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거닐면 내 속으로 자연이 ‘뚜벅뚜벅’

조홍섭 2009. 01. 05
조회수 19011 추천수 0
건강 챙기고 철따라 새·꽃 보는 재미 ‘톡톡’
눈여겨 꼼꼼히 기록하면 환경전문가 ‘뺨쳐’
 

PC283240 copy.jpg
하늘공원 들머리에 멋진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이 있다.


지난 성탄절 아침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밑 한강변 산책로에는 영하의 날씨이지만 걷는 사람들로 붐볐다.
 
중학생 딸을 데리고 산책에 나선 주민 윤석분씨(50)는 “1주일에 2~3일은 팔당대교에서 미사리까지 강변을 따라 왕복 3시간쯤 걷는다”며 “덕분에 지병이 나았고 철따라 새와 야생화를 보는 재미도 톡톡하다”고 말했다. 강을 따라 도보용 흙길과 자전거길이 나란히 달리는 이 산책로는 자연관찰의 명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도심에서 천연기념물인 큰고니를 볼 수 있는 드문 탐조장소로 유명하다. 이 지역 시민단체인 푸른교육공동체는 매주 토요일 ‘고니학교’를 여기서 연다. 이날도 수십마리의 큰 고니가 얕은 여울에서 수초를 먹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조류만도 참수리, 알락오리, 원앙 등 30여종에 이른다.
 
팔당대교에서 미사리까지 미사리산책로 4㎞는 강변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걷기 코스이다. 새도시 골재로 파내느라 당정섬은 사라졌지만 습지로 되살아나고 있는 자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6000162179_20090105.jpg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에서 팔당댐까지 한강을 따라 걷는 미사리산책로는
       철따라 달라지는 자연을 벗하며 걷는 최고의 코스 가운데 하나다.


하루 30분씩 걷는 사람, 절반도 안돼
 
걷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건강을 위해 또는 살빼기를 위해 걷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걷기는 모든 종류의 암 발생률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질 만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좋다.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은 물론이고 기억력과 학습능력, 집중력, 추상적 사고능력을 향상시킨다.
 
걷기여행 전문 출판인인 윤문기씨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노령화 영향으로 걷기 동호인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처음엔 건강 때문에 시작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취미로 바뀌고 걷는 거리도 차츰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걷기라도 의무감에서 한다면 오래가기 힘들다. 사실 걷기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보건복지가족부 조사로는 하루 30분씩 주 5일 이상 걷는 사람은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45.7%에 지나지 않는다.
 
가까운 자연 속을 걸어보자. 잘 찾아보면 도심에도 크고 작은 공원과 산책로가 예상밖으로 많다.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걷는 것은 내 몸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다.
 
여진구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걸으면 자전거나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과 전혀 다른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개화시기 등 자연의 변화를 장기간 모니터링한다면 기후변화의 영향 등을 알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6000162184_20090105.jpg
        팔당댐 아래 여울에서 물풀을 찾고 있는 큰고니들. 팔당댐 부근은 수도권에서
        천연기념물인 대형 희귀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드문 장소이다.
 
여의도 샛강·월드컵 공원·남산·양재천 등 무궁무진
 
서울 도심에서도 걷기와 자연관찰을 모두 충족시키는 곳이 적지 않다. 일단 산 정상에서 눈을 돌리면, 산자락을 타고 수많은 산책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강변과 공원, 지자체가 조성한 걷기 좋은 길 등도 자연걷기의 대상이다.
 
여의도를 일주하는 약 10㎞ 구간은 철따라 달라지는 한강의 모습을 조망하면서 2~3시간 걸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국회의사당에서 여의교에 걸친 샛강생태공원에서는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의 새와 연못에 떠있는 커다란 배스를 볼 수 있다.  여의도를 다 돌지 않더라도 마포대교 남단에서 여의도공원을 가로질러 생태공원을 따라 여의교까지 가는 약 5㎞의 단축코스도 걸을 만하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 공원 일대도 자연성이 뛰어난 곳이다. 골프장 건설 논란 끝에 최근 가족공원으로 개장한 노을공원과 억새 등 각종 식생이 풍부한 하늘공원은 도심과 한강을 한 눈에 바라볼 최적의 장소이다. 일반에게는 덜 알려졌지만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에 오르지 않고 주변을 도는 산책로에는 난지천 공원, 800m 거리의 메타세쿼이어 길이 나 있다. 또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를 따라 성산대교에서 행주대교까지 자연성이 살아있는 강변길을 걸을 수도 있다.
 
이밖에서 도심에서 자연성이 뛰어난 걸을 만한 곳으로는 남산의 북쪽과 남쪽 산책로, 창덕궁 후원, 양재천과 탄천변, 강서습지생태공원 등을 꼽을 수 있다.  

6000162173_20090105.jpg
         한강의 자연사 보고였던 당정섬이 골재채취로 사라진 뒤 토사가 쌓여
         다시 섬과 습지대가 살아나고 있다. 멀리 덕소의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수도권의 대표적인 자연 걷기 코스
 
강동그린웨이= 강동구 고덕산과 명일·방죽·명일근린공원과 일자산공원을 잇는 총 12.7㎞ 길이의 산책로. 평탄하지만 아름드리 나무가 많고 안내판이 잘 돼 있다. 강동구가 추진하는 총 25㎞ 강동그린웨이의 1차 완성 구간이다.

중랑천 둑길=동대문구 휘경동 배봉산 근린공원에서 중랑천을 따라 장안동 군자교까지 이어지는 둑길이다. 바람과 햇빛이 센 둔치와 달리 벚나무 등 가로수로 덮여있고 바닥엔 우레탄이 깔려있어 폭신하다.

서리골·서리풀 공원=강남 서초구의 금싸라기 땅에 자리잡은 녹색띠이다. 미도아파트 뒤 서리골공원에서 몽마르뜨공원과 서리풀공원을 거쳐 방배근린공원과 사당역 근처의 새우촌공원까지 9.2㎞를 걷는다.

원당 종마목장=서울에서 보기 드문 초원길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종마목장은 ’커피프린스 1호점’ 등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걷는 이들의 발길도 잦다. 인근 서삼릉과 연결해 약 11㎞를 걸을 수 있다.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순환도로=서울대공원을 한바퀴 도는 6㎞ 길이의 울창한 숲이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경관도 뛰어나다. 대공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군포 수리산 임도=대야미역에서 수리산 그늘촌~수리산 임도~수리산 산림욕장~산본역으로 이어지는 11.5㎞ 거리를 걷는다. 숲이 울창하고 길이 평탄해 유모차로도 간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출처=‘길 따라 발길 따라’ (도서출판 황금시간/ 길을 찾는 사람들 지음)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3D 가짜 거북 알’로 불법 유통망 추적‘3D 가짜 거북 알’로 불법 유통망 추적

    조홍섭 | 2020. 10. 23

    코스타리카서 현장 시험 성공, 1시간마다 위치 정보 전송입체(3D) 프린터로 만들어 겉모습은 진짜와 똑같고 안에는 위성 위치추적 장치를 넣은 가짜 거북 알이 개발돼 불법 채취꾼을 잡고 유통망을 파악하는 데 쓰일 수 있게 됐다. 중미 코스...

  • 우리 몸엔 늦가을과 늦봄 두 계절만 있다우리 몸엔 늦가을과 늦봄 두 계절만 있다

    조홍섭 | 2020. 10. 22

    늦가을엔 바이러스 감염 대응…‘겨울잠’ 단백질도 많아져온대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4계절은 가장 분명한 환경 변화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몸은 4계절이 아닌 2계절을 산다는 사실이 분자 차원의 추적 연구결과 밝혀졌다.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

  • 꽃샘추위 한 번에 어린 제비 사망률 곱절로꽃샘추위 한 번에 어린 제비 사망률 곱절로

    조홍섭 | 2020. 10. 21

    더워진 봄 산란 앞당기면 새끼 굶주릴 위험 커져, 30년 장기연구 결과기후변화는 평균으로 오지 않는다. 봄은 일찍 찾아오고 평균기온은 오르지만 꽃샘추위는 잦아진다. 동물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장기 현장연구로 밝혀...

  • 한국인에는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한국인에는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

    조홍섭 | 2020. 10. 19

    인도보다 3천년 앞서 쌀 재배, 고혈당 막는 유전적 적응 일어나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오랜 벼농사 덕분에 고탄수화물 식사로 인한 비만과 당뇨병 등의 부작용을 막는 유전적 적응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오랜 목축 역사가 있는 유럽 ...

  • 냄새로 코로나 검사, 개 활용 연구 활발냄새로 코로나 검사, 개 활용 연구 활발

    조홍섭 | 2020. 10. 16

    헬싱키 공항 현장 배치…80∼90% 정확도 감염자 실시간 찾아요양원 식구들이 아침마다 돌아가며 개와 아침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사람보다 10만배나 뛰어난 개의 후각을 이...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