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한 절벽과 바위 병풍에 숨이 헉!

조홍섭 2010. 03. 24
조회수 27209 추천수 0
<3부> ① 억겁을 견딘 ‘ 차돌’ 섬, 백령도
깊이 50㎞ 지구 속 엿볼수 있는 현무암지대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다는 천연 비행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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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차례 ■
제1부 격변의 시대
   1. 북한산의 기원    

   2. 이동과 충돌   
   3. 한반도의 속살   
   4. 시간이 바뀐 곳   
   5. 백두대간의 탄생   
   6. 한국의 갈라파고스    
   7. 120만년의 화산분출  
   8. 꺼지지 않은 백두산   
   9. 용암 흐르던 한탄강    
   10. 땅이 흔들린다    
제2부 생명의 땅
   1.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2. 삼엽충의 바다, 태백산 분지  
   3. 3억년 전 원시림의 선물, 석탄  
   4. 시화호 공룡계곡  
   5. 거대 익룡 고향 군위  
   6. 최후의 피난처, 여수  
   7. 신생대 식물화석의 보고, 포항  
   8. 최종 빙하기 유산 강릉 경포호  
   9. 곰소만의‘떠다니는 섬’  
   10. 단양 에덴동굴에 숨겨진 기후 비밀  
제3부 한반도 지질 명소
   1. 억겁을 견딘 ‘ 차돌’ 섬, 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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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차돌이 가는 모래가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까?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가면, 5억~10억년에 이르는 그 세월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곳에선 또 당시 바닷가 펄 위에 새겨진 물결무늬가 마치 엊그제 생긴 것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나 있다. 
 
18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두무진을 찾았다. 거대한 담회색~회백색 절벽과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백령도에서도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숨막히는 절경이다.
 
같은 규암층이라도 자연의 변주에 따라
전혀 다른 연출
 
동행한 이광춘 상지대 명예교수(지질학)는 “원생대 후기에 형성된 사암층이 변한 규암층이 백령도 지질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두무진을 이루는 규암은 석영이 주성분인 워낙 단단한 돌이기에 장구한 세월을 견뎌내고 아직 서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돌이란 석영 또는 석영으로 이뤄진 규암 같은 단단한 암석을 가리킨다.
 
백령도는 지질학적으로 황해도 옹진반도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약 1억2천만년 전 현재의 한반도 꼴이 형성되기 이전 백령도와 경기도는 전혀 다른 땅덩어리에 속해 남반구에서 현재의 위치로 이동했다.  그에 앞선 약 10억년  전 한반도는 판게아 이전의 초대륙 로디니아에 속했을 것으로 이윤수 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추정한다.
 
당시 백령도의 위치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백령도의 지층이 형성되던 환경이 어땠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두무진 바닥의 규암을 자세히 살펴보면 빨래판 같은 무늬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당시 물결의 흔적이 마치 화석처럼 남았다. 바닥에 모래층이 비스듬히 쌓인 단면인 사층리도 보인다. 이 교수는 “물결 흔적 마루의 형태와 방향을 통해 지층의 위·아래는 물론 당시 물이 어느 쪽으로 흘렀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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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무진의 규암층은 두께가 650~700m에 이른다. 조간대에 흘러든 모래가 퇴적한 뒤 땅속에 묻혀 사암이 되고, 지하 깊은 곳에서 고온과 고압을 받아 변성돼 규암이 됐다. 이후 지각이 솟아오르고 침식을 받아 땅위로 올라온 것이다.
 
같은 규암층이라도 자연의 변주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남포리 콩돌해안엔 두무진의 웅대한 거석이 오랜 세월 바닷물에 밀리면서 서로 부딪쳐 만들어진 매끄러운 콩알 모습의 잔자갈이 깔려있다. 밀려가는 파도에 잔자갈끼리 부딪쳐 내는 ‘쏴아’ 하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렸다. 콩돌해안엔 머잖아 잔자갈이 될 잔 금이 많이 간 규암 바위가 먼 과거의 물결자국을 간직한 채 놓여 있다.
 
엄청난 지각변동 받아 지층이 엿가락처럼 휘늘어진 장관
 
Untitled-1 copy 4.jpg콩돌해안에서 방조제를 건너면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다는 천연비행장인 사곶해변이 나온다. 여기서 규암은 직경이 0.3㎜에도 못 미치는 가는 모래가 된다. 석영이 주 성분인 이 모래층은 바닷물을 머금으면 단단해져 대형 버스도 해변을 다닐 수 있다.
 
그러나 1970년대 군부대가 사곶 모래밭과 육지 사이에 3㎞ 길이의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한 데 이어 90년대에는 사곶과 콩돌해안 사이를 간척해 해류 변동을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콩돌해안에 큰 자갈이 많이 눈에 띄고 있고 사곶의 모래밭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며, 두 지질 명소가 앞으로 오랫동안 유지되려면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김정섭 백령면장은 “지난해 공군이 사곶에서 항공기 이착륙 계획을 세웠을 정도로 상태는 양호하다”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새로운 해안시설이 어떤 환경변화를 불러왔는지는 조사된 적이 없다.
 
백령도는 대부분 원생대 후기 지층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밑에 있는 중화동층은 깊은 대륙붕의 펄이 쌓인 이암이고, 그 위엔 얕은 대륙붕에서 사암과 이암이 교대로 쌓인 장촌층이 있다. 두무진층은 조간대의 사암이 쌓인 가장 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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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촌리 용트림바위 부근 해안에는 평온하게 쌓인 장촌층이 고생대가 중생대로 바뀌는 변혁기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받아 지층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늘어난 장관을 펼쳐 보인다.
 
어두운 색의 점판암·천매암과 밝은 규암이 교대하며 독특한 무늬를 이룬 지층은 높이 약 50m, 길이 약 80m인 해안절벽에서 180도로 꺾이며 대규모 습곡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126933544956_20100324 copy 3.jpg대청-소청도와 묶어 유네스코 지질공원 추진할 만
 
황상기 배재대 교수(구조지질학)는 “약 2억5천만년 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지각변동 때 땅속 6~7㎞ 깊이에서 옆에서 누르는 강한 압력을 받아 습곡구조를 형성한 뒤 융기와 침식작용을 받아 지표에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 참조)
 
진촌리 물범바위 옆 하늬해변에는 직접 시료를 채취할 수 없는 지구의 깊숙한 내부를 엿볼 수 있는 현무암지대가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가운데는 황록색 암석이 박힌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약 600만~700만년 전 지하에서 마그마가 분출하면서 지하  40~60㎞에 있던 맨틀물질을 붙잡아 지표로 나와 굳은 것이다.
 
이광춘 교수는 “백령도는 지구에 생물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인 상원계의 지층이 빚어내는 멋진 풍광과 독특한 해안지형이 발달해 있어 대청·소청도와 묶어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으로 추진할 만하다”며 “이때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지질전문가 확보, 안내 시스템 구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령도/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절경 만드는 규암
 
Untitled-1 copy 2.jpg흰색의 단단한 돌인 규암으로 이뤄진 곳 가운데 빼어난 경관이 많다. 상대적으로 쉽게 풍화돼 부스러지는 화강암과 달리 단단한 규암은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춘천의 등선폭포와 구곡폭포는 백령도와 마찬가지로 원생대 때 퇴적한 사암이 변성돼 굳은 규암지대에 위치한다.
 
이밖에도 춘천 삼악산 들머리, 경기도 소요산, 전남 해남 달마산, 전남 신안 홍도 등도 규암으로 이뤄져 있다.
 
규암은 이산화규소(SiO₂)로 이뤄진 석영이 주성분이다. 석영은 풍화에 강하기 때문에 모래로 남는 대표적인 광물이다. 석영 중에서 맑고 투명한 것을 수정이라고 한다.
 
강이나 바다에서 모래가 쌓여 굳으면 사암이 되고, 이 사암이 지하 깊은 곳에서 높은 압력과 온도을 받아 변성작용을 일으키면 규암이 된다.
 
조홍섭 기자
 
◈ 점박이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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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점박이물범 서식지이다.
 
겨울 동안 중국 랴오둥 만 얼음바다에서 번식한 뒤 이듬해 봄 새끼를 데리고 남하해 여름을 보내는 곳이다.
 
약 300여 마리로 추산되는 백령도의 점박이물범은 썰물 때 드러난 바위 위에서 쉴 수 있는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 연봉바위, 두무진 앞 물범바위 등 세 곳에 주로 머문다. 특히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는 가장 많은 물범이 모이는 곳인데,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8~9월에 최대 250여 마리까지 확인한 바 있다.
 
126933544956_20100324 copy 2.jpg최근에는 이 물범이 백령도는 물론 서해 전 해안과 남해, 동해 경포호 주변에까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가운데 서산 가로림만과 강원 경포 순긋해수욕장은 백령도를 빼고 가장 주요한 서식지이며 포항, 영덕, 울진, 거제, 통영, 부산 낙동강하구 등에서 점박이물범이 목격되거나 죽은 채 발견됐다.
 
고래연구소는 지난해 경포에 출현하는 물범의 유전자검사 결과 백령도 것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랴오둥 만의 점박이물범이 서해와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진출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고래연구소는 위성추적을 이용해 물범이 중국 랴오둥 만을 출발해 중국 산둥반도와 백령도 북쪽을 거쳐 전남 해남까지 회유하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있지만 여러 위협에 놓여 있다. 물범은 모든 해역에서 어구에 걸려 질식사한 채 종종 발견되고 있다. 어민과의 마찰도 심하다. 백령도 하늬바다에도 해조류를 채취하는 어민과 낚시꾼이 종종 상륙해 물범을 쫓고 있다. 어민들은 바다에 쳐 놓은 통발에서 물범이 우럭이나 광어, 까나리를 훔쳐가 피해가 크다고 주장한다. 백령도 다음의 서식지인 가로림만에는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배보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활동가는 “백령도의 물범 등 생태자원을 활용한 생태관광을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생태해설사 양성 교육을 하고 있다”며 “지형과 지질학적 명소도 생태관광의 요소로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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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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