, 암황색을 띠는 것이 대부분이며 드물게 회백색을 띠는 개체도 있다. 안쪽 살은 옅은 노란색 또는 흰색을 띤다.
 
멍게와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모양새를 한 것으로 미더덕이 있다. 미더덕은 몸통이 굵은 곤봉 모양이고, 성숙한 개체는 긴 자루의 끝을 바닷속 고형물에 고착시키고 거꾸로 매달려 산다.
 
몸통 길이 5~10㎝ 크기이다. 입수공과 출수공이 몸통 앞쪽 끝에 있는데, 입수공은 배쪽으로 약간 굽어 있고 출수공은 앞쪽을 향해 있다. 양 수공 가까이에 불규칙한 돌기가 많이 있다.
 
몸통 아랫부분 또는 자루부분의 표면에는 불규칙한 주름이 있으며, 앞 부분에는 가로주름 또는 불규칙한 홈이 나 있다. 몸통 색깔은 이들이 사는 바다 밑바닥에 따라 다른데, 보통 황갈색에서 회갈색 또는 노란색을 띤다.
 
암수한몸으로 난소는 가늘고 길며 서로 평행으로 배열한다. 정소는 작고 둥글며 난소 사이를 메우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미더덕의 종류는 미더덕(Styela clava), 두줄미더덕(Styela partita), 긴자루미더덕(Styela longipedata), 세줄미더덕(Styela esther) 그리고 주름미더덕(Styela plicata)이 있다. 그밖에 아종인 상칭미더덕(Styela clava symmetrica)은 제주도과 일본에만 서식한다.
 
상업적인 양식은 미더덕과 일명 오만둥이라고도 부르는 주름미더덕을 주 대상으로 하고, 식용으로도 이 두 종을 이용하고 있다. <자산어보>에 음충(淫蟲)이라 기록된 동물이 있는데, 기재 내용으로 미루어 미더덕 종류인 것으로 추측된다.

 

Matthieu Sontag_800px-Styela_clava.jpg » 바다밑에 서식하는 미더덕의 모습. 사진=Matthieu Sontag,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나라의 전 연안에 분포하며 패류 양식장과 선박의 밑에 많이 부착하여 피해를 준다. 미더덕은 날로 먹기도 하고 된장찌개에 넣어 먹기도 한다. 찌개 속 미더덕을 건져 톡 터뜨리는 맛을 깨문다. 조심하라! 그 뜨거움이란…. 마산지방의 미더덕찜은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 미더덕은 요새 급격히 수요가 늘어나서 양식을 하는 곳도 있다. 

 

16.jpg » 미더덕찜과 된장찌개속 미더덕 모습. 사진=황선도
 
개불
 
개불쌍놈은 성미가 아주 고약하거나 행실이 나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개불은 개의 불알을 말하는데, 개 불알 같은 쌍놈이란 의미이다.
 
그런데, 바다에도 개의 불알이 있어 개불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일어로 유무시(ゆむし)이다. 영어로는 페니스피쉬(penis fish)라고 하니 알 만하지 않겠나. 수산시장에서 젊은 처자들이 수조에 들어 있는 개불을 보고 민망해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러다가 막상 횟상에 올라와 권유를 가장한 강요로 한 점 먹어보고는 접시 채 움켜쥐고 먹을 만큼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맛은 일품이다. 고려 말 요승 신돈이 정력 강화제로 즐겨 먹었다고 전해오고, 한방에서는 성기능이 쇠약해져 음낭 습하거나 냄새가 날 때 개불을 권하기도 한다.

 

17-1.jpg » 수산시장에서 판매 중인 개불의 모습. 사진=황선도  
 
개불(Urechis unicinctus)은 한때 둥근 통 모양새 때문에 환형동물문으로 분류되었으나, 최근에 좌우대칭과 비체절성 등의 특징을 가지는 의충동물문으로 독립되었다. 개불 몸길이는 10~30㎝라고 하지만 수축되고 늘어나니 그 길이를 장담할 수가 없다.
 
소시지 모양의 원통형에, 입의 앞쪽에 오므렸다 늘였다 할 수 있는 짧고 납작한 주둥이가 있다. 이 주둥이 속에 뇌가 들어 있어 다른 동물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꼬리의 센털은 9~13개 있는데 항문을 에워싸고 있다. 몸 겉면에는 유두상의 많은 작은 돌기가 있다. 몸 색깔은 붉은빛을 띤 유백색 또는 소위 살색이라 보기에 더욱 민망하다.

 

18.jpg » 개불. 사진=황선도
 
암수딴몸으로 암컷과 수컷은 각각 알과 정자를 만들어 수중에서 체외수정을 한다. 연안의 모래흙 속에 유(U) 자 모양의 구멍을 파고 살며 양쪽 구멍은 둘레가 낮게 솟아올라 있다. 맛과 향이 좋아 횟감으로 인기가 있으며, 겨울(11~2월)이 제철이다.

그러고 보니, 비주류 해산물로 취급받고 있는 해삼, 멍게 그리고 개불은 소위 정력에 좋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래도 해삼, 멍게, 개불이 비주류이냐? “우리도 주류이고 싶다”는 그들의 울부짖음은 정당하다. 아니 이미 “주류”이다.

 

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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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고등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어류생태학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자원조성 업무를 맡고 있다. 뱀장어, 강하구 보전,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수산자원 회복 등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anisdhw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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