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의 권고, 지역화 통해 행복한 경제 전환을

김정수 2015.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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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래된 미래> 지은이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구촌 다양한 환경·사회 문제엔 세계화 추구 경제 구조가 밑바탕”

“국제연대 통해 부자나라 더러운 빨랫감 가난한 나라 떠넘기기 막아야”

노르베리 호지 .jpg » 국제 지역화운동 단체인 '로컬 퓨터스' 설립자이자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의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70)가 3일 전북 전주시 팔달로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는 불행들, 우울증과 마약중독, 자살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를 한 걸음 물러서서 지구적 시각에서 보면 그 핵심에 세계화된 경제 구조가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집니다. 하지만 개인들은 이런 문제들이 자신들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불행이 왜 발생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요. 파괴적인 소비문화를 강요하는 주장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반면, 환경과 사회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바로 옆 나라까지도 제대로 전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대안으로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지역화를 주창하는 국제단체 ‘로컬 퓨처스’의 설립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3일 전주 팔달로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처럼 규제를 받지 않는 자본이 전세계를 넘나들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듯이 수조 달러의 돈을 벌어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시민들이 깨닫게 할 수만 있다면 그 방향이 수정될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한 국제 연대에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뜻을 같이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5[503].jpg » 전주시과 공동주최로 4~5일 전주에서 열린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에서 노르베리호지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주시

 

환경 분야 고전의 하나가 된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의 지은이로 잘 알려진 그는 4~5일 전주에서 열린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를 전주시와 공동 주최하려고 방한했다. 이 국제회의는 인간과 생태가 조화된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려면 세계화에서 벗어나 지역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려고 로컬 퓨처스가 여는 행사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를 시작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인도 등에서 열렸으며, 이번 전주 회의가 7번째다.
 

40년 전 영국 런던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던 스물아홉살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티베트고원 지대에 위치한 북인도의 라다크를 찾았다. 지정학적으로는 인도의 일부이지만 문화적으로는 티베트에 속해 ‘작은 티베트’로 알려진 라다크의 언어를 연구하려는 목적이었다.
 

뛰어난 언어 습득 능력을 가진 그는 라다크 체류 1년여 만에 라다크말을 불편 없이 구사하게 됐고, 라다크 사람들한테 매료됐다. 그들은 ‘여름에는 탈 듯이 뜨겁고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 8개월 동안 온 지역이 얼어붙는’ 혹독한 환경의 오지에서 ‘범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공동체는 건강하고 튼튼하며, 십대 소년이 극히 자연스럽게 어머니나 할머니한테 다정하게 대하는 사회’를 이루어 세상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라다크는 그가 처음 발을 디딘 1975년부터 인도 정부의 개방 정책으로 개발 물결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그 뒤 16년 동안 라다크가 변화해간 과정의 관찰 기록에 해당하는 것이 <오래된 미래>다.
 

라다크가 세계화 경제 시스템에 편입돼 붕괴돼 가는 것을 지켜보던 노르베리호지는 1980년 지역에 기반을 둔 생태적 개발 모델을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라다크 프로젝트’를 조직했다. ‘로컬 퓨처스’는 이 조직에 뿌리를 두고 있다.
 

37년 전 결혼한 영국 출신 남편과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그는 일흔이 된 지금도 1년에 4개월가량은 국외 여러 곳을 돌며 로컬 퓨처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리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그가 말하는 행복의 경제학은 다국적 거대 기업들과 은행, 규제를 받지 않는 자본이 세계 시장을 넘나들며 일으키는 사회·환경 파괴 등 불행을 해소하려면 세계화에 저항하고 지역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핵심 메시지로 한다.
 

“사람들이 지역사회와 더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상호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즉 젊은 사람과 노인, 가족 간의 상호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사람들 사이에 더 행복감이 넘쳐흐른다는 많은 증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화를 통해서 에너지 소비와 환경오염이 줄어들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8[125].jpg » "세계에서 지역으로!".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에서 채택한 전주 선언문. 사진=전주시
 

행복의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그가 강조하는 것은 먹거리를 어떻게 생산하느냐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먹거리를 지역에서 점점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달하느라 에너지 사용과 쓰레기가 늘어나고, 암 유발, 기후변화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다품종 소량으로 재배해 소비하는 것이 더 많은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증대, 물 이용의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잡은 생선이 중국으로 보내져서 뼈가 발라진 뒤에 다시 노르웨이로 오고, 영국에서 잡은 새우는 타이로 가서 껍질이 벗겨진 다음 다시 영국으로 와서 판매된다. 그런 운송과 그 과정에서의 냉장·포장의 필요가 지구 온난화를 점점 심화시키고 있다”며 “지구가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인 기후변화는 부유한 나라가 자신의 더러운 빨랫감을 가난한 나라에 전가하는 것처럼 이산화탄소를 이전하는 것을 막는 정책적 변화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40년 전 라다크와의 만남이 이후 그의 삶을 결정했다. 그는 “라다크에서 늘 활기에 넘치고 유머 감각 있고, 즐겁게 살던 사람들이 개발 압력에 밀려 엄청난 변화를 겪는 것을 본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좀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40년 동안 그는 거의 해마다 라다크를 찾았다. 이번에 방한하기 직전에도 3주 동안 라다크에서 머물다 온 길이었다.
 

“과거에는 재생에너지 보급 등의 사업을 하며 현장에서 뛰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교육을 위해서 갑니다. 현지 엔지오들과 협력해 워크숍이나 강연 등을 진행하는 것 외에 라다크를 찾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진보에 대한 생각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지요.”
 

그는 “라다크의 중심 도시인 레를 가보면 엄청난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질병들이 나타나고, 예전에는 한 세대에 한 번 정도 있던 자살이 이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특히 청년들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점점 많은 라다크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라다크가 나아가는 방향을 선회시킬 때가 됐다고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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