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은 박새의 도움이 필요해

조홍섭 2020.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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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인 닭도 다른 야생동물 경계신호 엿들어…첫 실험 결과

ch1.jpg » 가축인 닭이 야생동물인 박새가 포식자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알아듣는 것으로 밝혀졌다. 왼쪽은 야생닭 오른쪽은 유럽박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장편동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로 인기를 끈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양계장을 탈출한 암탉 ‘잎싹’이 족제비와 용감하게 싸우며 아기 오리를 기르는 과정을 감명 깊게 그렸다. 

동화에서 잎싹은 결국 족제비에게 목숨을 잃지만 처음에는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족제비의 공격을 피한다. 그러나 실제 야생에서라면 암탉은 오리가 아닌 박새 같은 야생동물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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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은 마당을 떠나 야생으로 나왔지만 실제로 닭은 가축화 과정에서 야생의 습성을 모두 잃은 것은 아니다. 

많은 야생동물이 다른 종의 경계음에 귀를 쫑긋한다. 다른 동물이 내는 경계음을 엿듣는 종이 척추동물 가운데 70종에 이를 정도로 널리 퍼졌다. 

그럼으로써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덜고 먹이 먹을 시간을 늘린다. 단지 경고신호를 엿듣는 데서 나아가 정보의 질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기도 한다.(▶동고비도 안다, ‘가짜뉴스’ 전파 조심)

그러나 이런 행동은 야생동물 사이에서만 관찰됐을 뿐 가축도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이린 두투르 오스트레일리아 웨스턴대 생물학자 등은 처음으로 실험을 통해 가축 닭도 야생 조류와 마찬가지로 다른 종이 내는 경고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동물인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t2.jpg » 둥지 밖에서 뱀 경고음을 들은 박새가 목을 길게 빼고 뱀의 위치를 파악하느라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교토대 스즈키 도시다카 제공

연구자들은 유럽과 남미에서 많이 기르는 닭 품종인 민목닭에게 박새가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내는 신호와 짝짓기 때 내는 노래를 각각 들려주고 닭의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조사했다. 그 결과 닭은 박새의 노래보다는 경고신호에 훨씬 많은 경계 행동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가축인 닭도 다른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다른 종이 내는 경고 단서를 엿듣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닭이 야생동물로부터 포식자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가축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연구자들은 “닭은 다른 가축에 견줘 포식자에게 매우 공격적으로 맞선다”며 “이는 닭의 가축화가 주로 신체적 조건의 변화에 집중돼 야생닭의 지각과 행동은 그대로 온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dam Ward_Free_Range_Hens_-_geograph.org.uk_-_342791.jpg » 놓아 기르는 닭 농장의 모습. 말똥가리 등 포식자로부터 닭을 효과적으로 지키려면 박새 등 경고음 제공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애덤 워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과연 놓아 기르지 않은 공장식 닭장의 닭에서도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이런 반응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인지 등은 앞으로 밝혀져야 할 과제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또 동물 복지 측면에서 놓아 기르는 닭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육장 주변에 경계신호를 제공할 박새 같은 다른 야생동물이 산다면 말똥가리 등 포식자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Animal Cognition, DOI: 10.1007/s10071-020-01440-w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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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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