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없다면 지구 표면은 절절 끓는 290도

이은주 2018. 07. 23
조회수 6321 추천수 1
열병 걸린 지구, 그러나 기적처럼 생명 유지 ‘푸른 별’
덥다 덥다 해도 광복절 지나면 선선한 것이 자연 순리

NASA Bill Anders_800px-NASA-Apollo8-Dec24-Earthrise.jpg » 푸른 보석처럼 떠 있는 지구. 아폴로 8호 승무원이 달에서 찍은 것이다. 빌 앤더슨, 나사 제공.

서울 지역은 연일 낮 최고기온이 34도가 넘는 폭염이 일주일 이상 지속 중이다. 낮 동안 밖에 나가 거리를 10분 이상 걸으면 땀이 나고 아스팔트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 마치 한증막 같다. 폭염으로 인해 동네 마트와 백화점이 붐빈다고 한다. 또한 무더위를 피해 집에서 밥을 하지 않고 나와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식당 매출이 증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온을 관측한 이래 가장 더웠던 1994년과 비슷한 폭염 여름이 예상된다고 하니 벌써 걱정이 앞선다. 최고 더웠던 1994년 여름 대구 지역은 35도가 넘는 폭염 일수가 40일이나 돼 온열 환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번 더위의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니라 티베트 지역에 내린 눈이 최저 적설량을 기록하고, 몽골과 고비사막은 심한 가뭄을 맞아 그 열기가 한반도로 내려오기 때문이라 한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지낼 수 있을까? 눈을 들어 먼 우주를 바라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지 모르겠다. 차가운 우주 공간에 나가 우리가 사는 푸른 행성을 바라보자.

Harman Smith and Laura Generosa1280px-Solar_sys8-1.jpg » 예술가가 그린 태양계 모습. 하만 스미스, 로라 제네로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파란색 공 같은 지구는 커다란 우주의 일부분이다. 오늘날 자연과학이 밝힌 우주는 너무 커서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9개의 행성이 돌고 있는데, 지구는 세 번째 행성으로 태양으로부터 1억 5000만㎞ 떨어져 있다. 초속 30만㎞인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8분 20초 걸리는 거리이다.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야 도달하는 거리)이며 태양계는 중심부로부터 약 3만 광년 떨어져 있다. 만약 우리 은하계를 서울시에 비유한다면 태양계는 서울시 중심인 명동으로부터 떨어져 영등포 정도에 해당하는 곳에 있다. 

지구는 태양까지의 거리가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에 적당한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금성은 태양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표면 온도가 섭씨 500도나 되므로 물이 존재할 수 없다. 또한 화성은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지구의 1.5배나 되어 태양으로부터 받는 복사열의 양도 지구의 반 이하이고, 표면 온도는 영하 60도로 매우 낮아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생물은 대부분 섭씨 50도가 넘어가면 단백질의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살 수 없다. 태양계에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는 1억 4000만∼2억 9000만㎞ 사이이다. 이것을 에코쉘 (ecoshell)이라 한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생물이 살기 적합한 10도에서 20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지구는 현재 평균기온 15도이지만, 생명체가 없다면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와 대기 조성을 생각하면 평균온도가 290도 정도가 될 것이라 계산된다. 생명체가 있기에 현재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즉 생명체가 온실화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해서 증가한 구름에 의해 지구 표면의 태양에너지 흡수를 조절하고 녹색 식물이 태양 빛의 반사를 적절히 조절한 결과이다.

NASA_Apollo 17 crew_800px-The_Earth_seen_from_Apollo_17.jpg » 생명체와 이산화탄소, 산소, 구름 등 생태계가 지구를 생물이 살기 적당한 장소로 만들었다. 아폴로 17호가 촬영한 지구의 모습. 일명 '마블 어스'. 나사 제공.

지구 위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간 생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지구 위의 대기의 산소농도는 최소한 목탄이 발견된 2억년 전부터 21%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데, 약 3억 5000만년 전 석탄기 때는 지구 산소농도가 약 35%에 달한 적이 있다. 이때는 잠자리의 날개 길이가 70㎝에 달할 정도의 대형 곤충이 살았다. 만약 대기 중의 산소의 농도가 현재보다 4% 증가한다면 세계 도처에서 화재가 발생할 것이며, 아무리 물에 젖은 숲이라도 일단 불이 붙으면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만일 산소가 12% 이하가 되면 아무리 불을 피우려 해도 연소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산소농도는 생명이 존재하기에 절묘한 농도이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0.04% 정도인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온실효과로 지구 위의 기온은 급속도로 높아질 것이다. 원시 대기에 많았던 이산화탄소는 바다에 흡수되고 광합성에 의해 흡수된 후 현재에는 적절한 농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화석연료 연소 때 발생하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는 지구 기온 상승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05796941_P_0.JPG » 아무리 더워도 8월 중순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김태형 기자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철새처럼 계절에 따라 시원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은 일본 홋카이도, 러시아 사할린 같은 곳은 5도 이상 시원하다. 또 다른 방법은 해발고도가 높은 곳으로 가는 방법이다. 해발 100m 높아질 때마다 약 0.6도 시원해진다. 예를 들면 곤돌라로 올라갈 수 있는 강원도 발왕산 정상은 해발 1458m인데 평지보다 약 8도 시원하다. 사람들이 여름에 강원도 같은 곳을 많이 찾는 이유이다. 

또 다른 방법은 기화열을 활용하는 것이다. 물이 기화할 때 많은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주변 공기가 시원해진다. 바닷가에서 해수욕하거나 계곡에 발을 담그면 수온과 기온 차이에 의해 한번 시원해지고 밖으로 나오면 기화열로 다시 시원해진다. 옛날 할머니가 여름철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는 원리이다.

바쁜 도시생활에서는 이 어느 것도 쉽지 않다. 그냥 그늘 좋은 나무 아래만 있어도 훨씬 시원하며, 자주 등목만 해 주어도 더운 여름날 만하다. 덥다 덥다 해도 광복절 지나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해마다 점점 더워지는 무더운 여름을 이겨낼 담담한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이은주 /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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