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깜빡이 켜고 ‘역주행’하는 MB 불도저

조홍섭 2008. 11. 11
조회수 14361 추천수 0

그린벨트·골프장·대운하 등 ‘개발 성장’ 치중
‘모범 환경 정치인’ 오바마 파격적 정책 주목

 

Untitled-2 copy.jpg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자신이 닮은꼴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입길에 올랐다. 차라리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의 '해설'처럼 '녹색성장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비전이 비슷하다'고 했더라면 훨씬 그럴듯하게 들렸을지 모른다.

 

기후변화 대책을 포함한 오바마의 에너지정책은 매우 파격적이다. 감축의무는커녕 지구온난화 자체도 마지못해 인정하던 미국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80%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감축계획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권거래제는 유럽보다 훨씬 엄격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른바 '녹색성장'이라고 일컬을 만한 공약도 적지 않다. 깨끗한 에너지 미래를 일구는데 앞으로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휘발유 1ℓ로 64㎞를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100만대를 6년 안에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란 가정에서 전기 소켓으로 충전할 수 있는 소형 전기차로 가솔린을 겸용 엔진으로 쓸 수 있는 차세대 차량이다. 이런 친환경차를 사는 사람에게는 7천 달러의 세금 환급 혜택을 주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10년 안에 미국을 외국 석유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오바마의 공약이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보다 덜 허황돼 보이는 걸까.

 

오바마는 대학 졸업 뒤 작은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조직하는 첫 일자리를 얻었다. 2005년 상원의원이 돼 환경 및 공공사업위원회에 배속된 그는 자연보호유권자연맹이 매긴 친환경법 지지율이 96%에 이를 정도로 모범적인 환경 정치인이었다.

 

상원의원으로서 그가 처음 한 일도 석탄산업에 자기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데도 기업을 위해 대기보전법을 완화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기도를 분쇄한 것이었다.

 

현 정부는 '녹색'과 '친환경'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간다. 그린벨트 해제, 골프장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대운하사업 부활 움직임 등 꼽을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이를 보다 못한 장성익 계간 <환경과 생명> 주간은 가을호 권두언에서 "'녹색'을 모독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녹색성장'이 공허한 눈속임이 되지 않으려면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물론 그런 점에서 오바마의 에너지·환경정책도 실천을 지켜볼 일이다. 그의 야심 찬 에너지·환경 공약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때 계속 유지될 것인가. 또 석탄과 원자력에너지 이용 등에 대한 실용주의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교토의정서 이후 기후변화체제를 협상하는 내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때면 달라진 미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시베리아서 낙동강까지, 열목어 대이동의 비밀시베리아서 낙동강까지, 열목어 대이동의 비밀

    조홍섭 | 2017. 04. 10

    빙하기 시베리아서 남하, 아무르강 거쳐 2만년 전 한반도로최남단 서식지 낙동강 상류에 고유 집단 잔존 가능성 커북극해서 놀던 ‘시베리아 연어’한강과 낙동강 최상류 찬 개울에는 커다란 육식성 민물고기가 산다. 한여름에도 손이 저릴 만큼 차...

  • 브렉시트, 기후변화 대응에 불똥 튀나?브렉시트, 기후변화 대응에 불똥 튀나?

    조홍섭 | 2016. 07. 01

    파리협정 이행 갈길 먼데, '기후 리더' 영국 빠진 유럽연합 동력 상실 우려기록적 가뭄→시리아 난민사태→브렉시트→기후대응 약화 악순환되나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공통적인 견...

  • 화학물질 참사 막으려면, 틀린 경보가 묵살보다 낫다화학물질 참사 막으려면, 틀린 경보가 묵살보다 낫다

    조홍섭 | 2016. 06. 03

    `가정 독물'인 살생물질 관리에 특별한 대책 필요…디디티 교훈 잊지 말아야과학적 불확실성 있어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예상되면 조기경보 들어야  아침에 쓴 샴프나 손에 든 휴대전화, 금세 썩지 않는 나무의자에는 모두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 차로 치고 새끼 유괴하고…고라니의 잔인한 봄차로 치고 새끼 유괴하고…고라니의 잔인한 봄

    조홍섭 | 2016. 05. 06

    IUCN 취약종 지정, 체계적 조사 없이 우리는 매년 15만마리 죽여세계서 중국과 한국이 자생지, 중국은 멸종위기에 복원 움직임  야생동물을 맞히는 퀴즈. 수컷의 입에는 기다란 송곳니가 삐져나와 “흡혈귀 사슴”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가장 원...

  • 똑똑한 식물…때맞춰 꽃피우고 기억하고 속이고똑똑한 식물…때맞춰 꽃피우고 기억하고 속이고

    조홍섭 | 2016. 04. 08

    중추신경계 없지만 잎, 줄기, 뿌리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고등기능 수행 미모사는 30일 뒤까지 기억…공동체 이뤄 햇빛 못 받는 나무에 양분 나누기도     봄은 밀려드는 꽃 물결과 함께 온다. 기후변화로 개나리 물결이 지나기도 전에 벚꽃이 ...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