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옥상의 황조롱이 6남매에 무슨 일이?
김영준의 야생동물 구조 24시
메뚜기부터 비둘기까지 먹여 키웠지만, 새끼 두마리는 공기주머니 파열에 골절까지
황조롱이는 도시의 맹금류…쥐 오줌까지 찾아내는 '천리안' 지녀
■ 쥐 오줌도 볼 수 있는 도시 맹금류
황조롱이는 도시형 맹금류라고 알려질 만큼 우리 주변에 널리 서식하는 종입니다.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새죠.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는 있지만 그 서식분포나 수는 맹금류에서 최고 수준일 겁이다. 먹는 것도 작은 메뚜기에서부터 등줄쥐, 꺼병이, 작은 새나 비둘기까지 다양합니다. 먹이의 선택도 나름 뛰어난 셈이죠.
보통 암컷의 체중은 210~240g 정도이고 수컷은 이보다 훨씬 작아서 170~190g 정도입니다. 20~70g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30g이면 수컷 체중의 거의 15%에 해당합니다.
황조롱이는 자외선 영역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죠? 그래서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쥐 오줌도 볼 수 있습니다. 쥐 오줌은 자외선을 반사시키거든요.
번식으로 말하자면 황조롱이는 3월 말에서 4월 말 사이에 산란을 하고 5월부터 부화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경우는 좀 느린 셈이죠.
둥지는 그리 까다롭게 고르지 않습니다. 그냥 아파트의 베란다나 에어컨 실외기 칸에 둥지를 틀기도 합니다. 가급적 높은 곳을 선호하긴 하지요. 보통은 10층 이상 건물을 선택하죠. 물론 까치의 묵은 둥지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스스로 둥지를 가꾸어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에는 황조롱이들이 많이 보이고, 또 시골에서도 높은 곳을 찾기 때문에 가장 높은 아파트에서 자주 보이는 것입니다. 가파른 절벽은 없지만 아파트가 그 대용품으로 좋은 서식지가 된 거죠.
황조롱이가 번식하는 곳을 좀 볼까요?
오늘 보여드릴 것은 기낭이 파열된 황조롱이 유조입니다. 기낭이란 새의 가슴과 배에 있어 허파와 통하는 얇은 막의 주머니를 가리킵니다. 그 안에 공기를 드나들게 하여 몸이 뜨는 일을 도우며 호흡 작용을 왕성하게 하지요. 아마 경기낭 부위가 파열되어 피하기종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은 외부 충격에 의해 기낭이 파열되곤 합니다. 호흡이 좀 곤란하지요.
충남 논산 강경의 한 아파트에서 시민이 돌봐주시고 있던 황조롱이 가족이었습니다. 옥상 화분에 둥지를 틀어둔 것을 발견하시고 우산도 씌워주시고, 멀리서 지켜보셨답니다. 4월 10일께 날아와서 알을 낳고 모두 6마리가 태어났는데, 이 녀석들이 수시로 바로 아래층으로 떨어지곤 했다는군요.
그런데 어제 황조롱이 막내의 목이 이상한 것을 보시고 저희 센터에 연락을 해 왔습니다. 휴대전화로 사진이 오긴 왔는데, 멀어서 정확한 판단은 안 섰지만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구조를 결정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현장을 나갔을 때 동물을 못 잡는 경우가 많아, 가이드라인에는 동물이 확보된 상황에만 현장출동을 하는 것으로 하고 있어서 신고자분께 황조롱이를 잡아달라고 부탁드렸지요. 결과적으로 2층 아래에서 떨어져 발견되었답니다.




현장에 저희 재활관리사가 도착해 보니 황조롱이는 모두 6마리인데 한 마리는 피하기종, 다른 한 마리는 잘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해서 두 마리를 데려오자고 하였지요. 어차피 야생에 놔둬도 죽을 운명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조류는 포유류와는 달리 기낭으로 호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몸에 여러 개의 풍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죠. 호흡능력이 포유류에 비해 매우 뛰어나서 해발 6000m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을 고도적응을 하지 않고 그대로 넘어오는 새들도 있습니다. 좌우간 이렇게 기낭파열에 의해 발생한 피하기종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시술부위를 잘 소독한 후에 굵은 주사바늘을 삽입하여 기종을 제거하면 곧 회복되곤 합니다.
잘 걷지 못하던 녀석인지라 정확한 검사를 위해 방사선 사진을 찍었습니다. 결국 문제가 발견되는군요.


글·사진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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