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대 마지막 지질시대 대표적 해안경관

조홍섭 2010.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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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빙하기 유산 강릉 경포대
해수면 변동 따라 하천과 파랑으로 석호 생겨
8만~12만년 주기로 부활…훼손으로 ‘팍’ 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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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차례 ■
제1부 격변의 시대
   1. 북한산의 기원    

   2. 이동과 충돌   
   3. 한반도의 속살   
   4. 시간이 바뀐 곳   
   5. 백두대간의 탄생   
   6. 한국의 갈라파고스    
   7. 120만년의 화산분출  
   8. 꺼지지 않은 백두산   
   9. 용암 흐르던 한탄강    
   10. 땅이 흔들린다    
제2부 생명의 땅
   1.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2. 삼엽충의 바다, 태백산 분지  
   3. 3억년 전 원시림의 선물, 석탄  
   4. 시화호 공룡계곡  
   5. 거대 익룡 고향 군위  
   6. 최후의 피난처, 여수  
   7. 신생대 식물화석의 보고, 포항  
   8. 최종 빙하기 유산 강릉 경포호
제3부 한반도 지질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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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만8천년 전 빙하기가 마지막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북미와 북유럽의 대부분을 포함해 북반구 육지의 30%가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였다. 빙하가 한반도에까지 밀려오지는 않았지만, 그 영향은 오늘날의 경관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빙하기 동안 바다에서 증발한 수분은 눈과 얼음이 돼 육지에 쌓이기 때문에 해수면이 낮아진다. 지난 빙하기 때 해수면은 지금보다 100m 이상 낮았다.
 
5천~6천년 전 해수면은 최고조에
 
최종 빙하기 동안 동해안에도 바다는 현재 해안선에서 멀찍이 물러났고, 태백산맥의 가파른 동쪽 사면을 흘러내린 하천은 상대적으로 높아진 땅을 거침없이 깎아냈다. 그 바람에 동해안의 해안선은 지금처럼 밋밋하지 않고 수십m 깊이의 계곡이 톱니처럼 삐죽삐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시작되자 해수면은 빠르게 상승했다. 5천~6천년 전 해수면은 최고조에 이르러 현재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해안선은 골짜기를 따라 육지쪽으로 전진했다. 동해안의 깊게 파인 계곡 안쪽까지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해안처럼 바닷물이 찰랑댔다.
 
석호가 많은 강원도 고성에서 강릉까지 동해안의 기반암은 땅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식어 굳은 화강암이다. 땅속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다가 땅위에 드러난 화강암은 낮아진 압력 때문에 쉽게 풍화돼 모래를 만든다. 하천에 쓸려간 모래는 해안을 따라 흐르던 해류와 만나 하구를 차츰 가로막았다. 석호가 형성된 것이다(그림 참조).
 
126510326654_20100203 copy.jpg윤순옥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석호는 최종 빙하기와 간빙기 동안 해수면 변동이 일어나면서 하천과 파랑의 작용으로 형성됐으며, 신생대의 마지막 지질시대인 ‘홀로세’ 해안경관을 대표하는 독특한 지형”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농경 흔적이 나타난 것은 약 2천년 전
 
간빙기 때 탄생한 석호는 퇴적물이 쌓이면서 늪지를 거쳐 육지가 된다. 다시 빙하기가 와 바다가 물러나고 침식이 일어나면서 석호는 부활한다. 신생대 4기 동안 빙기와 간빙기가 되풀이되면서 석호의 탄생과 죽음은 8만~12만년을 주기로 일어났다. 동해안이 융기하고 있기 때문에 석호는 점점 바다쪽으로 전진하면서 생겼다. 윤 교수는 “화진포와 송지호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해안 석호는 거의 노년 단계”라며 “자연적 변화에 더해 지난 100년 동안의 인위적인 훼손으로 갑자기 늙었다”고 말했다.
 
경포호에 처음 농경의 흔적이 나타난 것은 약 2천년 전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최근 발간한 ‘동해안 석호 보전 및 복원을 위한 생태계 정밀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를 보면, 경포호의 퇴적층을 시추해 꽃가루를 분석한 결과 2천년 전에 농경의 지표인 기장, 조, 옥수수 등 벼 과와 쑥 속 식물이 갑자기 번성한다. 꽃가루 연구는 또 경포호가 형성된 약 5천년 전부터 2천년 전까지는 개암나무, 서어나무, 오리나무 종류가 많아 상당히 온난습윤한 기후였고, 2천년 전 이후에는 참나무가 줄고 소나무가 급증해 인간의 영향이 크게 미쳤고 약간 쌀쌀한 기후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복원작업 시작돼 탄생 5천 년만에 ‘회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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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는 탄생한 지 약 5천년만에 ‘회춘’을 경험하고 있다. 석호의 복원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6일 찾은 경포호에서는 적어도 100년 전 석호로 되돌리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표적인 석호인 경포호는 일본 강점기 때까지 면적이 1.74㎢이었으나 1960~70년대 동안 농지와 도시개발을 위해 매립돼 현재는 절반 가까운 0.93㎢만 남아 있다. 1970년대 경포천을 직강화해 호수로부터 차단한 뒤 경포호는 악취와 연례행사로 벌어지는 물고기 떼죽음으로 몸살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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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는 지난해부터 경포호 유입하천인 경포천 주변에 배후습지 조성에 착수하는가 하면 바다와 연결부에 생태습지원을 만들었다. 특히 2005년부터 70억원을 들여 농경지 29만㎡를 매입해 습지로 돌리는 사업은 지자체 차원의 습지복원 사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조영각 강릉시 자연복원사업단 호수복원 담당자는 “농사를 중단했을 뿐인데 새로운 수초가 돋아나고 큰고니 25~26마리가 해마다 찾아오는 등 습지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며 “2011년까지 사업이 끝나면 경포천의 물이 흘러들어 원래의 기수호 상태로 바뀌고 호수면적도 30%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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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지난 빙하기 황해는 사막이었다
 
신생대 제4기에 해당하는 지난 200만년은 기후변화의 시대였다. 약 7만~1만년 전까지 계속된 마지막 빙하기를 포함해 수십 차례의 빙기와 간빙기가 되풀이됐다. 특히 2만~1만8천년 전의 빙기는 가장 추웠던 시기로 ‘최종빙기 최성기’라고 부르며,  동해안 석호 탄생의 배경이 됐다.
 
마지막 빙기가 절정을 맞았을 때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자연환경은 어땠을까.
 
윤순옥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와 황상일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가 <한국지형학회지> 최근호에 낸 논문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최종빙기 최성기 자연환경’을 보면, 황해와 동중국해는 바다가 후퇴해 곳곳에 사막이 펼쳐진 육지였고, 차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넓게 펼쳐진 초원 위를 매머드가 무리지어 돌아다녔다.
 
126510326682_20100203 copy.jpg해수면이 100m 이상 하강하면서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가 됐고 일본과도 연결됐다(그림 참조). 이 시기 중앙아시아 카스피해부터 동중국해까지 반원형의 소규모 사막이 폭넓게 분포했음이 퇴적학 연구로 밝혀졌다. 중국 연구자들이 황해 해저를 시추조사한 결과 제주도 서쪽과 남쪽, 평안도 앞, 발해만, 양쯔강 하구 등에서 사막의 존재를 확인했다.
 
또 난류인 쓰시마해류가 동해로 유입되지 못하면서 동해는 커다란 내해가 됐고 수온도 현재보다 7~8도 낮았다.
 
이 논문은 당시 한반도 퇴적층의 꽃가루를 분석한 연구로 볼 때 한반도 동해안과 산지는 여름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약 10도 낮아 추웠고, 서해안은 이보다는 덜 추웠지만 양쪽 모두 매우 건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속초 영랑호 퇴적층에서는 이 시기 전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 이깔나무 등 현재 백두산 근처에서 흔히 보는 한대성 수종이 분포했고, 경북 영양에서도 가문비나무와 자작나무 종류가 우세했다. 충남 부여에서는 소나무가 많았지만 한랭기후를 가리키는 잣나무도 적지 않았다. 전반적으로는 몬순대가 일본 남쪽에 걸치면서 한반도를 완전히 빗겨나가 한반도는 나무보다는 풀이 많은 건조한 경관이 펼쳐졌을 것이라고 이 논문은 밝혔다.
 
조홍섭 기자
 

◈ 고등어와 송사리가 함께 사는 한국의 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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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동해안에서 위성영상으로 확인한 면적 0.01㎢ 이상의 석호는 모두 57개로 주로 함경도와 강원도에 분포한다. 남한에는 18개가 있지만 호수 형태를 갖춘 곳은 11개에 불과하다.
 
강릉의 풍호는 무연탄재 360만t을 매립하면서 호수의 모습을 완전히 잃었고 양양군 군개호와 염개호도 사실상 호수가 사라졌다. 양양군의 쌍호와 고성군의 선유담도 유입수가 줄어 늪지가 됐다. 석호의 원형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은 고성군 화진포호와 송지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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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강릉시의 경포호와 향호, 속초시 영량호, 고성군 화진포호, 송지호, 광포호, 양양군 매호를 중점관리석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석호의 환경은 변화무쌍하고 동적이다. 자연적으로 육지화가 진행돼 대개 평균수심이 1m 안팎으로 얕아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극심하다. 또 홍수나 파도가 높을 때 호수와 바다의 연결이 확대되는 갯터짐 현상이 주기적으로 벌어져 염분농도가 급변하기도 한다. 하천 유입구 근처에는 붕어나 송사리가 살지만 갯터짐으로 고등어, 넙치, 강성돔, 전어 등이 대거 들어와 서식한다.
 
표층의 담수와 심층의 해수가 섞이지 않는데다 유기물과 무기염이 응집해 가라앉기 때문에 호수 깊은 곳에서는 여름철에 무산소 상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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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극단적인 환경변화와 수질오염이 겹쳐 부영양화, 물고기 떼죽음 등이 빈발한다. 또 생물다양성은 낮은 반면 기회를 만난 특정 생물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일이 잦다.
 
과거 경포호에서는 부새우(곤쟁이)가 대번식해 주민들이 그물로 떠서 리어카에 가득 싣고 팔기도 했다. 2007년 원주지방환경청 조사에서도 송지호에서 ㎡당 1천 개체가 넘는 재첩이 발견됐고, 그해 12월 매호에서는 실참갯지렁이가 ㎡당 3787마리나 분포해 호수 전체로는 1억8천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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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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