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찾은 저어새, 가마우지 등쌀에 번식지 잃을라

윤순영 2017. 03. 13
조회수 8631 추천수 1
서해안이 유일한 번식지인 세계적 멸종위기종, 번식지 부족 심각
온순한 성격 탓 김포 유도 번식지 민물가마우지에 빼앗겨, 대책 시급

s1.jpg » 깃털을 다듬고 있는 저어새 부부.


순백색 몸 깃털에 밥주걱을 닮은 큰 부리, 부리가 얼굴까지 폭넓게 연결 되어 마치 검은 가면을 쓴 것 같은 모습…. 저어새다. 3월 중순이면 동남아 월동지에서 우리나라에 번식하러 오는 귀한 새이다.

1988~1990년 월동지 조사에서 전 세계 개체수가 288마리에 그쳐 멸종에 임박했다가 이후 보호노력에 힘입어 차츰 늘어 2010년 조사에서는 2346마리가 관찰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올라 있는 멸종위기종이며, 세계에 분포하는 6종의 저어새 무리 가운데 가장 희귀하고 서식지도 동아시아의 좁은 지역에 한정된 세계적 보호새이다.

이 새의 번식지는 남한과 북한의 서해 비무장지대 일대 무인도이다. 번식기를 맞은 저어새는 풍성한 감귤색 댕기깃으로 장식한다. 

s2.jpg » 저어새는 바위 바닥에 둥지를 마련한다.

검은 다리는 굳건하게 보이고 부리를 좌우로 저어 먹이를 찾는 모습은 뱃사공이 노를 젓는 것 같다. 저어새의 영어 이름도 ‘검은색 얼굴의 숟가락 부리’(black-faced spoonbill)라는 뜻이다.

s3.jpg » 저어새들은 부부 사이가 좋아 틈이 나면 애정 표현을 한다.

s4.jpg » 저어새는 논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새끼를 기른다. 어린 새끼에게 염분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새가 경계심이 많고 예민하지만 저어새는 노련하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람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눈치를 살필 줄 아는 저어새는 주변 상황을 신중하고 정확히 판단하며 경망스럽게 행동하지 않는다. 부리로 서로의 몸을 보듬어 주며 부부의 애정을 표현하는 저어새는 온순한 새다.

여유롭게 먹이를 찾아 서서히 움직이며 먹이 사냥을 위해 목과 부리를 좌우로 빠르게 저어댄다. 그래서 저어새란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다른 새들을 개의치 않지만 맹금류에 대해서는 무척 민감하게 반응한다.

s5.jpg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알락개구리매가 농경지에 나타나 사냥감을 찾는다.

s6.jpg » 갑자기 나타난 알락개구리매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어린 저어새.

s7.jpg » 화들짝 놀라 자리를 뜨는 어린 저어새. 아직 갈색 깃털이 남아 있다. 어른이 되면 흰색으로 변한다.

저어새는 매우 희귀해 보기도 힘들었다. 26년 전 논에서 처음 보면서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보고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한 번 보면 기억에 남는 새다.

그 이후로 매년 저어새를 관찰했다. 근래에 한강 하구와 서해안 일대에서 저어새가 자주 눈에 띄어 다행스럽다.

s8.jpg » 어른 저어새에는 갈색 깃털이 없다.

저어새는 홍콩, 대만, 베트남 그리고 일본 등에서 월동하는데 한국 제주도의 성산 일출봉 앞에 위치한 숭어 양식장 오조리와 인근의 하도리에서도 매년 15여 마리가량이 겨울을 보낸다. 제주도가 저어새 월동지의 북방한계선에 해당한다.

s9.jpg » 저어새 가족이 함께 모여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3월 중순이면 저어새는 월동을 마치고 번식지인 강화도 서해안 일원과 한강 하구를 찾아온다. 3월 말경에 줄풀 뿌리, 나뭇가지 등으로 얼기설기 둥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마침내 5월 하순에는 흰색 바탕에 흐린 자색, 갈색의 얼룩점이 흩어져 있는 알 4~-6개를 낳는다.

s10.jpg » 바위 바닥에 밀집해 튼 저어새 둥지. 번식 터가 부족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s11.jpg » 저어새 새끼가 먹이를 달라고 보챈다.

저어새의 포란기간은 25일 전후다. 새끼를 기르는 데는 40여 일 정도 걸린다. 갈매기에게 알을 도둑맞으면 보충 알을 낳고 1차 번식에 실패하면 2차 번식에 들어가기도 한다. 몸길이는 수컷이 81~84cm, 암컷이 73~80cm로 제법 큰 편이다.

s12.jpg » 강화군의 저어새 번식지인 각시바위.

s13.JPG » 강화군의 저어새 번식지 비도.

s14.jpg » 강화군의 저어새 번식지 수리봉.

강화도 화도면 남단 갯벌 해안에서 1.5Km 떨어진 각시바위와 강화도에서 서쪽으로 16km 떨어진 불음도 주변의 무인도 석도, 비도, 비무장지대 무인도에서 지구상에 생존하는 저어새의 90%가 번식한다.

저어새의 먹이터인 강화도 갯벌 전체는 약 353㎢이고, 이중에서 육지로부터 6km 떨어진 강화도 남단 갯벌은 동검도, 동막, 여차리를 포함한 면적이 약 90㎢로 강화도 갯벌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s15.jpg » 저어새 먹이터인 강화도 남단 갯벌.

s16.jpg » 밀물과 썰물 때 갯골에서 사냥을 하는 저어새.

저어새는 번식기 때 소금기가 있는 어류나 갑각류를 어린 저어새에게 먹이지 않는다. 자칫 염도 스트레스로 인해 새끼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어새는 번식지 중에서도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기수지역과 논에 근접한 권역 40~50km 범위를 생활권으로 삼는다. 강화도 남단 갯벌과 연계된 동북쪽 논 초지리, 오두리, 지산리, 연리, 월곳리, 최북단 철산리와 강화도 교동도가 생활권에 해당한다.

s17.jpg » 미끄러운 미꾸라지도 저어새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김포시에서는 월곳리, 시암리, 석탄리, 후평리 평야를 포함한 한강 하구를, 파주시에서는 공릉천 일대의 평야, 임진강 하구 갯벌을 이용하며 담수 어류인 미꾸라지, 붕어, 잉어와 갑각류인 참게, 펄콩게, 털말똥게 등을 잡아 새끼를 기른다. 

번식지를 떠난 뒤에는 강과  바다를 오가며 강화도 남단 갯벌의 망둥이, 숭어, 전어, 밴댕이, 황석어 등 어류와 새우, 방게, 칠게 등을 섭취하며 성장 한다.

s18.jpg » 탐스러운 저어새의 댕기 깃이 멋스럽게 보인다.

s19.jpg » 갈기가 독특한 저어새의 뒷모습.

한강, 임진강, 염하강, 예성강, 석모도의 수로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주요 이동 통로로서 다양한 생물이 풍부해 저어새가 쉬며 먹이를 찾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저어새는 다른 새들과 달리 먹이원의 환경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s20.jpg » 어린 저어새가 깃털을 다듬고 있다.

s21.jpg » 먹이를 찾기 위해 부리를 물에 담근 채 목을 휘젓는 저어새.

저어새는 2000년대 초부터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숫자가 늘어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온순한 성품을 지닌 저어새는 번식기에 민물가마우지, 괭이갈매기, 백로류 등 다른 물새들에 밀려나는 일 많아 개체수 증가에 방해요인이 되고 있다.

s22.jpg » 밥주걱 같은 부리를 슬쩍 벌려 먹이를 잡는다. 어린 저어새는 댕기 깃이 없고 부리가 검은 어른새와 달리 부리에 연한 분홍색이 감돈다.

s23.jpg » 거센 바다 바람을 맞으며 휴식하는 저어새들.

한강 하구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산1번지 유도는 저어새 60여 개체가 번식하던 곳이지만 민물가마우지와 갈매기, 백로류 등쌀에 저어새가 번식하지 않게 된 대표적인 곳이다. 특히 민물가마우지는 가파르게 늘고 있어 그것이 저어새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연구할 필요가 크다.

s24.jpg »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유도는 한강 법정수계가 끝나는 섬으로 저어새가 번식하던 곳이다.

s25.JPG » 민물가마우지 둥지로 채워진 유도. 결국 저어새는 밀려났고 가마우지 배설물고 섬은 황폐해졌다.

심지어 10년 전부터 도심인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에까지 와 저어새가 번식하는 이유는 번식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어새는 지정된 영역의 번식지에서 번식을 하고 논과 갯벌의 사냥터도 지정된 곳을 이용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저어새의 멸종을 막는 길이다.

s-0.jpg » 공동체 생활을 좋아하는 저어새, 날고 있는 어린 저어새는 형제로 보인다.

인공 번식지도 저어새의 생존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저어새는 서열이 확실하고 정해 놓은 둥지 터를 다시 사용하며 집단번식을 한다. 따라서 서열이 낮은 저어새는 열악한 곳에 둥지를 만들어 번식에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s26.jpg » 여유롭게 주위를 살펴보는 저어새.

s27.jpg » 독특한 부리를 가진 저어새의 모습.

저어새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며 동아시아에서만 서식해 국제자연보호연맹(IUCN)과 국제조류보호회의(ICBP)에 의해 적색자료 목록에 등재돼 보호받는 조류이다. 1968년 5월 30일에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 5월 31일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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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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