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미인 광릉요강꽃 78년만의 환생 실험

조홍섭 2010.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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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포천 국립수목원
1급 멸종위기종으로 첫 발견지서 복원 증식
천생배필인 곰팡이균 없으면 시름시름 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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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꽃 가운데 하나인 광릉요강꽃의 복원 작업이 이 식물의 첫 발견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난초과인 광릉요강꽃은 1932년 광릉에서 발견됐지만 수집가들의 남획으로 자취를 감춰, 경기도와 강원도, 전북도의 자생지에서 극소수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1급 멸종위기종이다.

 
 


심마니 4명 수소문해 설득 끝에 기증받아
 
지난 17일 국립수목원이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 내 소리봉 중턱에 마련한 광릉요강꽃의 복원시험장을 찾았다. 고로쇠나무와 층층나무 그늘 아래 높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곳이 나왔다.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니 애기나리와 우산나물 사이로 활짝 핀 광릉요강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름치마 같은 둥근 잎 가운데로 긴 꽃대가 올라왔고 아기 주먹 크기의 연한 자색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면적 200㎡의 복원증식장에는 모두 32개체가 심어져 있는데, 개체마다 ‘명지산’ ‘화악산’ 등 출생지가 적힌 팻말이 꽂혀 있었다.
 “광릉요강꽃이 여기 온 데는 다 사연이 있다”고 현장을 안내한 이병천 국립수목원 산림자원보존과 박사가 말했다. 산에서 캔 귀한 꽃을 정원에서 길러온 심마니 4명을 수소문해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증하라고 설득한 결과였다.
 
화단에 옮겨심은 광릉요강꽃은 2~3년 꽃을 잘 피우다가도 여지없이 죽는다. 가뜩이나 희귀한 이 식물이 애호가의 손에 들어가도 증식은커녕 옮겨 심은 족족 죽어나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균이 없으면 광릉요강꽃은 싹이 트지도 오래 살아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토양째 옮기더라도 곰팡이균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뿌리가 돌돌 말리며 차츰 위축된다”며 “씨앗이 싹트고 자라는데 어떤 곰팡이와 공생을 하는지 규명하는 일이 복원과 증식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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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광릉요강꽃과 곰팡이의 공생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엄안흠 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발아와 성장단계에 따라 2~3종의 곰팡이균이 공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곰팡이와의 공생은 난초의 일반적 속성”이라고 말했다.
 
난초는 수천~수만 개의 작은 씨앗을 맺는다. 이 씨앗에는 다른 식물의 씨앗과 달리 배젖이 없다. 어린싹이 스스로 광합성을 할 때까지 필요한 영양분을 준비하지 않는 것이다. 양분은 씨앗에 감염된 곰팡이의 균사가 제공해 준다. 난초가 자란 이후에도 토양곰팡이와의 공생은 계속된다. 엄 교수는 “토양곰팡이가 없을 때 광릉요강꽃이 왜 죽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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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넘어 번지는 ‘탈출사고’가 나야 성공
 
시험장에 옮겨심은 광릉요강꽃 32개체 가운데 11개체가 꽃을 피우는 등 이식은 일단 성공적이다. 그렇다면 토양이 다른 명지산과 화악산의 광릉요강꽃이 소리봉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병천 박사는 “산림토양에 들어 있는 수많은 곰팡이 가운데 다행히 공생 곰팡이가 들어 있었던 것 같다”며 “완전히 살았다는 판단은 3~5년 지나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광릉요강꽃이 울타리를 넘어 번지는 ‘탈출사고’가 나면 사업이 성공하는 것”이라며 “크낙새, 장수하늘소와 함께 광릉수목원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3대 핵심종 가운데 하나가 복원되는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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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국립수목원의 희귀·특산식물 증식·복원 사업
 
광릉숲은 1468년부터 국가가 관리해온  ‘600년 숲’이다.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을 바탕으로 전국의 희귀식물이나 특산식물을 증식해 복원하는 한편 다른 식물원이 이런 일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형님뻘’인 기관이다.
 
최근 자생식물에 대한 전국적인 현장조사를 거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평가기준에 따른 ‘적색목록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식물 가운데 야생상태에서 멸종한 것은 다시마고사리삼 등 4종, 멸종위기종은 광릉요강꽃 등 144종, 위기종은 개병풍 등 122종, 취약종은 한계령풀 등 79종이다.
 
국립수목원은 또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의 종자를 보관하는가 하면 증식해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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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는 단양쑥부쟁이도 경기도 여주에서 채집한 원종을 증식시키고 있다. 이병천 박사는 “단양쑥부쟁이는 발아율이 90%에 이르러 증식이 쉽지만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자생지 보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목원 종자은행에는 400여 종의 특산삭물 가운데 92종, 389종의 희귀식물 가운데 231종의 종자를 보관하고 있다. 저장고는 영하 20도를 유지해 씨앗이 적어도 100년 동안 휴면상태에서 생명력을 가지도록 한다. 5~10년마다 종자의 활력을 측정해 발아율이 절반을 밑돌면 씨앗을 교체하기도 한다. 또 기후변화에 취약한 식물이 대피할 수 있는 피난처도 조성돼 있다.
 
김용하 국립수목원장은 “경북 봉화에 건립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고산식물 피난처와 동아시아의 모든 식물종자를 보관할 대규모 식물종자저장고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수목원은 다음달 초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포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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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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