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후변화 양다리 전략 먹힐까

조홍섭 2009.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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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총회서 선진국-개도국 가교역 자처
‘자발적 감축’ 발표에 환영-불만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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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적으로 협상 타결에 기여, 다만 감축은 자발적으로.’
 
우리나라의 코펜하겐 총회 협상전략은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거대한 각축장이 될 이번 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정한 위치는 ‘가장 앞선 개도국’이다. 선진국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작아 구속력 있는 감축의무를 지지 않는 대신, 자발적 감축목표를 이행하면서 “지속성장에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 여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 “자발적 감축하되 성장에 필요한 만큼 배출”
 
김상협 청와대 미래비전비서관은 6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 개도국이냐 할 때 신흥국으로 유지하고 있다. 신흥국의 선도국으로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의 기후변화협약 체제에는 신흥국의 위치가 따로 없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서 38개 선진국 외에는 감축의무를 지지 않는다. 이들 외에는 모두 개도국으로 분류된다. 만일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 요구대로 교토의정서를 폐기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감축에 나서는 새로운 의정서 체제를 만든다면, 한국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감축의무를 질 가능성이 크다.
 
박흥경 녹색성장위원회 협상 티에프(TF) 팀장은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도 등이 구속력 있는 감축의무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단일 의정서 체제로 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자발적으로 배출량 감축목표를 발표하자 선진국은 환영했지만, 개도국 쪽에서는 “협상 분위기 깨지 마라” “한국만 앞서 간다면 개도국끼리 따로 가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정부 협상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또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에 대한 지원에 앞서 감축행동이 측정·기록·검증 가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개도국은 엄격한 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등록부를 설립해 개도국의 감축행동을 등록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개도국 감축행동에 탄소 크레디트를 부여해 감축행동을 위한 재원으로 삼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 협상에서 우리나라 위치는  
 
그러나 이런 ‘가교 전략’이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의 공감을 얻을지 또는 배척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국가 이해를 앞세운 이런 협상전략은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를 비롯해 노동단체, 농민단체, 진보정당 등에서 약 50명이 총회에 참가하는 공동대응단은 3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에서 결코 개도국이라 할 수 없다”며 “지구온난화 기여도에 상응하는 감축의무를 공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은 수준은 아니라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스페인과 비슷한 기후부채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고 22위의 역사적 책임을 안고 있다.
 
공동대응단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이번 총회에서 2012년 이후 체제에 대한 최종적 합의가 도출돼야 하며, 선진국의 책임과 경제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기후정의’를 명문화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정부의 협상전략에 실질적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박흥경 녹색위 협상티에프 팀장은 “총회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발표한 감축안 이상을 공약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105개국 정상이 참가한 가운데 7일부터 12일간 일정으로 열린다. 애초 노벨상 시상식에 들르는 김에 얼굴만 비추려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협상 마감일인 18일로 방문 일정을 바꾸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17~18일 참석할 예정이다. 지구를 기후변화로부터 지키려는 이상과 남·북 불평등의 현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결실을 이룰지 주목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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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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