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감시 최전선 초소를 아세요?

조홍섭 2009. 03. 17
조회수 19343 추천수 0
안면도 감시센터
최첨단 장치로 한국 온실가스 대표값 측정
30초마다 잰 데이터, 세계기상기구로 보내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밧개해수욕장 옆 언덕 위에는 높은 철탑이 삐죽 솟아 있는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센터장 박정규)가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다.
 
직원 15명은 이곳에서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지만 반찬은 각자 싸 가지고 와야 한다. 전기밥솥으로 밥은 해 주지만 국이나 찌개 등 요리를 할 가스레인지가 없다. 가스가 탈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 측정에 오차를 낼 것을 우려해 요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오차 낼라 조심조심, 센터에선 조리도 금지
 
Untitled-15 copy.jpg약 20억 원어치의 각종 첨단 측정장치로 가득 찬 이곳은 기후변화와 맞서 싸우는 최전선 감시초소이다. 말하자면 비무장지대의 관측초소에 해당한다. 여기서 30초마다 재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세계기상기구로 보내져 지구의 324개 관측소의 측정값과 함께 지구온난화를 진단하는 핵심 자료로 쓰인다.
 
지난 11일 오후 3시께 센터에 걸린 전광판은 이산화탄소 농도 414ppm을 가리키고 있었다. 공기 분자 100만 개 가운데 이산화탄소 분자가 414개 있다는 뜻이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지구 대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이었다. 지난 65만 년을 통틀어도 180~350ppm으로, 현재의 농도는 역사적 범위를 뛰어넘고 있다.
 
기후변화감시센터는 인위적 영향을 최대한 배제한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대표값을 측정한다. 태안해안국립공원 안이어서 주변 수십㎞에 큰 산업시설이 없다. 또 해발 45.7m 언덕에 설치한 40m 높이 관측탑에서 공기를 채취한다.
 
고압탱크와 모니터 등이 들어찬 온실가스 분석실에 들어갔다. 비분산적외분석기(NDIR)의 모니터가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504.9ppm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태안 상공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방문객이 많아 데이터가 튀었습니다. 이런 데이터는 기록에서 뺍니다.”
 
구태영 박사가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관측탑에서 채취한 공기에 적외선을 쏘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이산화탄소는 적외선을 흡수하는데, 시료 속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많은 적외선을 흡수했는지를 측정해 농도를 계산한다. 이때 2시간마다 정확한 농도를 알고 있는 표준가스를 넣어 시험측정을 해, 측정이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민감한 장치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진동을 일으키면 당연히 오작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기상학 연구자는 물론이고 방송사 촬영팀 등 방문객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Untitled-14 copy.jpg
 
24곳 오지 데이터로 이산화탄소 평균 내는 이유는?
 
기상청은 올해 안에 제주 고산, 내년에는 울릉도에 감시센터를 추가로 세워 한반도를 둘러싼 이산화탄소 배경농도를 측정할 예정이다.
 
안면도 감시센터가 지난 한 해 동안 관측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391.4ppm으로 지난 10년 동안 20.7ppm 증가했다. 지난해 지구 농도는 384.9ppm이고 지난 10년 동안 17.3ppm 늘었다. 동아시아는 유럽, 미국 동부와 함께 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드러지게 높은 곳이다.
 
Untitled-16 copy.jpg흥미로운 건, 안면도를 포함해 전 세계 300곳의 측정소에서 잰 이산화탄소 농도로 지구평균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구평균은 하와이 마우나로아(해발 3400m) 관측소 등 세계의 오지 24곳에 설치된 ‘지구 급 관측소’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서 잰 이산화탄소 농도를 쓰지 않고 극지방, 해양, 고산 등의 측정값으로 지구평균을 내면 농도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것 아닐까.
 
박정규 기상청 기후국장은 이 의문에 대해 “설탕물의 농도는 각설탕 근처가 아니라 설탕이 모두 녹은 뒤에 재는 것”이라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인간의 영향을 받는 범위보다 대기는 훨씬 넓고, 게다가 이산화탄소는 대기 속에서 100~150년 동안 머물며 온실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그 영향은 한반도에 한정되지 않고 지구차원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안면도에서 잰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은 이 지역 산업활동의 반영이다. 아직까지 중국과 한반도의 영향 가운데 어느 쪽이 큰지는 알지 못하고 있다. 서풍을 타고 중국의 이산화탄소가 오기도 하지만 북풍이 불면 수도권의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보다 2만 2천 배 온실효과가 강한 육불화황은 수도권 쪽에서 북동풍이 불면 연평균보다 2~4배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화학물질은 반도체 공장 등에 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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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겨울부터 봄까지 높고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낮은 뚜렷한 계절변동을 한다. 식물이 광합성을 활발히 하는 계절에 농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식물이 본격활동을 시작하기 직전인 요즘은 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장 높은 때이다. 하루 중에도 식물이 활동하는 낮에 낮고 밤에 높아진다.
 
태안/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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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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