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뉴딜, 녹색포장 뜯어보면 '건설'...반짝 일자리만 늘려

조홍섭 2009. 01. 06
조회수 9788 추천수 0
 4대강 살리기, 고속철 조기완공 등 끼워팔기
"소프트웨어 없고 하드웨어 치중한 계획"
기후변화 대응, 국토보전 과제 해결 '회의적'
 
 
녹색, 에코, 친환경, 저탄소….

 
정부가 6일 발표한 녹색 뉴딜 사업의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은 대부분 이런 수식어를 달고 있다.

 
그러나 2012년까지 모두 50조 원을 투자해 연인원 95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 야심적인 계획이, 과연 성장은 고사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국토의 보전이라는 당장의 과제를 풀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투입되는 예산은 4대강 살리기에 13조8천억원, 경부·호남 고속철도 조기 완공사업에 9조6천억원 등 이들 두 가지 사업에 전체 예산의 절반 가까이가 책정됐다. 그린뉴딜이 ‘4대강·고속철 사업’을 필두로 한 대규모 건설사업이 중심임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중소규모 댐 건설(9422억원),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 건설(9300억원), 생태하천 복원사업(4838억원),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2조5038억원), 전국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 구축사업(4980억원) 등 각종 건설사업이 주요 예산사업으로 잡혀 있다.

 
녹색뉴딜로 발표한 사업의 대부분은 그동안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나 차세대 에너지 사업 등으로 이미 잡혀있던 것들이다. 새로운 것으로는 친환경주택인 그린홈과 그린스쿨 건설, 강 하구나 산간계곡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클린코리아 사업 등이 눈에 띌 정도다.

 
녹색 뉴딜 사업에 댐 건설이나 해외물산업 진출, 해수담수화 사업 등이 들어간 것도 어색하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라고 할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사업도 빈약하다. 태양과 풍력을 위한 별도의 사업은 전무하고, 기존 사업을 확대한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 농업과 산림, 해양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를 에너지화하는 사업이 고작이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면서 수요관리 등 소프트웨어 쪽 사업에 비중을 둬야 하는데 하드웨어에 치중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뉴저지 환경청은 7천여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총량규제를 위한 시설의 입지와 토지이용 계획을 짜는 고급인력”이라며 “건설이 일시적인 단순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대조된다”고 말했다.

 
수요관리를 통해 대도시에서 자전거 통행이 늘도록 하기에 앞서 전국에 1297㎞ 길이의 자전거 길을 건설하려는 계획도 이런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이다.

 
진보신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에서 “자전거가 온실가스 없는 청정 에너지로서의 의미를 가지려면 기존의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형태를 고민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뉴딜이라면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정부의 그린 뉴딜은 빈부격차 확대, 사회안전망 후퇴, 기후변화 등 우리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전혀 보이지 않아 ‘녹색 분칠’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정남구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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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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