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덮칠 한반도 숲 미래가 보인다

조홍섭 2010. 01. 20
조회수 21053 추천수 0
<7> 신생대 식물화석의 보고, 포항
동해 열리고 한반도서 일본 떨어져 나가
공룡 대멸종 시대 이후 신천지 증거 오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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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차례 ■
제1부 격변의 시대
   1. 북한산의 기원    

   2. 이동과 충돌   
   3. 한반도의 속살   
   4. 시간이 바뀐 곳   
   5. 백두대간의 탄생   
   6. 한국의 갈라파고스    
   7. 120만년의 화산분출  
   8. 꺼지지 않은 백두산   
   9. 용암 흐르던 한탄강    
   10. 땅이 흔들린다    
제2부 생명의 땅
   1.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2. 삼엽충의 바다, 태백산 분지  
   3. 3억년 전 원시림의 선물, 석탄  
   4. 시화호 공룡계곡  
   5. 거대 익룡 고향 군위  
   6. 최후의 피난처, 여수  
   7. 신생대 식물화석의 보고, 포항
제3부 한반도 지질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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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돼 앞으로 한반도의 숲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면, 포항에 가보면 된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 금광리 야산에는 약 2천만 년 전 비교적 선선하던 때 한반도의 식물이 화석으로 굳은 셰일 층이 있다. 여기서 15㎞쯤 떨어진 포항시 북구 두호동 해수욕장의 바닷가에는 그로부터 약 1천만 년 뒤 아열대 기후로 바뀐 한반도의 모습이 절벽에 화석으로 남아있다.
 
일본 고유종인 금송은
과거 한-일 비슷한 식물상 증거
 
 
포항에는 남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생대 제3기 퇴적층이 있다. 호수와 바다에서 쌓인 약 1㎞ 두께의 이 퇴적층에는, 동해가 열리면서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던 동안 벌어졌던 기후변화의 증거가 식물화석 형태로 오롯이 담겨있다.
 
6500만 년 전 중생대는 공룡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 대멸종 시대에서 살아남은 생물과 새롭게 진화한 생물들이 신천지를 채워나갔다. 고사리와 겉씨식물은 쇠퇴하고 그 자리를 꽃 피는 식물이 차지했다. 신생대가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이 땅을 뒤덮게 된 것이다.
 
김경식 전북대 생물과학부 교수가 최근 포항의 나무와 잎 화석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신생대 마이오세 초인 약 2천만년 전 포항의 숲을 재구성해 보자. 당시 포항은 지금의 동해를 길게 늘여놓은 모습의 호숫가에 위치했다. 일본은 아직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기 전이다(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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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리의 숲에는 희고 미끈한 수피를 지닌 자작나무류가 많았다. 사시나무, 가래나무, 느릅나무, 단풍나무와 비슷한 낙엽성 수목들도 흔했다. 이들은 모두 지금과 비슷한 온대 또는 냉·온대성 기후에 잘 자라는 나무이다. 산의 양지바른 남사면에는 낯익은 소나무들이 들어서 있다.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에 흔히 보는 소나무와 함께 둘로 갈라진 바늘잎이 부채처럼 돌려나는 또 다른 소나무가 있다. 바로 일본 고유종인 금송이다. 현재 일본 혼슈 중부와 남서부에 드문드문 분포하는 금송은 마이오세 동안 한반도에도 자생했다. 동해가 열리기 전 한국과 일본의 식물상이 비슷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한반도에 널리 자라던 너도밤나무가 거의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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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따뜻했던 호숫가와 골짜기에는 현재 베트남, 대만 등에 있는 넓은잎삼나무가 서 있다. 금광리에 가장 많은 나무는 너도밤나무 종류였다. 너도밤나무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인 참나무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울릉도에만 분포한다. 신생대까지 한반도에 널리 자라던 이 나무가 거의 사라진 이유로 김경식 교수는 “동해가 형성되면서 습기가 많은 해양성 기후이던 포항이 그 후 겨울엔 건조한 대륙성 기후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은 금광리에서 지척이지만 시간으론 1천만년이나 뒤에 쌓인 퇴적층이 있다. 그 사이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났다. 기다란 동해 호수가 바다와 만나면서 일본은 섬이 됐고, 포항은 바닷가에 놓이게 됐다.
 
두호동 해안에서는 요즘 전남 해남에서 볼 수 있는 상록활엽수인 구실잣밤나무, 가시나무, 육박나무, 후박나무 종류가 자랐음이 나뭇잎 화석을 통해 밝혀졌다. 이곳의 기후가 난·온대 또는 아열대 기후였음을 알 수 있다.
 
조개나 성게의 화석이 많이 묻혀있는 두호동 퇴적층은 꽤 깊은 바다 밑에 쌓인 펄이 굳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깊은 바다에서 나뭇잎이 나오는 걸까. 게다가 이곳 나뭇잎 화석은 물속벌레에게 먹힌 흔적도 없는 깨끗한 것이 많다.
 
이에 대해 백인성 부경대 환경지질학과 교수는 “정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지만, 당시 두호동의 지형이 산지가 곧바로 바다로 이어지는 경사가 급한 해안이어서 홍수 때 산속에서 쓸려온 나뭇잎이 그대로 바다 밑에 퇴적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산림식생 변화 예측 소중한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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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가 열리고 일본이 떨어져 나가는 지각변동 와중에 한반도의 기후는 마이오세 초기 냉·온대성에서 마이오세 중기에는 난·온대·아열대성으로 바뀌었다.
 
흥미롭게도 포항에는 이런 기후변화의 중간 변천과정을 보여주는 지질학적 현장이 있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 신정리와 오천읍 세계리에는 석탄을 포함하는 2개의 지층이 있는데, 여기서 금광동층과 두호층 사이의 기후 변천을 보여주는 식물 목재화석이 나온다. 냉온대인 금광동층에 가까운 하부함탄층에서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자작나무와 단풍나무가 많고, 난온대·아열대인 두호층에 가까운 상부함탄층에서는 난대성 구과식물인 낙우송, 동백나무, 조록나무 종류가 냉온대성 나무와 섞여서 나온다. 서늘한 기후에서 더운 기후로 이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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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신생대 식물화석 연구는 일본인 학자가 처음 시작한 이래 40여 년 동안 공백기를 거쳐 최근에야 다시 시작됐다. 일본이 19세기부터 연구해 신생대 들어 식물상이 6단계로 바뀌었음을 밝히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경식 교수는 “포항은 한 곳에서 신생대 제3기의 여러 시기 지층이 드러나고 식물화석이 풍부해 일본보다 연구여건이 좋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산림식생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소중한 단서이므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의 식물화석지는 이제껏 별다른 보호를 받지 않았지만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연구용역을 마치고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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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살아있는 화석 나무의 고향
 
Untitled-8 copy.jpg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중국 허베이성에서 이상한 나무가 발견됐다. 이미 1천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메타세쿼이아인 사실이 몇년 뒤 밝혀졌다. 세쿼이아 거목과는 먼 친척인 이 나무는 수형이 멋져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에도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메타세쿼이아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이유는 중생대 후기부터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이 나무의 화석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현생 종의 잎 모양은 당시의 모습 거의 그대로이다.
 
이 나무는 주로 신생대 제3기 때 번성해 북반구 중위도에서 고위도와 북극권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항 금관동층 등 제3기 퇴적층 어디서나 나온다.
 
그러나 제3기 마이오세에 이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와 알래스카를 제외하면 메타세쿼이아의 화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 나무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장소의 하나인 셈이다.
 
이 나무는 춥고 건조해진 기후변화 때문에 쇠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지막까지 생존을 이어온 중국의 자생지는 하천의 범람원 주변이나 계곡 아래로서 수분이 충분한 곳이다.
 
은행나무도 식물 가운데 유명한 살아있는 화석이다. 은행나무는 2억7천만년 전 고생대 페름기에 출현해 중생대에 세계적으로 번성한 가장 오랜 식물 가운데 하나다. 현재 지구상에는 아무런 친척이 없는 외로운 식물이기도 하다.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니며, 수나무의 꽃가루엔 정자가 있는 등 다른 나무와는 확연히 다른 것도 독특하다.
 
중국 동남부 저장성에서 자생지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화석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여서 자생지인지 오랜 재배의 결과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생대 지층에서 은행나무 화석이 다수 발견됐고 함경북도 회령에서는 신생대 제3기 지층에서 도 나왔다. 이후에는 화석기록이 없어 우리나라 자생종은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생하는 은행나무는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 퍼진 것이다.
 
김종헌 공주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가 우리나라 은행잎 화석을 연구한 결과 중생대 초기에 4속 6종, 백악기에 3속 4종, 신생대 제3기에 1속 1종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생대의 은행잎은 대개 크고 잎이 가늘게 갈라져 있었던데 비해 신생대 은행잎은 작고 갈라진 잎이 서로 붙은 형태로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중국 남부지역에 메타세쿼이아와 은행나무 등 화석식물이 다수 생존한 이유로 김 교수는 “이 지역이 제4기의 빙하기에 대륙빙하나 계곡빙하를 피할 수 있었고, 티베트 고원을 중심으로 한 조산 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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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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