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갈등, 지역 상생으로 풀자

육근형 2019.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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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업이라도 개인 피해를 일부 현금보상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

DanishWindTurbines.jpg » 대규모 해상 풍력단지는 바다를 공유했던 어업, 운송, 관광 등 다양한 이용을 제한한다. 여기서 생긴 갈등은 사회적 접근으로 풀 수밖에 없다. 덴마크 코펜하겐 항의 풍력단지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어민들의 시위와 민원, 해상풍력이 새 쟁점 

“○○사업 중지! 지역 어민 다 죽는다.” 

20년 전 대학교 교문 앞에서 머리띠를 두른 어민들과 마주쳤다. 그 때 그 어민들은 동해안 어딘가에 세워진다는 원전 때문에 상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에도 종종 바다가 아닌 육지에 모여 시위를 벌이던 어민들을 마주치곤 했다. 전북 위도에 방사능폐기장 건설 때도, 새만금 간척 때도, 그리고 바닷모래 채취 때도 역시 어민의 반대가 벌어졌다. 

앞에 붙은 사업명만 바뀌었지 늘 비슷한 모습이었다. 최근에 어민들을 모이게 하는 현안은 바로 해상풍력이다. 서남해안 풍력발전이 진행 중인 전북 고창과 부안, 최근 풍력단지 개발계획이 발표된 남해의 통영, 욕지도 어민, 환경영향이 적다고 알려진 부유식 풍력기가 계획된 울산까지. 어민의 반발은 풍력사업이 계획된 전국의 사업지역 곳곳에서 나타났다. 

육지에서 바다로 이동하는 재생에너지, 풍력발전

04830982_P_0.jpg »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설치한 풍력발전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해상풍력 사업은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 그리고 이를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는 2016년 기준으로 전체 발전량의 2.2%를 차지한다(국제에너지기구의 기준에 따라 폐기물 기여분을 제외).1)
 
이를 2030년 2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 2017년 발표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총 48.7GW(기가와트, 1GW는 10억 와트)에 달하는 막대한 발전 시설용량을 재생에너지에서 확보해야 한다. 원전 1기가 보통 1~1.5GW인 점을 고려하면 원전 40여기를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계획에서는 막대한 발전량의 상당부분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해 해결하고자 한다(풍력터빈 한 기는 대략 5㎿ 전후). 육상풍력이나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워낙 많다. 반면 바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사용료만 지불하면 되는 공유수면이기에 풍력발전에 매력적인 입지로 꼽힌다. 

공유의 바다에서 독점의 공간으로

풍력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토지 매입비용이 없다는 것만 생각했지 바다라는 공간의 특성은 모른 듯하다. 바다는 육지처럼 어느 개인에게 소유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소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로 가득 차 있다 보니 수면이나 수중, 수면 위까지 각각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바다 길을 이용하는 컨테이너 선박이나 ‘도시어부’를 싣고 나온 레저용 선박도 있다. 바다에서 육지로 물을 끌어와 양식을 하는 이도 있다. 오랫동안 그곳에서 배를 몰고 물고기를 잡았던 어민과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고래나 갈매기 같은 생물은 말할 것도 없다. 

바다가 그 누군가가 아닌 공공이 소유한, '공유'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근본적인 이유이다. 서로의 이용을 방해하지만 않으면 공존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바다에서는 육지보다 더 다양한 이용행위와 이해관계인을 만나게 된다. 

05744653_P_0.jpg » 오랫동안 바다에서 어획활동을 해 온 어민들은 대규모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큰 피해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름유출로 인한 양식장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어민의 시위 모습. 진도/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그런데 해상풍력은 이들이 바다를 이용하던 방식과 대부분 상충된다. 해상풍력기 터빈 하나가 보통 500미터 거리를 두고 건설되는데, 100개 이상의 풍력기가 들어서는 대단지가 되면, 그 크기가 가로, 세로 수 킬로미터에 달한다. 단 10개의 풍력기를 설치한 제주 탐라해상풍력은 그 길이가 2.5킬로미터에 달한다. 

또한 해상풍력은 한번 설치하면 30년 이상 장기간 유지된다. 수명이 끝나도 노후한 구조물을 교체해 새로운 운영에 들어갈 수 있다. 상당한 면적과 장기간 바다를 점유하는 해상풍력 단지에는 원칙적으로 통항이 금지된다. 단지 안에 있던 어장에 어민들은 접근할 수 없고, 먼 거리를 돌아 다른 어장까지 나가야 조업이 가능하다. 

대형 선박의 경우 풍력단지 내 운항은 물론 상당한 거리를 두고 주변을 돌아가야 한다. 안전사고 우려 때문이다. 기상이 안 좋은 상황에서 방향을 잃은 선박이 풍력기의 구조물에 충돌할 수 있고, 풍력기 날개에 큰 배가 부딪히면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회전하는 터빈 속에는 윤활유나 전기배선이 가득하기 때문에 화재의 우려도 크다. 안전장치가 있다 해도 해상에 100미터 이상 높게 솟은 터빈에서 자칫 화재가 발생하면 손쓰기 어렵다. 화재로 타고 남은 부품이나 터빈에 있던 윤활유는 주변 바다를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해상풍력이 빠르게 성장 중인 유럽에서도 해상풍력의 화재나 안전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이 때문에 풍력기 주변의 선박 이동이나 수산물 양식을 허용하기도 쉽지 않다. 

05989028_P_0.jpg » 한국남동발전이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등리 해역에 설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한겨레 자료사진

지금까지 국내의 해상풍력은 주로 수심이 깊지 않은 곳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상업운전에 들어간 제주의 탐라 풍력은 해안에서 1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수심은 20~30미터 수준이다. 이런 얕은 수심의 바다는 어류는 물론 해조류, 해초류가 다양하고 해삼이나 조개 같은 바닥생물도 번성하는 등 생산력이 높다. 어민들 역시 이런 바다에서 주로 조업을 한다. 그런데 물고기가 잘 잡히는 어장은 무한하지 않다. 수심이나 지형에 따라 제한된다. 

풍력발전사업이 결정되면 해당 해역에서는 어업이 금지되고 발전회사 측에서는 어민들에게 조업권 축소에 따른 피해보상을 실시한다. 문제는 어민들은 피해보상을 받더라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업을 지속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해상풍력 구역 바깥의 다른 어장에서 조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풍력단지 외곽의 어장에 더해지면서 그곳의 조업강도는 더욱 강해진다. 제한된 공간에서 더 경쟁적인 상황이 된다. 더 작은 물고기까지 잡아들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일부 금전적인 이익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어민들의 생산량은 줄어들고 채산성은 떨어진다. 어업과 어촌의 지속가능성은 더 열악해지고 만다.2) 
 
공유재의 사유화, 금전적 보상만으로 충분?

해상풍력은 대상이 되는 바다를 수십 년간 배타적으로 이용한다는 특성 탓에 기존에 바다를 이용하던 방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다툼의 대상이 되고 만다. 최근 해상풍력단지가 계획된 대부분의 지역에서 어민들이 반대 의견을 표하며 시위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해상풍력이 아닌 다른 국책사업을 추진하다 지역민의 반발을 겪어본 업계나 기관 관계자들 중에는 금전적 보상을 민원해소의 만능열쇠처럼 여기기도 한다. 충분한 보상만 있으면 지금 들고 일어선 시위대를 집으로 보낼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대규모 국책 사업과 관련한 민원을 금전적 보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장기간 바다를 점유하게 될 해상풍력이 공유재인 바다에 대한 미래 세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과 어민의 생계에 대한 고려에서 시작

03970227_P_0.jpg » 덴마크 코펜하겐 앞바다에서 시민협동조합 관계자가 유럽 대안경제 협동조합연합회의 풍력단지를 설명하고 있다. 원활한 풍력개발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코펜하겐/김현대 기자

다양한 이용이 가능하던 바다를 해상풍력이라는 하나의 용도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풍력발전에 대한 지역민의 이해를 높이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풍력발전과 같은 대규모 시설을 계획하기에 앞서 영향을 받을 사람들의 생업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지역 지원에만 그쳐서는 한계가 있다. 인근 지역에 마을회관을 짓고, 매년 현금 얼마를 지역에 지원하고,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먼 거리까지 배를 타고가 경쟁이 심해진 어장에서 조업하기 어렵다면, 그들이 생업을 이을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어장이 줄어드는 만큼 배를 매입해 어선을 줄이는 대신 최근 풍력단지 안에서 시험 중인 해조류 양식을 어민에게 맡길 수도 있다. 또는 풍력사업자가 주장하듯 풍력단지 안에 설치된 구조물에 물고기가 모이는 어초 효과가 크다면, 어장을 잃은 이들에게 관광낚시업을 허가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하게 금전적 보상이나 마을 지원이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생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생업에 대한 고민과 이를 터놓고 협의하는 과정이 없이는 지금과 같은 어민의 반대를 해소할 수 없다.

계획단계부터 투명한 정보공개와 민주적인 의견수렴 필요

해상풍력사업의 계획과정부터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의 전달이 필요하다. 해상풍력이 자기 앞마당, 자기가 생계를 잇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데, 적어도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계획단계부터 전달하고, 이에 기초해 지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 사업에서 흔히 하는 의견수렴은 공청회나 설명회 수준이다. 사람들을 교실 같은 공간에 모아놓고 전문가와 사업자가 높은 무대 위에서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질문 몇 개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지역민에게 사업의 내용을 충분히,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하기도 어렵고, 지역민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기에도 역부족이다. 이를 위해서는 풍력발전의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법률상에 명시되어야 한다. 

일찍이 풍력발전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제주에서는 특별법에 따라 도지사가 해상풍력 지구를 지정하지만 도민의 민의를 대표하는 도의회로부터 '동의'를 받는 절차가 제도화 했다. 절차에 따라 내용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민의를 모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해상풍력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보나 지역민의 행복한 삶의 유지 모두 중요하다. 국가사업이라고 해서 개인이 감당할 피해를 일부 현금보상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수준이 꽤 높아졌다. 사업자와 어민, 모든 이해관계자가 같은 높이에서 마주보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생업부터 지원까지, 그리고 발생하는 이익과 필요한 책임까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광장을 통해 만들어낸 민주주의를 사람들이 마주한 협탁에서 가꾸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인 것도 같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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