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금류 황조롱이, 소박한 메뚜기 밥상

조홍섭 2013. 10. 08
조회수 36516 추천수 1

추수 끝난 논에서 메뚜기로 포식, 아파트 둥지 트는 융통성 뛰어난 맹금류

희귀 매 새홀리기도 양발에 잠자리 잡고 공중에서 먹는 모습 '찰칵'

 

ADH_4774.jpg » 논에서 메뚜기를 낚아채는 황조롱이. 검은 뺨선과 꼬리의 줄무늬가 특징이다. 사진=안동훈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지니고 육식을 하는 맹금류 가운데서도 매과의 새들은 진정한 킬러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폭이 좁고 긴 날씬한 날개와 긴 꼬리를 이용해 매우 빠르고 민첩하게 비행할 수 있다.
 

매과의 새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매우 희귀한 매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황조롱이이다.
 

황조롱이는 몸길이27~38㎝인 아담한 체격의 텃새인데, 종종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틀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새이다. 아파트 숲을 절벽이 잇따라 들어선 협곡으로 간주한 셈인데, 도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남을 보여준다.
 

황조롱이의 눈에 띄는 사냥 특징은 정지비행이다. 들판, 초원, 숲, 농경지, 하천변, 도시 공원 등 사냥터 상공에서 날개를 까딱거리며 정지해 아래 먹이를 찾는 모습이 특이하다. 먹이를 발견하면 급강하해 낚아챈다.
 

황조롱이는 들쥐 등 설치류와 작은 새를 주로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은 요즘처럼 메뚜기가 흔한 철에는 메뚜기로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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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_4812.jpg » 잡은 메뚜기를 발에 쥐고 안전한 곳으로 날아가는 황조롱이. 사진=안동훈

 

주로 주말을 이용해 집 주변에서 탐조를 하는 아마추어 사진가인 안동훈씨가 지난 5~6일 동안 관찰한 황조롱이와 또 다른 매과 맹금류인 새홀리기도 메뚜기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 주변의 수확이 끝난 농경지는 큼지막한 메뚜기들 천지이다. 황조롱이는 논 옆 전봇대나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논에서 움직이는 메뚜기를 발견하면 쏜살같이 내려가 낚아챈 뒤 다시 전봇대나 나무로 돌아와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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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2-1.jpg » 낚아챈 메뚜기를 나뭇가지(위)와 전봇대로 가져와 먹는 황조롱이. 사진=안동훈

 

안씨는 “이틀 동안의 관찰에서 황조롱이가 일정한 범위의 영역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메뚜기 사냥을 계속했다.”라고 말했다. 메뚜기는 이 시절 황조롱이의 주요 먹이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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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5.jpg » 공중에서 잠자리를 양발에 한 마리씩 낚아챈 뒤 날면서 공중에서 먹고 있는 새홀리기. 사진=안동훈  

 

근처에는 3마리로 이뤄진 새홀리기 가족이 있었는데, 이들은 잠자리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흔치 않은 이 맹금류는 공중에서 잡은 잠자리를 날면서 먹어치우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안동훈 adh80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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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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