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일본산 떡붕어 식민지 되나

조홍섭 20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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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 당한’ 토종붕어
전국 250개 저수지, 강, 하천 60% ‘점령’당해
교잡으로 ‘유전자 오염’…‘짜장 붕어’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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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포함한 전국 어디에나 분포하는 친숙한 민물고기이자 대표적 낚시 어종인 토종붕어가 일본에서 들여온 떡붕어에 쫓겨 점차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전국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자 ‘붕어 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비와호가 원산인 떡붕어는 1970년대 초 양식과 자원조성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여왔다. 1970년에는 민간양식업자가, 1972년에는 진해 내수면연구소가 일본 오사카담수어시험장에서 4㎝ 크기의 치어 600마리를 들여와 증식시켜 1980년부터 청평호와 소양호에 24만 마리를 방류했다.

 

1970년대 들여와… 100대 1의 비율로 토종붕어 밀려나

 

copy.jpg당시 수산당국은 떡붕어가 토종붕어보다 더 빨리 크게 자라고 번식력이 뛰어난 데 주목했다. 그러나 토종붕어의 산란장을 먼저 차지해 알을 낳고, 나중에는 토종붕어의 알과 치어까지 먹어치우는 떡붕어에게 토종붕어는 애초에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김종화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장은 “일단 떡붕어가 유입되면 100대 1의 비율로 토종붕어를 밀어내고 금세 우점화하는 특징이 있다”며 “재래종 붕어는 떡붕어가 좋아하지 않는 작은 지류나 흐름이 빠른 상류 쪽으로 쫓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전국 수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떡붕어가 외래어종 가운데 잠식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50개 저수지, 강, 하천 가운데 60.4%인 151곳에서 떡붕어가 발견됐다. 중부 이북에서 71%로 출현도가 비교적 높았지만 제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한 김종민 국립환경과학원 생태평가과 연구관은 “떡붕어가 토종붕어의 서식지를 빠르게 점령하고 있는데다 둘 사이의 교잡종이 나타나는 등 ‘유전자 오염’마저 벌어지고 있어 토종붕어 보존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토종붕어는 떡붕어가 많이 유입된 대형 댐이나 저수지가 아닌 상류 쪽 저수지나 하천, 낚시가 금지된 상수보호구역 등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스·블루길 이어 생태계교란 야생 동물 지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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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떡붕어를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은데다 워낙 광범하게 퍼져 잡아내는 방안은 실효가 없다”며 “떡붕어가 이식되지 않은 저수지, 연못, 하천 등을 붕어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종 자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관 가치가 높은 전통저수지에서는 물을 모두 빼고 토종붕어를 다시 이식하는 극약처방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경부는 이달 중 전문가 회의를 열어 떡붕어를 배스, 블루길에 이어 생태계교란 야생 동·식물로 지정할 것인지를 포함한 관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생태계 교란동물로 지정되면 수입금지와 함께 이미 퍼져나간 떡붕어의 퇴치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떡붕어의 광범한 확산실태에 비추어 떡붕어 퇴치보다는 토종붕어 보전 쪽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토종붕어를 위협하는 것은 일본산 붕어만이 아니다. 1990년대 말부터 일본산보다 유전적으로 토종에 더 가까운 중국산 붕어가 무분별하게 수입돼 낚시터 등에 방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떡붕어를 개량한 중국붕어(일명 짜장붕어)를 비롯해 붕어와 잉어를 교배해 만든 잉붕어, 짜지붕어, 무창위붕어 등 교잡종이 많아 토종붕어의 유전자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이 땅에서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토종붕어의 유전적 독창성이 흔들릴 지경에 놓여있는데도 토종붕어를 보전하려는 노력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왔다. 

 

이완옥 중부내수면연구소 박사는 “중국산 붕어를 들여오기 전 토종붕어의 원종을 보전했어야 했다”며 “이제라도 각 지역별 토종붕어의 변이종을 보존할 기관을 지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제공 중부내수면연구소, 한강물환경연구소(토종붕어)

 


◇ 떡붕어 성격 급하고 신경질적…육안 구별은 쉽잖아

 

121799048822_20080807.jpg낚시인들은 떡붕어의 특징을 ‘몸길이에 비해 체고가 높고 물의 바닥보다 중층을 유영하는 붕어’로 쉽게 구분한다. 40㎝가 넘는 대물도 드물지 않고, 성격이 급하고 신경질적이며 토종과 달리 찌 올림이 시원치 않다는 특징도 많이 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육안으로 떡붕어와 토종붕어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토종붕어는 사는 곳에 따라 변이가 매우 다양하다. 흐르는 곳에선 푸른 빛을 띠고 고인 물에선 노란빛을 띤 개체가 많다. 대형 댐에서는 떡붕어처럼 체고가 높아지는 경향도 있다.

 

떡붕어 자체도 단순하지 않다. 이완옥 중부내수면연구소 박사는 “비와호 원산인 떡붕어를 일본 전국에 이식하면서 잡종화가 진행됐고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도 잡종 떡붕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심이 300m가 넘는 깊은 비와호에서 떡붕어는 어쩔 수 없이 호수 중층에서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쪽으로 진화했다. 이 때문에 여과기능을 하는 아가미 빗살(새파)의 수도 토종보다 2배가량 많다. 그러나 국내에선 플랑크톤뿐 아니라 다른 동물성 먹이도 먹고 바닥에서도 산다.

 

외형으로 떡붕어와 토종붕어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방법은 아가미 빗살을 세어보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아가미뚜껑을 떼어내야 한다. 오랜 안목이 없이는 한눈에 둘을 가려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떡붕어는 암컷과 수컷의 비율이 대개 비슷한 데 비해 토종붕어는 90%가 암컷이란 점도 중요한 차이라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토종붕어 대부분은 염색체가 일반적인 2배체가 아니라 수컷 없이 번식할 수 있는 3배체이다. 이는 암수가 만나기 힘든 환경에서도 번식하기 위한 적응의 결과이다. 물론 육안으로 보이는 차이는 아니다.

 

김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토종붕어와 떡붕어의 유전적 차이를 간편하게 알아낼 수 있는 분자마커를 개발중이다. 김 교수는 “일종의 디엔에이 바코드로 염기서열을 정확히 알아내 토종 붕어의 보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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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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