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과 함께 태어나고 자란 서해안 갯벌

조홍섭 2010. 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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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9> 곰소만의 ‘떠다니는 섬’
5천년 전 해수면 상승속도 줄며 퇴적물 쌓여
하굿둑-댐에 가로막혀 ‘영양실조’ 걸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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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차례 ■
제1부 격변의 시대
   1. 북한산의 기원    

   2. 이동과 충돌   
   3. 한반도의 속살   
   4. 시간이 바뀐 곳   
   5. 백두대간의 탄생   
   6. 한국의 갈라파고스    
   7. 120만년의 화산분출  
   8. 꺼지지 않은 백두산   
   9. 용암 흐르던 한탄강    
   10. 땅이 흔들린다    
제2부 생명의 땅
   1.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2. 삼엽충의 바다, 태백산 분지  
   3. 3억년 전 원시림의 선물, 석탄  
   4. 시화호 공룡계곡  
   5. 거대 익룡 고향 군위  
   6. 최후의 피난처, 여수  
   7. 신생대 식물화석의 보고, 포항  
   8. 최종 빙하기 유산 강릉 경포호  
   9. 곰소만의‘떠다니는 섬’
제3부 한반도 지질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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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완전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땅, 한민족과 함께 탄생한 땅,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땅…. 모두 갯벌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 8일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자연갯벌의 하나인 곰소만을 찾았다. 만의 들머리인 전북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에서 썰물에 드러난 갯벌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만을 가로지르는 갯벌의 폭은 약 5㎞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동행한 전승수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곰소만은 모래에서 펄까지 다양한 형태의 퇴적물을 모두 발견할 수 있는 드문 곳”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전남 갯벌이 펄 중심이라면, 서해 중부의 갯벌은 모래가 지배적인 곳이다.
 
이곳 갯벌에는 ‘셰니에’라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지형이 있다. 일종의 ‘떠다니는 섬’인 셰니에는 바람과 파도에 실려온 모래와 진흙 입자가 펄 위에 쌓여 이룬 소형 모래등이다.
 
파도로부터 해안 보호하는 ‘천연방파제’ 셰니에
 
만돌리 해안에는 길이 약 1㎞, 폭 약 30m의 셰니에가 마치 두 팔을 벌려 파도로부터 해안선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과 셰니어 사이에는 파도가 잔잔해 입자가 가는 펄이 깔려있었다. 조개껍데기와 모래가 많은 셰니에를 건너 바깥 바다와 만나는 곳의 갯벌은 파도에 쓸려 심하게 침식돼 있었다.
 
전 교수는 “셰니에는 파도로부터 해안을 보호하는 천연방파제 구실을 한다”며 “사람이 물러나야 할 곳에서는 자연에 양보하는 지혜가 기후변화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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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니에는 살아 움직인다. 북풍을 받는 이곳에선 수백 년 동안 서서히 남쪽으로 이동해 언젠가는 해안에 닿아 사구가 된다. 그러나 1990년대 말까지 곰소만에 있던 수백 년 동안 형성된 셰니에는 새우양식장을 만들기 위한 간척 때 손쉬운 둑으로 쓰이면서 사라졌다. 현재의 셰니에는 만들어진 지 10여 년 된 어린 지형이다.
 
셰니에뿐 아니라 갯벌 자체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갯벌은 여름과 겨울 사이의 힘겨루기가 낳은 소산이란 것이다.
 
양병천 캐나다 퀸스대 박사 등은 최근 서해 중부 갯벌에 관한 논문에서 상대적으로 파도가 약한 여름에는 가는 입자가 쌓이다가 거센 폭풍이 잦은 겨울을 거치면서 모두 쓸려나가고 그 위에 모래층이 덮는 현상을 밝혔다. 같은 곳이라도 여름에 발목이 푹푹 빠지던 갯벌이 겨울엔 모래가 쌓여 단단해지기도 한다.
 
또 갯벌의 위치에 따라 파도와 조류의 영향력이 다르다. 만 안쪽에서 밀물과 썰물이 갯벌을 좌우한다면, 바깥에선 바람에 의한 파도가 갯벌의 모양을 정한다.
 
추위 때문에 구멍에서 나온 게가 느릿느릿 움직였다. 그러나 서해비단고둥은 제철을 만난 듯 발 디딜 틈도 없이 갯벌 바닥에 빽빽하게 들어찼다. 눈앞에서만 줄잡아 수백만 마리는 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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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갯벌과 달리 모래가 위, 펄이 아래

 
갯벌은 수많은 생물의 보금자리이지만 어느 나라 갯벌이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갯벌은 캐나다 동부해안, 미국 동부해안, 북해연안, 아마존강 유역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갯벌에 기대어 생활한 역사를 가진 점에서는 독보적이다. 전 교수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 드물고 기껏 치어만 있는 외국 갯벌을 연구하던 전문가가 한국에 와서 놀랍게 왕성한 생물활동과 이를 이용하는 주민을 보면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런 생물다양성은 갯벌은 높은 산소투과율과 퇴적층이 다채로운데 기인한다.
 
서해 갯벌의 탄생은 빙하기와 관련이 있다. 약 1만 8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기승을 부릴 때 해수면은 현재보다 120m나 낮아 황해는 완전히 육지로 드러났다. 현재 황해의 평균수심은 55m이다. 약 1만 2천 년 전부터 빙하기가 물러나면서 해수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9m 낮던 약 5천 년 전 해수면의 상승속도가 갑자기 느려지자 그때까지 씻겨나가던 퇴적물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후 해수면이 안정되면서 큰 조차와 완만한 경사, 다량의 퇴적물 공급에 힘입어 한반도 서·남쪽에 갯벌이 형성됐다. 갯벌은 한민족과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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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다른 갯벌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탄생했다. 하지만 북해나 북미의 갯벌은 사주와 염습지가 발달해 우리와 다른 모습이다.
 
외국과 우리 갯벌은 성장과정이 다르다. 결정적 차이는 퇴적물 공급량이다. 퇴적물이 많은 외국 갯벌은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퇴적층이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형성됐다. 반면, 퇴적물 공급량이 적은 우리나라에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갯벌이 육지 쪽으로 후퇴하면서 쌓인다. 그 결과 우리 갯벌은 위에 모래가 있고 아래에 펄이 나오지만 외국 갯벌은 반대이다.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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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뒤엔 동해안보다 넓은 모래해안으로 바뀔 가능성

 
우리 갯벌에는 펄이 적어 내만이 아니라면 바다 쪽으로 1㎞만 나가면 모래가 나온다. 또 해안 쪽으로 후퇴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보다 생물다양성이 높을지 몰라도 훼손에 매우 취약하다. 퇴적물 공급량의 감소는 치명적이다.
 
갯벌 퇴적물의 원천은 강에서 실려온 것, 해안이 깎인 것, 그리고 기존 퇴적물이 옮겨온 것 등 3가지이다.  하굿둑과 댐에 막혀 강이 공급하는 퇴적물이 막힌데다 대규모 해사 채취로 기존 퇴적물도 고갈되면서 갯벌은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릴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한반도 서·남해 갯벌에 퇴적물을 공급해온 젖줄이던 새만금이 막히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가 관심거리이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이후의 갯벌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은 “유속이 바뀌어 펄이 늘면서 조개를 잡아먹는 붉은어깨도요가 급감하는 대신 갯지렁이를 먹는 민물도요와 칠게를 잡아먹는 마도요가 느는 등 생태계가 바뀌고 있고 어민들도 고통을 받고 있다”며 “연근해 수산자원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도 퇴적물과 유기물을 공급하는 강 하구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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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은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전승수 교수는 “5천년 쯤 뒤에는 파도에 갯벌이 모두 씻겨나가 동해안보다는 넓지만 암반이 드러난 모래해안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창/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펄 지대 ‘흑산니질대’
위성에서도 보이는 목포 앞바다 거대 흙탕물 띠
 
 
126631251054_20100217 copy.jpg한반도 남서부를 위성사진으로 보면, 전라남도 일대 근해가 넓은 범위에 걸쳐 부옇게 흐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겨울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인공위성에서도 보이는 이 거대한 흙탕물의 정체가 밝혀지고 있다.
 
조성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이 <지오사이언스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전북 고창의 곰소만에서 흑산도를 거쳐 제주도 북쪽 근해를 기다랗게 감싸는 활 모양의 펄 지대가 있는데, 그 규모는 길이 2050㎞, 폭 200㎞, 펄 깊이 최고 60m에 이른다. 이 거대한 펄 지대를 ‘흑산 니질대’라고 부른다. (그림 참조)
 
이런 거대한 퇴적물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는 학계의 오랜 수수께끼였을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해양경계 획정을 둘러싼 민감한 관심거리이기도 하다.
 
황해에는 흑산 니질대 말고도 황해 한가운데와 동중국해 등 3곳의 대규모 펄 지대가 있다. 양쯔강에서 흘러나오는 연간 5억t의 퇴적물은 대부분 중국 남쪽 해안선을 따라 동중국해로 이동한다. 연간 11억t에 이르는 황하의 퇴적물은 주로 황하 입구에 가라앉지만 일부는 황해로 이동해 퇴적된다.
 
그러나 흑산 니질대 근처에는 큰 강이 없어, 펄이 어디서 왔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 강으로부터의 퇴적물량은 중국에 견줘 100분의 1에 그친다.
 
최근 지질학자들은 흑산 니질대의 퇴적물이 금강과 새만금에서 온 것임을 밝혀냈다. 특히 겨울철엔 강한 바람과 조류를 따라 퇴적물이 목포 앞바다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Untitled-7copy 2.jpg전승수 전남대 교수는 “금강 등에서 온 퇴적물과 해안을 침식한 토사가 미세한 입자가 돼 오랜 세월에 걸쳐 흑산 니질대에 쌓였을 것”이라며 “중국 쪽 퇴적물이 황해 중간에 펄을 남기지 않은 채 건너뛰어 흑산 니질대에 쌓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흑산 니질대는 물론 중국 쪽 펄 지대의 기원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임동일 한국해양연구원 박사는 흑산 니질대에 중국에서 기원한 퇴적물이 일부 섞여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 나아가 황해 중앙부 퇴적물에도 한국 기원물질이 혼합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흑산 니질대는 다량의 유기물을 공급해 우리나라 수산자원을 살찌우는 구실도 하고 있다. 난류인 쓰시마 해류의 일부가 북상하다가 남하하는 연안해류는 이곳에서 만나 영양분이 많은 찬 바닷물이 솟아올라 천혜의 어장이 된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황해, 서해 도대체 뭐가 맞나요?
공식 명칭 황해…중국도 동해 아닌 황해라 불러
우리나라 ‘동해’는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 있어서

 
한반도 서쪽 바다를 흔히 ‘서해’라고 부른다. 서해안고속도로, 서해수산연구소처럼 공공 명칭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지도책이나 교과서를 보면 모두 ‘황해’로 돼 있다. 서해와 황해, 어떤 것이 옳은 명칭일까.
 
‘서해’란 말은 한반도 서쪽에 있는 바다란 뜻이다. ‘황해’는 중국 황하에서 연간 11억t의 황토를 쏟아내 누런빛을 띠는 바다란 뜻을 지닌다.
 
일반인에겐 ‘서해’가 익숙하고 쉽기도 하지만 공식명칭은 아니다. 내무부 국립건설연구소 중앙지명위원회는 1961년 4월22일 국무원 고시 제16호로 우리나라 지명 12만 4천 개를 일괄 고시하면서 ‘황해’로 표기했다. 이를 근거로 이후 모든 교과서와 법령 등 공식문서에도 황해로 표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Yellow Sea’(황해)로 표기한다. 중국은 자기 나라 동쪽에 있는 이 바다를 ‘동해’라고 하지 않고 ‘황해’라고 부른다.
 
‘일본해’ 대신 ‘동해’를 써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주장하는 정부의 입장과 ‘황해’란 표기가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동해는 한반도 동쪽에 있는 바다란 뜻이 아니라 오래전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바다이기 때문에 ‘동해’란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서해’를 고집하다간 ‘동해’란 명칭이 역사적 근거 없는 자국 중심주의의 반영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한국의 ‘서해’ 명칭 사용을 들어 ‘동해’를 ‘일본해’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남해도 국제적인 명칭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이 바다는 ‘동중국해의 북쪽 해역’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적으로 서해, 남해를 쓴다고 잘못은 아니지만 공식 용어로는 황해가 맞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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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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