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개구리가 감쪽같이 숨는 비결은 ‘윤곽 흐리기’

조홍섭 2020. 0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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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열대림 유리개구리서 새로운 위장법 발견


fr1.jpg » 배를 통해 골격과 내장, 심장까지 고스란히 드려다 보이는 유리개구리의 일종. 반투명한 등과 다리의 밝기 조절로 새로운 위장술을 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중남미 열대림에는 뼈와 내장, 그리고 펄떡이는 심장까지 피부를 통해 보이는 개구리가 산다. 속이 들여다보인다고 해서 ‘유리개구리’로 불리는 이 개구리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위장 전략을 펴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임스 바넷 캐나다 맥마스터대 박사후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유리개구리는 반투명한 피부를 이용해 윤곽을 흐리는 방식으로 주변 환경에 녹아드는 새로운 형태의 위장술을 쓴다”고 밝혔다.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가장 흔한 위장법은 청개구리나 문어처럼 주변 환경에 맞추어 몸 빛깔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배경이 수시로 달라지기도 하고 빛깔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투명한 몸이라면 배경과 같은 무늬와 색깔로 즉각 바뀌는 효과가 난다. 바넷 박사는 “투명한 몸은 완벽한 위장술”이라고 영국 브리스톨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몸이 투명한 동물이 물속에는 비교적 흔하지만 육상 동물 가운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투명한 육상 동물로는 유리개구리와 함께 남미에 서식하는 투명 날개 나비가 유명하다(“날개가 투명한 나비 보셨나요?”). 생물의 몸은 수분이 주성분이어서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위장이 되지만 육상에서는 수분에 빛이 굴절되어 이미지 왜곡이 심하다. 또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색소가 필요하기도 하다.


fr2.jpg » 날개가 투명한 남미의 유리나비 일종. 육상에서 투명한 몸으로 위장하는 동물은 매우 드물다. 데이비드 틸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유리개구리도 엄밀히 말해 투명하지는 않다. 연구자들은 “유리개구리의 내장이 들여다보이는 건 배 쪽이고, 등에는 옅은 초록색 색소가 퍼져 있어 반투명 개구리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투명하지도 않은 몸이 위장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연구자들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55마리의 유리개구리를 신선한 나뭇잎 배경과 흰 배경에 각각 놓고 사진을 찍어 컴퓨터 모델로 분석했다.


그 결과 배경 색깔이 달라질 때 개구리의 몸 색깔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다리의 밝기는 배경에 맞추어 현저히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유리개구리 다리가 유독 배경에 따라 밝기를 변화하는 것이 이 개구리 위장법의 핵심이다.


바넷 박사는 “유리개구리는 낮 동안 초록색 나뭇잎 위에서 네 발 위에 몸을 얹고 움직이지 않은 채 쉰다”며 “다리가 몸보다 더 투명해 주변 환경과 비슷해지면서 개구리의 윤곽이 흐려지는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반투명한 개구리의 등이 골격과 내장 등 불투명한 내부구조를 가리는 한편 자외선을 차단해 주고, 이보다 투명성이 큰 네 다리가 주변 환경과 몸의 중간 밝기를 띠면서 몸의 가장자리 윤곽을 흐릿하게 한다.


fr3.jpg » 유리개구리는 반투명한 등으로 몸 안쪽의 불투명한 내장 등을 가리고 몸 외곽의 다리 밝기를 조절해 윤곽을 흐릿하게 해 포식자의 눈을 피하는 전략을 편다. 마우리시오 리베라 코레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포식자들의 시각체계는 두 가지 색깔이 만나는 경계 부위에 특히 민감하고, 그 부분이 날카로운 대조를 이룰 때 손쉽게 감지한다”며 유리개구리의 ‘윤곽 흐리기’ 효과를 설명했다.


실제로 젤라틴으로 만든 불투명 개구리와 반투명 개구리 각 180개를 에콰도르 열대우림에 두고 새들이 쪼는 빈도를 실험한 결과 불투명 개구리가 공격받은 빈도는 반투명 개구리의 곱절이 넘었다.


연구에 참여한 인네스 커트힐 브리스톨대 교수는 “동물의 위장술은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 적용되는 오랜 교과서적 예”라며 “그러나 여러 형태의 위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이제 겨우 연구를 시작한 단계였는데, 유리개구리가 여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메커니즘의 위장술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PNAS), DOI: 10.1073/pnas.1919417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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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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