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새처럼 호흡, 들숨 날숨 모두 산소 흡수

조홍섭 201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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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과 날숨 때 모두 산소 흡수하는 '한 방향 호흡', 왕도마뱀서도 발견

애초 새 비행과 관련해 진화 추정, 2억7천만년 전 출현한 호흡 방식

 

Andrew Purdam_above marpha_mustang region_nepal.jpg » 히말라야의 마르파 봉을 넘는 쇠재두루미 무리. 새들의 호흡계는 산소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얼개이다. 사진=앤드류 퍼댐, 위키미디어 코먼스  

 

쇠재두루미는 해마다 8~9월이면 겨울을 나기 위해 몽골과 중앙아시아에서 수백 마리씩 무리를 지어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로 간다. 산소가 희박하고 극심한 추위에도 이 새는 해마다 5000~8000m 상공을 너끈히 날아간다.
 

기상이변이나 매의 습격으로 낙오하는 두루미는 있어도 산소 부족 때문에 기절하는 새는 없다. 그 비결의 하나는 조류가 지닌 성능 좋은 허파이다. 새들은 들숨과 날숨 때 모두 허파에서 산소를 흡수하는 단일 방향 호흡을 한다.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은 들숨 때 신선한 공기가 기도로 흘러들어와 차츰 좁아지는 기관지를 따라 마지막으로 허파꽈리에 이르러 실핏줄에서 혈액에 산소를 전해준 뒤, 이산화탄소를 거두어 날숨과 함께 배출된다. 허파에서 산소교환이 이뤄지는 것은 들숨 때뿐이다.
 

그러나 새들은 숨을 들이쉬는 동안과 내쉬는 동안 모두 허파에서 산소가 교환되는 특수한 구조로 되어 있다. 새의 허파는 포유동물에 비해 절반 크기밖에 안 된다. 게다가 숨을 들이쉴 때 늘어나지도 않는다. 대신 새에는 늘었다 줄었다 하는 여러 개의 공기주머니가 있다.
 

 

새가 공기를 흡입하면 신선한 공기는 곧바로 허파로 가는 게 아니라 몸 뒤의 공기주머니에 저장된다. 다음 내쉬는 숨에서 이곳의 신선한 공기는 허파로 이동해 산소를 전달한다.
 

이어 들숨 때 더러워진 공기는 몸 앞의 공기주머니로 이동해 다음 날숨 때 밖으로 배출된다. 새들이 공기에서 산소를 흡수하는 데는 2번의 들숨과 2번의 날숨이 필요한 셈이다. 또 허파는 들숨 때나 날숨 때 모두 신선한 공기가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산소를 전달한다.
 

과학자들은 이제까지 새의 이런 효율적인 호흡기가 산소가 희박한 고공을 날거나 산소 소비가 많은 비행을 위해 진화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2010년 미국 유타대 생물학 교수 콜린 파머는 앨리게이터도 이런 한 방향 호흡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악어는 비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더운피 동물도 아니니, 한 방향 호흡이 왜 진화했는지를 설명하던 기존 가설은 삽시간에 흔들렸다. 악어와 새가 모두 같은 호흡체계를 지닌다는 것은 2억 5000만년 전 새와 악어, 공룡의 공통 조상 때부터 이런 기관이 진화했음을 가리킨다.
 

파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2억 5100만년 전 고생대가 중생대로 바뀌는 페름기 대 멸종 사태 때 지구 대기가 저 산소 상태였는데, 여기서 살아남은 진화일 것이란 가설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가설은 발견 당사자의 뒤이은 발견으로 또 뒤집히게 됐다.
 

Cheryl A. Ertelt_s.jpg » 아프리카 사바나에 서식하는 왕도마뱀. 새와 마찬가지로 한 방향 호흡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셰릴 에르텔트

 

그는 아프리카 사바나에 서식하는 왕도마뱀의 호흡방식을 컴퓨터 단층촬영과 3차원 영상 등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 이 도마뱀도 새나 악어와 마찬가지로 한 방향 호흡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왕도마뱀은 폐와 함께 10여개의 공기 주머니를 지니고 있어 폐를 통해 들어온 공기가 다시 폐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기주머니를 차례로 거쳐 배출되는 방식으로 호흡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
 

nature12871-f1_2.jpg » 왕도마뱀의 골격구조와 허파(푸른색). 사진=파머, <네이처>

 

Emma Schachner, University of Utah_s.jpg » 왕도마뱀 호흡기 구조와 공기의 흐름(아래). 사진=파머, <네이처>  

 

도마뱀의 조상은 악어나 새의 조상보다 2000만년 전에 진화계통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한 방향 호흡이 2억 7000만년 전에 이미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새가 처음 출현하기 1억년 전의 일이다. 이때는 대기 속 산소가 풍부했기 때문에 앞서 저 산소 대기설은 자동 폐기됐다.
 

파머 교수는 “이로써 한 방향 호흡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흔하고 오랜 방식임이 분명해졌다. 이제 도마뱀의 친척인 이구아나와 도마뱀부치는 어떤 호흡방식을 택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유타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아직 가설 단계이다. 파머는 도마뱀의 한 방향 호흡이 왕도마뱀의 조상이 출현한 3000만년 전에 이미 새와 악어의 조상에서 진화한 한 방향 호흡과는 별도로 진화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새가 이런 독특한 호흡법을 잘 활용하는 것도 놀랍지만, 그것이 신진대사가 느리고 변온동물인 도마뱀과 악어에서부터 진화했는지 미스터리는 점점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mma R. Schachner et. al., Unidirectional pulmonary airflow patterns in the savannah monitor lizard, Nature, Published online11 December 2013. doi:10.1038/nature1287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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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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