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22조원짜리 ‘모래성 쌓기’, 자연의 반격

김성만(채색) 2011. 06. 01
조회수 259485 추천수 1

낙동강 병성천 합수부 현장 네 달 추적, 우려가 현실로

파내면 메우고 또…, 비 50mm에 섬, 100mm에 육지로

경북 상주시 상주댐(보) 건설현장 바로 아래 낙동강과 병성천이 만나는 지점, 지난 3월에 50mm 비에 섬이 생기더니 5월 초 내린 비에는 아예 육지가 생겨 버렸습니다. 억지로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정부는 '유지준설'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에 사용된 막대한 예산과 모래 속에 정착하던 생명들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습니까.

지류하천에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직접 현장을 찾아나선 것입니다. 강바닥이 깎여나가는 '역행침식', 유속증가로 인한 제방유실, 하천변의 준설토 유실, 본류 모래톱이 있던 자리에 재퇴적 등 여러가지 문제가 지적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4대강 공사의 목적인 '물그릇 키워 수질향상, 홍수예방 등'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으로 수십조원의 세금이 '헛 돈'이 될 수 있다는 매우 매우 큰 문제입니다.

그 문제는 국내 전문가들로부터 일찍부터 지적된 상황이었고, 독일에서 온 하천전문가 역시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게다가 작년 추석 때는  200mm 비가 내린 남한강을 중심으로 실제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4대강 공사로 인해 일어날 일들은 지극히 당연히 일어나는 사고들인 것입니다. 


50mm 비에 섬 생겨났던 병성천 합수부, 100mm 비에 육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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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준설공사가 끝나고 호안이 정비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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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60mm 정도의 비에 섬(하중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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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섬과 호안을 원래의 모습대로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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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정비된 호안은 다 무너져버리고 넓은 육지(모래톱)가 생겼다.

 

처음 병성천을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24일 입니다. 작년 장마철 이후 큰 비가 내리지 않았던 2월이었지만 병성천은 깊게 패이고 있었습니다. 지적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에 비교적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바닥이 깎이는 상태, 합수부의 상태, 준설토 적치장의 상태 등. 워낙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이다 보니 '그래도 그렇지 국가가 하는 일인데, 대기업이 하는 일인데 그런 거 하나 신경 안 썼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번째 방문한 3월 22일, 첫번째 방문한 때의 사진을 보고 함께 가자고 했던 기자와 간 것입니다. 그곳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었죠. 그런데 변화상황은 굉장히 심했습니다. 깊게 패였던 곳은 모래로 다시 채워지고, 준설공사가 마무리됐던 합수부에는 거대한 섬이 생겨났죠. 모래의 재 퇴적이 지적한 그대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세번째 방문했던 4월 19일에는 생겨났던 섬을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다시 준설한 것입니다. 다음 비가 오면 또 퇴적될 것이란 것은 자명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방문한 것은 5월 19일입니다.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상상하기도 힘든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물길은 완전히 바뀌어져 있었고, 오른쪽 제방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습니다. 이전에 비교사진을 찍기 위해 봐두었던 포인트도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하일라이트는 합수부였습니다. 준설을 끝낸 자리에는 아주 드넓은 '육지'가 생겨나 있었습니다. 다져 놓았던 계획상 제방은 아예 무너져 내려 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이곳은 상주댐(보) 바로 아래 지역으로 다른 곳보다 준설 깊이가 상대적으로 깊은 지역입니다. 수면 위로 모래톱이 드러날 정도라면 엄청난 깊이로 쌓였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게 허술할까!' 생각했던 정부와 대기업이 너무나도 허무할 정도로 부실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공적으로 돌려두었던 물길,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강 스스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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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공사를 위해 물길을 돌리고, 좌우 침식을 막기 위해 모래제방을 쌓아두었다. 가파르게 침식이 진행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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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60mm 비가 온 뒤 상류의 모래가 쓸려 내려와 다시 완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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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100mm 비가 온 뒤에는 원래의 하천 모양대로 넓은 백사장과 넓은 물길이 생겨났다.


병성천 아래 쪽 합수부에는 4대강 공사를 위한 임시교량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하천을 임시로 돌려두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돌려두었던 대로 흘러갔지만, 차츰차츰 깊어졌습니다. 본류의 바닥이 준설로 깊어져 지류도 마찬가지로 강바닥을 낮춘 것입니다. 역행침식(두부침식)이죠. 지류의 깊이가 깊어지며 경사가 가팔라졌습니다. 물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속도는 더 큰 힘을 부릅니다. 그 힘이 가까운 제방에 미쳐 둑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그래서 양 옆에 모래 포대로 만든 임시 제방을 만들어 둔 것입니다.

사람들이 부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은 강은 스스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노력을 합니다. 누군가가 내 몸을 묶어둔다거나 무릎을 꿇게 한다거나 불편하게 해 놓는다면, 당연하게도 몸이 편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또 노동을 하다가 낫에 베이거나 넘어져서 상처가 났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아물기도 합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 식물, 심지어 강도 이런 자연치유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는 강을 치유하는데 특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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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위 사진 포인트에서 상류쪽을 바라본 사진. 마찬가지로 가파르게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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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60mm 비가 온 뒤 더 깊이 침식되었으며 모래가 다시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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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원래 강바닥 높이에 가깝게 모래가 쌓였으며, 깨끗한 모래톱이 넓게 형성되었다.


위 사진 세 장은 거의 한달마다 찍은 사진입니다. 첫 번째 사진을 찍고 난 뒤 60mm의 비가, 두 번째를 찍고난 뒤 100mm의 비가 왔습니다. 첫 번째 사진, 즉 비가 거의 오지 않았던 겨울 동안에는 낙동강의 낮아진 높이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도 강바닥을 낮추었습니다. 패인 피부에 맞추어 다른 피부도 깎아내는 것입니다. 끔찍하지요. 

그런데 비는 그 상처를 감쪽같이 아물게 했습니다. 천연 특효약입니다. 상류에서부터 무수한 모래알들이 쓸려 내려와 상처가 났던 부분을 가득 채웠습니다. 가파르게 깎인 강바닥을 따라 세차게 흐르던 강물은 다시 느릿하게 흐르게 되었습니다. 비는 강물의 원천, 강 스스로 치유한 것입니다. 


자연 제방이 아니라 인공 제방이 무너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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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겨울철 갈수기지만 조금씩 강바닥 침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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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비가 온 뒤 제방이 안쪽으로 패이고 물길도 완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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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100mm 비에 제방은 무너지고 나무는 뽑혔다. 인공적으로 돌려놓은 물길엔 모래가 쌓이고 원래의 방향으로 돌아갔다.

 

가팔라진 강물은 그 기울기에 비례하여 힘이 강해집니다. 2배 기울어졌을 때 힘은 약 4배 정도 강해진다고 합니다. 이 힘은 강 양편의 제방에 가해집니다. 최소한 수십년 동안 안정적으로 지탱했던 자연제방마저도 이렇게 무너뜨렸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걸어갔던 제방길은 아예 없어져 버리고 그 길 아래에 있던 나무들은 다 쓰러졌습니다. 


이곳 병성천의 제방은 자연제방이고 사람이 살지않는 지역이라 사람에게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면 어떨까요? 수백개에 이르는 지천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곳 제방이 무너진다면 평소에 일어나지 않았던 큰 침수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본류의 제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댐(보)에 갇혀있던 엄청난 양의 물이 준설로 매끈해진 강을 을 따라 일시에 흘러간다면 기존 제방이 견디기 힘듭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역을 보강하고 있지만 그것도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안정화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이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허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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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성천을 따라 쌓아둔 준설토. 비만 오면 강으로 다시 쓸려간다.


초록빛깔 땅과 포클레인 사이에 병성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거대한 모래산은 바로 준설토를 쌓아둔 곳입니다. 병성천 바로 옆에 엄청난 양의 준설토가 쌓여있는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번 비에 아주 아주 많은 모래가 다시 병성천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비가 오면 강물로 흘러들어갈 것이란 건 누구나도 예측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모래를 어떤 목적으로 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모래를 사용하겠다고 맘 먹었으면 최소한 흘러들어가지 않는 위치에다 적치를 해 두었어야지요. '그럴 수도 있지' 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하지마'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퍼내고 흘러가고 다시 퍼내고 또 흘러가는" 이 무한 반복적인 허무한 사업에 쓴다는게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운송거리를 줄여 돈을 좀 아껴보겠다는 심산이었겠죠. 턴키 발주여서 비용을 아낀 건 정부가 아니라 사업자겠지요.  

역행침식과 재 퇴적에 대해 정부에서 일종의 반박자료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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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4대강 살리기 사이트 캡쳐>


퇴적토가 쌓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표현해두었습니다. 이에 대해 유지준설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현 시점이 아직 완공도 안 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병성천에서만 두번째 퇴적이 되었고, 지금은 다시 준설을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5월31에 다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는 이런 문제가 지극히 상식적인 것임에도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환경단체나 4대강을 반대하는 전문가 그룹에서는 이런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었습니다. 정부측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일까요? 아니면 문제를 지적하고도 정부측에 의해 묵살됐을까요?

지류의 침식이나 재 퇴적을 막기 위해서는 준설공사를 하기 전 지류에 침식방지시설(하상유지공)을 설치했어야 하고, 모래유출을 막기위한 시설 역시 설치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공사를 하는 중에 강바닥이 침식되거나 이렇게 모래가 쓸려나오는 일은 없었겠죠(덜했겠죠). 

정부의 막대한 자금, 국민들의 피같은 세금을 퍼붓고 있는 4대강 공사,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을지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4대강 공사 시작 후 비가 제대로 온 적이 없습니다. 불행히 올 여름에는 많은 강우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강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엄청난 세금은 그저 물에 휩쓸려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유지준설'을 통해서 다시 엄청난 세금을 붓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두는 것이, 강에게도 우리들에게도 그곳에 깃든 생명들에게도 좋을 것입니다! 그만하시죠?

김성만/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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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채색) 생태활동가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 현장팀에서 활동했었다. 파괴를 막는 방법은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 믿고 2012년 3월부터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중국 상하이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달려라 자전거>를 냈고,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메일 : sungxx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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