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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현 2009.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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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롯데월드 사익만큼 성남시민 덤터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 헌법 ‘불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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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 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지만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여야 하므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시설 주변의 토지이용을 규제하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이나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그 중 하나다. 두 법 모두 헌법 23조에 따라 공익을 위해 사익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들이다. 이것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명시한 헌법 11조와 연결해 보면 재산권의 행사와 제한에 관한 법률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 송파구의 제2 롯데월드 건축허가와 인천시 계양산의 롯데 골프장 사업승인 과정은 이러한 헌법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활주로 방향 변경시 고도제한 규제는 고스란히 성남시민의 몫
 
롯데는 1995년 11월 100층(높이 402m) 건물 신축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건물이 너무 높아 성남비행장을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공군의 의견을 수용하여 송파구는 1998년 5월 36층(높이 143m)으로 축소 허가했다. 롯데가 이의를 제기하자 국토해양부는 2003년 7월 미 연방항공청에 항공안전성 검토를 의뢰하기도 했다. 2005년 1월 롯데가 건물 높이를 112층(555m)으로 확대하여 다시 건축허가를 신청하자 국방부는 이 문제를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의 조정안건으로 상정했다. 2006년 11월 국토해양부는 비행안전평가 용역을 다시 의뢰하지만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용역결과의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하자 2007년 6월 국무조정실은 비행안전 문제의 대안이 나올 때까지 제2 롯데월드 건축허가 문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제2 롯데월드를 둘러싼 사익과 공익의 갈등에서 헌법 23조 공익우선의 원칙은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유지됐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성남비행장의 활주로를 변경하여 제2 롯데월드의 112층 건축계획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롯데와 국방부 간의 갈등이 정부와 성남시민 간의 갈등으로 바뀌고 있다. 롯데월드 쪽으로 나있는 활주로 방향을 성남시 쪽으로 돌리게 되면 롯데가 받던 고도제한 규제를 성남시민들이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롯데의 재산권이 군용항공기지의 공익보다, 성남시민의 재산권보다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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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23조까지 훼손하면서 공익보다 롯데의 사익 우선
 
인천시 계양산은 1989년에 대양건설(주)이 처음 골프장 건설을 시도한 이후 롯데건설이 1998년, 2000년, 2003년 3차례에 걸쳐 추진했으나 시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그린벨트 지역이다. 2006년 7월 롯데가 다시 38만 평의 그린벨트에 골프장(29만 평)과 놀이공원(9만 평) 사업승인을 신청하자 인천시의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210일의 나무 위 시위, 촛불집회, 숲속음악회 등의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골프장 대신에 시민공원 조성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벌였다. 환경부도 환경성검토 과정에서 2차례나 사업신청을 반려했으나 롯데는 사업규모를 축소하면서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2007년 6월 환경부가 조건부로 동의하자 두 달 후에 인천시도 도시계획 변경을 의결하고, 2008년 4월에는 국토해양부가 대중골프장 조건부로 역시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원주민들은 방 한 칸만 늘려도 전과자가 되는 그린벨트에 롯데는 18홀 골프장과 놀이공원까지 지을 수 있게 허가한 것이다. 인천시민의 공익보다, 원주민의 재산권보다 롯데의 개발이익이 우선인가?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재산권을 행사해야 하고, 공익을 위해 재산권을 제한할 때도 평등하게 제한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제2 롯데월드의 고도제한을 해제하기 위해 성남시민들의 재산권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롯데가 안고 있던 재산권 규제의 짐을 성남시민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인천시 계양산에서는 도시주변의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공익보다 롯데의 사익을 우선했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여야 한다는 헌법 23조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기 어렵다는 옛말이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고통을 분담하는 평등의 원칙이야말로 사회갈등을 예방하는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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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프렌들리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환경분쟁연구소장. 갈등과 분쟁이 있어야 먹고 사는 분쟁 전문가. 복잡한 환경분쟁을 명쾌한 논리와 합리적인 대안 제시로 풀어나간다.
이메일 : green@bunjaeng.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bunj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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