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도 '긁적', 깃털 갉아먹는 원시 이 발견

조홍섭 2019. 12. 18
조회수 7682 추천수 1
1억년 전 호박 속 화석 발견…공룡도 이·벼룩에 시달렸다

d1.jpg » 깃털공룡의 깃털을 갉아먹다 나뭇진에 빠져 호박으로 굳은 약 1억년 전 이의 모습. 타이핑 가오 제공.

털이나 깃털이 달린 더운피 동물은 예외 없이 이, 벼룩, 진드기 같은 피부 기생충에 시달린다. 약 1억년 전 공룡시대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음이 화석 기록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얀마에서 발굴된 9900만년 전 나뭇진이 굳어 광물이 된 호박 속에서 고대 이로 득실대는 깃털공룡의 깃털이 발견됐다. 일부 이는 발톱으로 깃털의 가지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고, 이가 갉아먹어 손상된 깃털도 발견됐다.

타이핑 가오 중국 수도사범대 고생물학자 등 중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적어도 백악기 중반 초기 조류를 포함한 깃털공룡이 퍼져 나가면서 깃털을 먹는 곤충이 출현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깃털을 먹는 이 가운데 가장 오랜 것은 독일에서 발견된 신생대 에오세인 4400만년 전 화석이었다.

d2.jpg » 공룡 깃털 하나에 들러붙은 9마리의 원시 이 화석(위). k를 확대하면 온전한 깃털(흰 별)과 이가 손상한 부위(검은 별)가 보인다. 타이핑 가오 외 (2019)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연구자들은 원시 새나 깃털공룡의 깃털이 들어있는 수많은 호박 화석 속에서 이 유충이 들어있는 2개를 찾아냈다. 한 호박의 깃털에는 이 9마리가 깃털에 들러붙거나 주변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이는 현생 이와 마찬가지로 날개가 없고 크고 강한 씹는 입과 4개의 이빨을 지녔지만, 짧고 강한 더듬이와 발톱은 전혀 달랐다. 연구자들은 “일부 이가 발톱으로 깃털 가지를 움켜쥔 모습이고, 완벽한 깃털과 함께 구멍이 뚫린 부위가 발견돼 이가 깃털의 가지를 씹어 손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가 기생한 깃털의 주인이 하나는 깃털공룡, 다른 하나는 이빨이 달리 초기 조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는 깃털이 달린 동물이라면 공룡이든 새든 기생했다는 얘기가 된다. 연구자들은 “현생 이나 벼룩처럼 숙주를 가리지 않고 기생하는 행동이 당시에 벌써 나타났을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물론 두 깃털이 같은 공룡의 다른 부위일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d3.jpg » 2017년 발표된 1억년 전 공룡 깃털과 진드기 화석. 페날베르 외 (2017)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중국 수도사범대 고생물학자들은 2012년 중국 동북부에서 발견한 1억6500만년 전 화석에서 길이가 2㎝가 넘는 벼룩을 발견하기도 했다. 공룡의 피를 거대 벼룩이 빨았다는 건데, 이번에 발견된 이는 0.14∼0.23㎜로 다 커도 0.5㎜가 되지 않는 작은 몸집이다. 연구자들은 호박이 아닌 바위가 짓눌리는 일반 화석에서 이런 기생충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것은 이런 작은 크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미얀마의 9900만년 전 호박 화석에서는 2017년 참진드기가 깃털공룡 깃털과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참진드기 1억년 전에도 깃털공룡 피 빨았다). 공룡시대의 깃털공룡이나 초기 새들은 피를 빨고 깃털을 갉아대는 이, 벼룩, 진드기 등쌀에 나뭇가지에 앉으면 몸을 긁적였고, 그때 떨어진 깃털은 나뭇진과 함께 호박으로 굳어 1억년 전의 생태를 보여주게 됐다.

d4.jpg » 이번에 발견된 공룡 깃털을 갉아먹는 원시 이 성충의 상상도. 천왕,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aiping Gao et al, New insects feeding on dinosaur feathers in mid-Cretaceous amber, Nature Communications, (2019) 10:5424, https://doi.org/10.1038/s41467-019-13516-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 2020. 09. 17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

  • ‘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

    조홍섭 | 2020. 09. 16

    1만년 전 가축화 재현 실험…온순해지면서 두뇌 감소 현상도동남아 정글에 사는 야생닭은 매우 겁이 많고 조심스러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8000∼1만년 전 이들을 가축화하려던 사람들이 했던 첫 번째 일은 아마도 겁 없고 대범한 닭을...

  • 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

    조홍섭 | 2020. 09. 15

    외래종과 밀렵 확산 등 ‘착한, 나쁜, 추한’ 영향 다 나타나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도시 봉쇄)은 못 보던 야생동물을 도시로 불러들였다. 재난 가운데서도 ‘인간이 물러나자 자연이 돌아왔다’고 반기는 사람이 많았다.그러나 록다운의 영향을 종합...

  • ‘태풍 1번지’로 이동하는 제비갈매기의 비법‘태풍 1번지’로 이동하는 제비갈매기의 비법

    조홍섭 | 2020. 09. 11

    강한 태풍이 내는 초저주파 수천㎞ 밖서 감지, 이동 시기와 경로 정하는 듯오키나와에서 번식한 검은눈썹제비갈매기는 해마다 태풍이 기승을 부리는 8월 말 필리핀 해를 건너 인도네시아 섬으로 월동 여행에 나선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해 힘을 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