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휴게소 식당’, 농경지에서 개펄로

조홍섭 2008.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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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행 앞서 고단백으로 든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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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성이지만 갯지렁이까지 먹는 건 처음 확인
재갈매기도 북상길 들러, 한강 하구 ‘북적북적’

 

늘씬한 목과 긴 다리로 기품을 자랑하는 두루미가 개펄에 나섰다. 번식을 위해 먼 시베리아로 가기 전에 영양보충이 절실한데, 농경지에 떨어진 곡식은 이제 찾기도 힘들다. 체면 차릴 것 없이 개펄에서 고단백 먹이를 찾아나선 것이다.

 

지난 9일 일산대교가 바라보이는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감암포 나루 근처의 개펄에서 재두루미 무리를 관찰하던 윤순영 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특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개펄에 난 구멍을 노려보던 재두루미가 무언가를 잽싸게 잡아냈다.

 

“끄응…. 길기도 해라.”

 

재두루미가 맛있게 삼킨 것은 갯지렁이였다. 윤씨는 “2월 중순께부터 재두루미가 농경지에서 자취를 감춰 추적해 보니 개펄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며 “영양가 높은 먹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재두루미는 논에 떨어진 볍씨를 주로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잡식성이어서 물고기 등 육식도 한다. 강화도에서는 두루미가 칠게를 잡아먹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갯지렁이까지 먹는다는 것은 처음 확인된 것 같다고 윤씨는 말했다.

 

 

이맘때는 갯지렁이의 산란기이다. 따라서 개펄 깊숙이 숨어있지 않고 짝을 찾아 표면 가까이 나온다. 두루미들은 오랜 경험으로 갯지렁이가 조심성을 잃는 철을 알았을 것이다.

 

재갈매기가 요즘 한강 하구에 모이는 것도 갯지렁이 때문인 것 같다고 윤 이사장은 말한다.

 

부산항에서 성대한 환송식을 뒤로 한 재갈매기들은 북상길에 모두 한강 하구에 몰려들었다. 지난해보다 4만 마리나 많은 10만 마리나 되는 재갈매기들이 요즘 갯지렁이로 잔치를 벌이고 있다.

 

재갈매기들도 시베리아 등 먼 여행길을 오르는 길이다. 지방분을 넉넉히 채워 놓아야 번식지까지 무사히 도착해 새끼를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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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늦기 전에 김포로 재두루미와 재갈매기를 보러 갈 만하다.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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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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