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탄소 다이어트’
작은 변화 큰 차이, 살빼기와 비슷
일본 도쿄 중심가에 ‘스톱 온난관’이란 곳이 있다. 시민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배우고 실천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 일본 환경부가 2004년 세운 전시관이자 프로그램 개발시설이다.
지난 12일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무게가 다른 상자 세 개를 놓고 각자 중량을 맞히는 게임으로 시작됐다. 힘겹게 들어올린 가장 무거운 상자는 22㎏이었다. 강사는 미국인이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석유로 환산한 무게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맞힌 두 번째 상자는 11㎏으로 한국과 일본인의 하루 사용량이었다. 가장 가벼운 상자는 중국인 몫이었다. 참가자들은 에너지라는 추상적 개념을 무게로 실감하는 경험을 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실천은 쉽지 않다. 일본 정부가 이 시설을 만든 이유는 그런 실천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에서였다. 고야마 전시관 강사는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우리의 삶을 ‘탄소 중독’에 견주었다. 유엔환경계획 환경위원회는 최근 ‘습관을 바꿔요-유엔 기후중립 가이드’란 소책자를 발간했다. 반 총장은 이 책 서문에서 “우리 모두가 해결책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이든 기업, 단체 또는 정부든 당신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탄소 습관을 버리는 것을 다이어트에 비유했다. 끈질긴 노력이 없으면 실패하기 쉽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단지 체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더 많은 활동을 통해 잊었던 즐거움을 재발견하는 효과가 덤으로 따라온다.
작은 행동의 변화가 누적돼 큰 차이를 낳는다는 것도 두 다이어트의 공통점이다. 우리가 방출하는 온실가스 가운데 절반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전력, 주택단지 등 사회기반시설, 소비하는 제품 등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탄소 절감행동의 상당수는 만족과 효용을 줄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이 책은 독일 뮌헨에 사는 두 사람이 24시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꼼꼼하게 비교했다. 그랬더니 보통 사람은 38㎏, 저 탄소 실천을 하는 사람은 절반 이하인 14㎏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행동에서 가장 큰 배출량 차이를 보인 것은 뜻밖에도 딸기 간식이었다. 남아프리카에서 비행기로 수입한 딸기 500g이 6㎏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반면 이탈리아에서 트럭으로 운송한 딸기는 100g에 그쳤다.
그 다음으로는 자가용 통근과 지하철 통근으로 차이는 약 3.5㎏, 빨래를 건조기에서 말렸을 때와 햇볕에 말렸을 때의 2.3㎏, 물 절약 샤워기 꼭지를 다는 데서 1.4㎏ 등의 격차가 났다.
이밖에 러닝머신 대신 밖에서 뛰고, 점심시간에 사무실 전등을 끄며, 헤어드라이어 대신 자연 건조를 하는 등 자질구레한 실천이 차이를 만들었다. 탄소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살을 뺄 때의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지난 12일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무게가 다른 상자 세 개를 놓고 각자 중량을 맞히는 게임으로 시작됐다. 힘겹게 들어올린 가장 무거운 상자는 22㎏이었다. 강사는 미국인이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석유로 환산한 무게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맞힌 두 번째 상자는 11㎏으로 한국과 일본인의 하루 사용량이었다. 가장 가벼운 상자는 중국인 몫이었다. 참가자들은 에너지라는 추상적 개념을 무게로 실감하는 경험을 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실천은 쉽지 않다. 일본 정부가 이 시설을 만든 이유는 그런 실천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에서였다. 고야마 전시관 강사는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우리의 삶을 ‘탄소 중독’에 견주었다. 유엔환경계획 환경위원회는 최근 ‘습관을 바꿔요-유엔 기후중립 가이드’란 소책자를 발간했다. 반 총장은 이 책 서문에서 “우리 모두가 해결책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이든 기업, 단체 또는 정부든 당신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탄소 습관을 버리는 것을 다이어트에 비유했다. 끈질긴 노력이 없으면 실패하기 쉽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단지 체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더 많은 활동을 통해 잊었던 즐거움을 재발견하는 효과가 덤으로 따라온다.
작은 행동의 변화가 누적돼 큰 차이를 낳는다는 것도 두 다이어트의 공통점이다. 우리가 방출하는 온실가스 가운데 절반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전력, 주택단지 등 사회기반시설, 소비하는 제품 등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탄소 절감행동의 상당수는 만족과 효용을 줄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이 책은 독일 뮌헨에 사는 두 사람이 24시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꼼꼼하게 비교했다. 그랬더니 보통 사람은 38㎏, 저 탄소 실천을 하는 사람은 절반 이하인 14㎏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행동에서 가장 큰 배출량 차이를 보인 것은 뜻밖에도 딸기 간식이었다. 남아프리카에서 비행기로 수입한 딸기 500g이 6㎏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반면 이탈리아에서 트럭으로 운송한 딸기는 100g에 그쳤다.
그 다음으로는 자가용 통근과 지하철 통근으로 차이는 약 3.5㎏, 빨래를 건조기에서 말렸을 때와 햇볕에 말렸을 때의 2.3㎏, 물 절약 샤워기 꼭지를 다는 데서 1.4㎏ 등의 격차가 났다.
이밖에 러닝머신 대신 밖에서 뛰고, 점심시간에 사무실 전등을 끄며, 헤어드라이어 대신 자연 건조를 하는 등 자질구레한 실천이 차이를 만들었다. 탄소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살을 뺄 때의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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